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A매치-인프라' 허구연 총재, '위기' KBO에 혁신방안 제시했다
[도곡동=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첫 야구인 출신 총재로 화제를 모았던 허구연(71) 신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KBO에 구원투수를 자처했다. 구체적인 개혁방안도 제시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허구연 총재는 지난 11일 열린 KBO 이사회에서 총재 단독 후보로 추대됐다. 더불어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일구회,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 등 전현직 선수들이 허구연 총재의 선임을 지지했다. 허구연 총재의 임기는 2월 8일 사퇴한 정지택 전 총재의 잔여 임기인 2023년 12월 31일까지다.
KBO가 야구인 출신 허구연 총재를 선택한 데에는, 최근 KBO리그의 위기를 타개할 적임자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KBO리그는 지난해 선수들의 일탈행위와 도쿄올림픽 부진으로, 후반기 시청률 부진 등 떨어진 인기를 실감한 바 있다.
허구연 총재는 "이런 어려운 시기에 총재를 맡게 되어 마음이 무겁다"며 "팬들에게 실망을 준 사건과 사고, 국제대회 부진 등 여러 가지 악재가 한꺼번에 겹쳤다. 저는 9회말 1사 만루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등판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힘든시기인 만큼, 혁신방안도 뚜렷하게 제시했다. 첫 번째는 MZ세대에게 관심을 기울였다. MZ세대는 2022년 현재 10대 후반에서 30대의 청년층을 아우르는 말로 휴대폰, 인터넷 등 디지털 환경에 친숙한 세대를 일컫는다.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이른바 짧은 동영상을 빠르게 소비하고 즐긴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유튜브, 쇼츠 등 다양한 환경과 플랫폼에서 이러한 소비 패턴은 확고히 굳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 시간이 긴 야구는 젊은 세대를 끌어모을 요인이 부족하다. 긴 경기 시간 중 재미있는 장면을 추린 '짤'이 꼭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지난시즌 저작권 문제로 이러한 '짤' 문화가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해설위원이자 유튜버였던 허구연 총재가 이를 모를 리 없다.
허구연 총재는 MZ세대위원회를 창설하겠다며 "(야구팬들이) 흔히 말하는 '쇼츠', '짤' 등을 사용하지 못했다. 지금도 제약이 많다. 이런 것부터 풀어야 한다"며 "그간 중계권 협상에서 많은 돈을 받는 것에만 치중했다. 미래를 보지 못하고 전문성도 부족했다. 젊은이들과 함께 야구에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이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MZ세대를 끌어모을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한 허구연 총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일전 등 정기적인 A매치를 치르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국제 경쟁력 강화는 물론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실제로 종목은 다르지만, 정기적으로 치러지는 축구 A매치같은 경우 국민적 관심이 뜨겁다. 최근 이란과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6만여관중이 상암월드컵경기장을 뒤덮었다. 야구 또한 최근 국제대회에서의 성적이 아쉬울 뿐, 국제대회 경기가 있을 때 국민들의 관심은 높았다. 실제로 정기적인 A매치가 성사된다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다.
허구연 총재는 대전 신축구장 문제에도 "지자체가 갑질을 하면 야구단이 떠날 수도 있다"는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며 신축구장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평소 '인프라 확충' 문제를 강조했던 허구연 총재기에 그 어느때보다 진정성이 묻어있던 한마디였다.
허구연 총재는 끝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것을 선언했다. 촘촘한 규정으로 인해 상벌위원회를 열 필요도 없이 그 규정에 따라, 곧바로 처벌돼 클린베이스볼 길을 열겠다는 뜻을 밝혔다. 도덕성 논란과 줄기차게 마주했던 KBO리그에서 가장 필요했던 일이었다.

물론, 허구연 총재가 1년 9개월 남짓한 임기 동안, 이 많은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완수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그 어느때보다 팬들이 원했던 것을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시했다. 희망을 보여준 '허구연 시대'가 KBO리그를 위기에서 구할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2jch42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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