[DUGOUT 팬터뷰] 두산 베어스 박찬호

우리에게 찬호를 보내 줘

태양계 행성들이 저마다의 궤도를 그리며 어우러질 수 있는 이유는 뭘까. 그건 바로 그들의 구심점인 태양의 존재 때문이다. 외따로는 각자의 방향대로 나아가고자 했을 행성들이지만, 태양의 강한 중력에 한데 모여 공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올해 베어스에서 이런 역할을 수행 중인 건, 다름 아닌 새 식구 박찬호다. 이적 후 빠르게 팀에 녹아들더니 어느새 야수진의 단단한 구심점이 된 그. 젊은 선수들을 한데로 끌어모으는 강력한 축으로 자리 잡은 그는, 팬들이 그리던 허슬의 부활을 알리는 데 당당히 앞장섰다. 그렇기에 잠실벌을 찾아오는 꾀꼬리들 역시 환호를 보내 달라는 그의 요청에 기꺼이 응답한다. 늘 그의 마음을 울려 왔던, 맑고 고운 노랫소리로.

에디터 전윤정 사진 두산 베어스

#잘하고 있다고

dugout_mz 1년 반 만에 인터뷰하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8월 6일 인터뷰)
그냥 야구했죠. 어디서 하든 야구는 똑같습니다.

dugout_mz 질문 댓글은 미리 읽어 봤어요?
댓글이 몇 개 없던데요? 100개도 안 달렸잖아요!

xizhen0111 유니폼 단추는 대체 어디까지 풀 생각인가요?
다른 매체에서도 해명했던 것 같은데, 타격에서 부진을 겪고 있을 때 (최)형우(삼성 라이온즈) 선배가 마침 옆에 보였어요. 그래서 ‘나도 단추나 풀어 볼까’ 하는 마음에 그렇게 했죠. 근데 그날 안타를 2개 친 거예요. 그 뒤로 그냥 풀게 됐어요. (타격감이 가라앉으면 더 내려가나요?) 아뇨. 2개 이상은 풀 수가 없어요. 그러면 배꼽까지 나와 버리거든요.

jijijiji_su 요즘 팀 분위기는 어때요? 기대했던 두산의 분위기와 달라서 실망했다는 시즌 초 인터뷰가 화제였는데, 요샌 생각했던 대로 바뀌었나요?
그래도 지금은 어린 친구들이 워낙 잘해 주고 있기도 하고, 다들 열심히 뛰어다니려고 해요. 경기를 준비하는 자세부터 플레이하는 모습까지 더할 나위 없다고 느껴요.

pobysh 분위기 쇄신엔 박찬호의 영향도 크지 않나요?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건 동생들의 얘기를 들어 봐야 할 사항이고요. 제가 나서서 ‘제 덕분에 그렇습니다’ 하고 왈가왈부할 건 아닌 것 같아요.

im.r_sy 분명 전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두산으로 이적한 뒤에 애교가 많아졌어요. 이유가 있나요?
아니에요. 저는 계속 똑같은데, 단지 예전엔 미디어 앞에서 조심해야 한다는 마음에 몸을 조금씩 사려서 그랬던 거죠. 근데 요샌 우리 꾀꼬리들이 저를 너무 잘 받아 주셔서 그렇게 보이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더 크게 질러 줘

staytunedformy 두산 팬들을 꾀꼬리라고 부르게 된 계기가 있나요? 먹산이라고만 불리다가 예쁜 별명을 들어서 낯설어요.
예전부터 두산이랑 경기를 할 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두산 팬분들이 응원가 부르는 소리가 그라운드에서 꾀꼬리처럼 들리더라고요. 특히 (정)수빈이 형 옛날 응원가 있잖아요. 멜로디도 높고 완전히 꾀꼬리 같잖아요. 아니면 ‘두산의 안방마님 양의지~♬’라든지. 중계방송으로 봐도 두산 응원 소리는 굵직하다기보다는 발랄한 쪽이라고 느껴 와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말했어요.

dugout_mz 김대한에게도 ‘잘 자요, 꾀꼬리들’ 멘트를 시켜서 파장이 컸어요.
그건 저만 하긴 좀 그래서 그냥 장난친 거죠. 팬분들께 주입하는 중이에요. 여러분은 꾀꼬리고 천사입니다. 그러니까 좋은 말씀 많이 해 주세요. 그런 느낌?

qowowksx 6월 30일 롯데전 방송사 인터뷰에서 울었던 건 왜 부정하나요?
아니! 확~실하게 그냥 팩트만 얘기하는 거예요, 저는. 울지는 않았어요. 그냥 울컥한 것뿐이지. 눈물이 앞을 가렸죠. 가렸는데 떨어지진 않았다. 그럼 안 운 거죠.

suzy.xb 그 눈물(?)의 인터뷰에서 속마음 터놓을 선수가 아직 없다고 하는 말에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제가 원래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터놓고 그런 스타일이 아니에요. 우리 와이프한테도 그런 거 안 하는데요, 뭐.

dango_7_ 누군가한테 의지하려고 하기보단 혼자 이겨 내려고 하는 성향인 거 같은데 맞나요?
저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슬픔을 나누면 그냥 슬픈 사람이 두 명이 된다는 말이요. 나 혼자 슬프면 되는데 왜 그걸 다른 사람한테도 이야기해야 하나 싶어요.

ziikey__ 그래도 살다 보면 스트레스를 풀 곳은 필요하지 않아요?
그런 게 ‘풀어야겠다’ 한다고 풀리진 않던데요? 사실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그냥 집에 들어가서 애들을 보면 안 좋은 생각은 사라지죠.

