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멀리보고·김병환 선굵게·이복현 강단있고·이창용 거침없이… ‘4인 4색 금융해결사’[Leadership]
10월이면 꾸려진 지 2년이 되는 ‘F4’ 협의체는 윤석열 정부 ‘경제 드림팀’으로 일컬어진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을 포함한 거시금융정책 책임자 4명이 매주 한 차례 비공개로 모여 정책 현안을 공유·논의하는 모임이어서 ‘파이낸스4(Finance 4)’의 약자인 F4로 불린다.
정책·금융 당국 수장과 한은 총재가 F4 회의를 통해 머리를 맞대게 된 계기는 2022년 9월 벌어진 ‘레고랜드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전에도 거시경제금융회의(거금회의)를 통해 한 달에 한 번꼴로 만나긴 했다. 하지만 레고랜드발(發) 계기로 주말 회의로 바뀌며 지금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회동이 이어져 왔다. F4의 공고한 협업 체제와 유연하고도 강력한 리더십은 윤 정부 경제팀의 위기 돌파 비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공개회의에서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눈 뒤 조율된 상태의 대책이 발표되다 보니 기관 간 ‘엇박자’가 적고 최고위급 협의여서 대응이 빠르다는 게 F4의 큰 강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첫 F4 회의로 기록된 2022년 10월 22일 회의 후 레고랜드 사태 진정을 위해 정부와 통화 당국은 ‘50조 원+α’의 유동성 공급 대책을 발표하며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했다. 이후에도 선제적 대응을 통해 새마을금고 뱅크런, 태영건설 워크아웃,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 잇따른 대내외 대형 경제·금융 위기를 매끄럽게 정리하는 성과를 올렸다.
◇최상목의 리더십 =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시절 F4 회의에 참여하기도 했던 최상목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29일 윤 정부의 두 번째 부총리로 취임한 이후 F4를 이끌고 있다. 최 부총리는 ‘멀리 보고 바둑돌을 둔다’는 평을 받는다. ‘시장원리·현장·증거를 총망라해야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경제 밑그림을 그려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구조적인 원인에 집중해 경제 전반의 활력을 끌어올리자는 취지에서 취임 일성으로 꺼낸 ‘역동경제’가 대표적이다. 역동경제라는 키워드엔 윤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로 참여한 뒤 경제수석으로 근무했던 최 부총리가 당시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삼중고에 시달리며 풍전등화에 놓인 우리나라 경제의 앞날을 고심했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수장으로서 처리해야 할 각종 현안에 매몰되다 보면, 중장기적인 계획을 놓치기 쉬운데 최 부총리는 시급한 이슈와 미래 과제를 모두 챙기는 리더”라면서 “최 부총리는 본인의 확고한 경제 철학에 따라 미래 전략을 수립함으로써 기재부 직원들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오는 2035년까지 ‘역동 경제로 서민·중산층 시대 구현’을 실현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내 한 과장급 공무원은 “최 부총리는 명석한 두뇌와 소신을 통해 전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할 줄 아는 선배이자 부총리”라면서 “불필요한 업무를 많이 줄이고 주말 근무를 없애는 등 일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면도 직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병환의 리더십 = 지난 7월 31일 취임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묵직한 존재감을 내뿜으며 ‘선 굵은 해결사’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취임 직후 금융업계와 릴레이 간담회를 시작, 각 업권별로 부채관리·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정리 등 현시점에 시급한 당부 사항을 전달하며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 가계대출과 관련해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냉·온탕 규제 발언으로 정책 혼선을 빚자 직접 전면에 나서기도 했다. 윤 정부 출범 이후 이 원장이 번번이 주요 정책 메시지를 선점하며 불거졌던 금감원 ‘월권 논란’이 김 위원장의 등장으로 정리되는 모습이란 건데, 금융위의 역할과 정책 방향이 그 어느 때보다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강한 리더십은 금융·경제 ‘정책 베테랑’으로서 탁월한 업무 능력을 바탕으로 한다. 재정경제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그는 거시경제정책과 미시금융정책을 모두 경험한 몇 안 되는 경제 관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해운업 구조조정 등에 관여했고,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을 총괄했으며, 코로나19 확산 때는 마스크 5부제에 일조했다. 위기 때마다 빠르게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번뜩이는 해결책을 내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김 위원장은 취임 당시 본인이 마음에 담아두는 문구로 ‘Make a difference(차이를 만들자)’를 언급했는데, 금융위가 시장의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주도권을 쥐고 폭넓은 시야에서 세밀하고 정교한 정책 추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복현의 리더십 = 감독 당국 수장인 이 원장은 단연 ‘올라운더’ 리더다. 우선 취임 이후 최근까지 검사 DNA를 바탕으로 금융권 비리 및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성역 없는 검사와 거침없는 발표를 이어가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재조사는 물론, 공매도 연계 불공정 거래 혐의 포착을 이어온 그는 최근엔 부당 대출 의혹에 휩싸인 우리금융에 대한 검사를 이어가고 있다. 자본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특유의 빠른 상황 파악을 바탕으로 신속한 추진력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이 원장은 이전 원장들과는 달리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투자 유치 및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해 금융권 해외 투자설명회(IR)에도 직접 나서고, 주요 정책 메시지를 내는 데에도 주저함이 없다. 기업 밸류업 등과 관련해 상법 개정 필요성 등을 강조하고 있는데, 메시지가 굵고 강하다 보니 일부 시장 참여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창용의 리더십 =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구조개혁 전도사’로 다양한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엄숙한 조직 문화로 ‘한은사(寺)’라는 별칭까지 얻었던 한은은 이 총재 부임 후 ‘시끄러운 한은’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은의 전문성이 부족한 분야인 만큼 단편적인 접근에 불과하다는 혹평도 있지만, 정치적 독립성을 띤 중앙은행이 경제성장의 관점에서 사회 현안을 분석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는 평가다. 한은은 ‘싱크탱크’를 자처하며 일련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는데 첨예한 논쟁의 영역에 있는 주제도 비껴가지 않는다. 돌봄 업종에 대해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경영계가 ‘비용 감축’ 차원에서 줄기차게 주장해 왔지만, ‘저임금 일자리 양산’을 우려한 노동계의 거센 반발로 매년 최저임금 심의 때마다 표 대결에서 밀려왔던 이슈다. 보고서는 간병 및 육아로 인한 노동손실 등 생산성 측면에서 최저임금 문제에 접근해, 돌봄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외국인 노동자를 도입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펼쳤다. 지역 균형발전에 관해서는 더욱 도발적인 접근법을 선보였다. 낙후 지역에 예산을 고루 배분하는 ‘혁신도시’ 방식의 지역발전 전략은 서울·수도권 과밀 현상 해소에 효과가 없다는 진단이 출발점이다. 대신 소수의 지방 대도시에 투자를 집중해 이른바 ‘거점도시’를 조성해야 청년층 유입 및 인구 분산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제안을 내놨다. 최근에는 한발 더 나아가 대학 신입생을 지역 인구에 비례해 선발하자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총재는 “이제 우리에게 해 날 때를 기다려 구조개혁을 추진할 여유가 없다”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교수님들이 결단만 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박수진·전세원·박정경·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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