#네 미소를 건네주기를

eunny_yan13 아빠가 때때 닮아서 그런지 참 귀엽네요!
허. 드립이 어디까지 진화할지 한번 보시죠.

dugout_mz 자식들이 유독 날 닮은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나요?
그런 건 잘 못 느껴요. 근데 전 그런 것보다도 얘네가 사이좋게 놀거나 자는 모습만 보고 있어도 그냥 예뻐요.

dugout_mz 최근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곰돌이 이모지가 하나 추가돼서 셋째가 생긴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팬들 사이에서 퍼졌어요!
난리가 나서 저도 반응을 봤거든요? 선수들도 저한테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근데 그거 그냥 올 시즌 홈런 개수예요. 홈런 하나 쳤을 때는, 곰돌이가 한 마리일 때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가 왜 이제야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건지. 아무튼 그런 거 아니고, 홈런 하나 더 친 걸 추가한 거예요.

yeeun__bb 때때가 지금 좋아하는 캐릭터는 뭔가요? 티니핑? 망곰?
요즘은 마블에 빠졌어요. 아이언맨이랑 스파이더맨을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지출이 꽤 되겠네요?) 아이언맨 마스크, 피규어, 신발… 취향이 참 희한해요. (누구 닮아서요?) 몰라요~ 할머니를 닮았는지, 할아버지를 닮았는지.

ycjsshbc 왜요, 박찬호의 패션 센스도 남다르다는 얘기가 요즘 많던데요.
아니, 근데! SNS에 댓글이 달린 걸 보면 제가 옷을 못 입는대요. 근데 만약에 그분들이 실제로 옷 입는 걸 보잖아요? 그럼 그냥 흰 티에 청바지만 입고 다니는 분들일 거란 말이에요. 100% 장담해요. 제가 옷을 입는 걸 갖다가 그렇게 지적하는 분들은 흰 티에 청바지 아니면 검정 슬랙스만 입고 다니실걸요? 패션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 거예요. (빠직)

dugout_mz 박지훈과 옷 얘기 하는 걸 보니 옷을 잘 입으려면 그래도 어느 정도 금액은 써야 하나 봐요.
아이, 아니죠. 저 바지는 보세만 입는데요? 옷이 비싼 거랑 옷을 잘 입는 건 별개의 얘기죠.

sjx_luvm13 딸들이 커서 남자친구를 데리고 오면 어떨까요?
그럴 일이 있을까요? 없을 거예요. 아빠가 남자친구인데요, 뭐. 전 옛날부터 딸들을 보면서 목표로 삼았던 게 있거든요. 이제 우리 새얀이가 클럽에 가고 싶을 때 아빠를 데리고 같이 가는 거지~ (20년 뒤에 클럽에 가려고요?) 가 줘야죠! 그래서 저는 진짜 관리 열심히 할 거예요.

3h_h2 그래도 혹시나! ‘나중에 딸들이 남자친구를 만난다면 이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싶은 두산 선수가 있을까요?
흐아아아… 없는데, 진짜. 두산 애들은 아직 깊은 곳까지 파악을 못 했거든요. 차라리 잘 아는 선수 중에서는 (김)도영이랑 (최)지민이? 걔들이 진짜 순해요. 딸내미를 공주처럼 대해 줄 수 있는 순한 친구들이 좋죠. 사실 이런 건 애들이 일상생활은 어떻게 하는지까지 지켜봐야 아는데, 아직 두산 애들은 거기까지 파 보지 못했어요.

#박수를 쳐 줘

qowowksx 오명진, 박지훈, 김민석, 박준순, 안재석 등 동생들이랑 왼팔 오른팔 급으로 빠르게 가까워질 수 있었던 계기는 뭔가요?
워낙 제가 서로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 분위기가 될 수 있게끔 동생들을 유도한 느낌이랄까요. (식사도 많이 산다고 들었어요.) 근데 돈을 쓴다고 애들이 마음을 열고 그러나? 내가 무슨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저는 선배, 후배 하는 위계를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저한텐 형, 동생 사이가 좀 더 맞는 것 같아요.

20091016_on 양의지 선수를 ‘할부지’라고 부른 최초의 인물인 것 같은데 의지 선수의 반응은 어땠나요?
별 반응 없던데요? 그렇게 까부는 맛도 있어야 분위기가 살죠.

seoeun_eee 안재석과 달리 박준순은 거의 낳은 수준으로 예뻐하던데, 박준순을 구박할 때도 있나요?
순이야 뭐라고 말해 줄 것도 없어요. 그냥 가만히 내버려두면 돼요. 야구에 관해서 얘기를 나눌 부분이 있다면 그냥 그것만 딱 말해 주면 되고요.

iammilktea 전엔 옆에서 본 김도영의 재능에 놀라고 감탄했다고 했는데, 요즘 옆에서 보는 박준순의 재능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이야~ 순이도 타격 재능 하나는 정말 못지않죠. 특히 콘택트 재능은 도영이를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봤어요. 종합적으로 생각해 보면 아직 도영이에 견줄 만한 친구는 태어나서 못 봤지만요.

dugout_mz 김도영은 말도 안 되나 봐요?
독보적. 그냥 최고고, 엄청난 선수예요. 그냥 전 도영이가 참 부럽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재능을 가진 친구예요.

milk.jju 김민석의 치아 개수는 몇 개인가요?
자기피셜 남들이랑 똑같다네요. 진짜 똑같겠죠, 뭐. 근데 왜 그렇게 많이 보일까? 입이 커서 그런 걸까요?

#환호를 보내 줘

dango_7_ 바뀐 등장곡인 김영석의 ‘환호’도 과거 하현우의 ‘돌덩이’처럼 장기적으로 사용할 예정인가요?
이번 곡은 그래 볼 계획이에요. 사실 ‘돌덩이’만큼 마음에 쏙 드는 곡을 아직 못 찾긴 했지만, 마음먹고 바꾼 이상 오래 가지고 가 봐야죠.

lsxy_n 경기장에 출근해서 첫 볼일을 본다는 루틴은 여전한가요?
요즘엔 100%는 아니에요. 근데 어쩌다가 안 지키게 됐지? 광주에선 오래 생활했다 보니 챔피언스필드로 출근하는 동선이 너무 익숙해져서 루틴으로 굳어졌던 느낌이에요. 근데 잠실야구장으로 환경이 바뀌니까 아무래도 처음엔 화장실이랑 낯을 좀 가렸죠. 원래 볼일도 편한 자리에 가야 잘 나오잖아요? 저는 집 화장실밖에 못 쓰거든요. 그래서 공중화장실 같은 데도 잘 못 가요. (사람하고는 낯 안 가릴 것 같은데, 화장실하고는 가리나 봐요?) 사람하고도 낯 가리는데. 그게 오래 안 갈 뿐이죠, 뭐. 근데 잠실야구장 화장실도 언제 처음 썼는지는 기억 안 나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dugout_mz 베어스티비 ‘4빵 인터뷰’가 반응이 좋은데, 콘텐츠화된 걸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별 생각 안 했는데… 근데 당시에 그런 건 있었어요.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는다고 해야 할지. 팬분들께서 저를 예뻐해 주시던 시기였으니까 그런 짓이 가능했죠. 내심 하루이틀 정도는 못 쳐도 이해해 주실 것만 같은 그런 느낌? 근데 제가 최근엔 그런 거 안 했잖아요. 만약 요즘 그런 걸 했다고 해 봐요. 엄청나게 욕먹었을걸요?

ziikey__ 현재의 두산 생활은 얼마나 행복한가요?
행복하죠. 더할 나위 없이.

imiabrk 행복 버튼이 돼 주는 인물이나 요소가 있을까요?
팬분들이죠. 저는 선수로서 팬분들이 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평가해 주신다고 느낄 때가 가장 기뻐요. 욕먹는 걸 좋아하는 선수는 없겠지만, 저는 제가 못할 때 쓴소리를 듣는 게 서운하지 않거든요.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 드리고, 잘한 부분이 있다면 사랑도 받는, 그런 소통이 팬분들과 잘돼 가는 것 같아서 행복해요.

dango_7_ 두산에서의 목표가 있다면요? 우승은 너무 당연하니까 제외하고요!
우승 빼고…? 아! 우리 순이 FA 하는 거까지 보는 걸 목표로 삼을게요.

_ppggbb14 그럼, 사실상 ‘종신두산’인 거죠?
종신두산 같은 직접적인 발언을 선호하는 스타일은 아닌데요. 그래도 순이 FA 될 때까지는 제가 지켜봐야 하지 않겠어요?

dugout_mz 행복을 주시는 꾀꼬리 여러분께 인사를 전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항상 과분한 사랑을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받은 사랑을 모든 부분에서 보답하고 나눌 수 있는 그런 선수, 그런 사람이 될게요. 잘 자요, 꾀꼬리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6년 185호 (9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z.com
페이스북 www.facebook.com/DUGOUTMAGAZINE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dugout_mz
유튜브 www.youtube.com/@DUGOUTMZ
네이버TV tv.naver.com/dugoutmz


<더그아웃 매거진>은 대단한미디어가
제작, 제공하는 콘텐츠입니다.
포스트 내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대단한미디어와 표기된 각 출처에 있습니다.
잡지 기사 전문을 무단 전재, 복사, 배포하는 행위를 금하며,
적발 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