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을 버티는 게 중요" 우울증 자가진단 방법은?
우울증은 흔히 ‘마음의 감기’라 말한다. 누구나 한 번쯤 감기를 앓듯이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죽음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무서운 병이다.
인제대 부산백병원 김성진(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 우울증에 대해 Q&A 형식으로 알아본다.

■ 우울증이란?
- 보통 우울증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기분이 우울하다”는 것에만 의미를 두시는데요, 사실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 외에도 다양한 진단 기준이 있습니다. 보통 정신과 의사들이 우울증이라고 하는 것은 ‘주요우울장애’를 말하고, 우울한 기분, 흥미나 즐거움의 감소, 체중이나 식욕의 변화, 수면의 변화, 피로감, 무가치감, 집중력 저하, 자살사고 등 여러 증상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진단을 내리게 됩니다. 주요우울장애는 한국인에서 약 3-5% 정도의 평생유병률이 보고되고, 여자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우울증의 종류가 다양한가요?
- 우울증에는 앞서 설명 드린 주요우울장애 말고도 파괴적 기분조절부전장애, 지속성 우울장애, 월경 전 불쾌감장애, 물질/약물로 유발된 우울장애, 다른 의학적 상태로 인한 우울장애 등이 포함됩니다. 파괴적 기분조절부전장애는 소아청소년에서 주로 볼 수 있는데, 분류는 우울증에 속하지만 주증상은 만성적이고 지속적인 과민함, 그리고 잦은 분노발작 등이 있습니다.
지속성 우울장애는 2년 이상 하루의 대부분에 우울기분이 있는 것이 특징이며 증상 자체는 주요우울장애에 비해서 좀 더 가벼울 수도 있습니다. 월경 전 불쾌감장애는 월경 시작 1주 전에 우울, 과민성, 불안정한 기분 등이 시작되고 월경이 시작된 수일 내에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대부분 월경이 끝난 주에는 증상이 경미하거나 없어집니다. 또한 술, 스테로이드 등의 여러 물질이나 약물들도 우울증 유발이 가능합니다. 파킨슨병, 갑상선 질환, 부신 질환 등의 의학적 상태도 마찬가지입니다.
■ 우울증 초기증상을 알려주세요.
- 우울증 증상은 개인마다 꽤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울한 기분, 흥미나 즐거움의 감소가 대표적인 초기증상으로 볼 수 있겠고, 사람에 따라서 기분증상보다 수면, 식욕 등의 변화가 먼저 발생하기도 합니다. 유지하시고 있는 기본적 일상생활, 즉 자는 시간, 일어나는 시간, 식사 패턴, 만나고 연락하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학교나 직장에서의 일상에 뭔가 불편함이 감지된다면 그게 중요한 초기증상일 것 같습니다.
■ 치료 방법을 알려주세요.
- 우울증 치료에는 기본적으로 약물치료, 정신치료가 있습니다. 약물치료에는 항우울제가 핵심적으로 사용되고, 상황에 따라서 다른 약물들을 함께 쓰기도 합니다. 정신치료는 환자에게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것부터 깊은 무의식적 갈등을 탐색하는 것까지 다양한 범위의 치료가 시행될 수 있으며, 환자의 성격이나 상황 등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울한 감정과 관련된 환자의 생각과 행동을 찾아 교정시키는 인지행동치료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기계를 이용하여 생물학적 효과를 보는 치료법도 있습니다. 자기장을 이용해서 뇌에 반복적으로 자극을 주는 경두개 자기자극술, 인위적인 일시적 전기경련을 이용하는 전기경련치료 등이 대표적입니다.
우울증은 완치라는 개념이 모호해서 관해와 회복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합니다. 일반적으로 관해는 2개월 이상 주요우울장애의 중요한 징후나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경우를 말하며, 회복은 관해가 6개월 이상 지속되어 과거의 기능이 모두 돌아온 상태를 말합니다.
■ 우울증 약은 의존도가 높나요?
- 많은 환자분들이 우울증 약을 처방받을 때, 중독이나 부작용에 대해 걱정하십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우울증 약은 중독되지 않으며, 충분한 임상시험을 거쳐서 안전합니다. 약을 처방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 중독이나 부작용에 대해 문의하시는 경우는 정확한 정보를 드릴 수 있어서 오히려 나은데, 저희에게 직접 문의하시지 않고 인터넷으로 후기를 검색하거나 주변인의 말씀을 통해서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계시는 분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치료가 잘 되고 있다가도 임의로 약물을 중단하거나 조절해서 증상이 악화되고 결국은 더 오랜 기간 치료가 필요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을 처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환자가 가지는 약에 대한 걱정을 이해하고 같이 고민해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의사가 할 수 있는 진료에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 우울증 자가진단 방법이 있나요?
- 정신과 의사에게 직접 진단받는 것이 제일 정확하겠지만, 내가 우울증 위험군인지를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자가설문지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설문지로 우울증 건강설문(PHQ-9)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보건소나 정신건강복지센터를 비롯해서 여러 기관에서 검진 목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최근 2주를 기준으로 해서 9가지 질문을 가지고 각각 0점부터 3점까지 점수를 매겨서 우울정도를 평가합니다. 여기에는 우울, 흥미나 즐거움, 수면, 식욕, 안절부절 못함, 피곤함, 죄책감, 집중력, 자살사고와 관련된 질문이 해당됩니다. 일반적으로 5점 이상부터 가벼운 우울 상태를 의심해볼 수 있고, 10점 이상일 때는 우울증에 대한 평가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 우울증에 좋은 음식이 있나요?
- 인터넷을 보면 우울증에 효과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음식이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제대로 된 임상실험을 실시하지 못했습니다.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효과를 목적으로 참고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실제로 우울증은 세로토닌 등의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하거나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트립토판이라는 물질이 세로토닌의 원료이므로 이 트립토판이 풍부한 유제품, 바나나, 닭고기 등이 도움될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비타민, 오메가-3, 기타 항산화물질들이 우울증을 감소시킨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 추천하는 우울증 극복 방법이 있을까요?
- 첫 번째로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해진 시간에 기상하고, 충분히 잠을 자고, 하루에 세끼 식사를 하고, 적당한 운동을 유지하는 것. 굉장히 간단해 보이지만 실천해보시면 엄청난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이렇게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느끼실 겁니다.
두 번째는 단순하게 생각하고,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입니다. 우울증이 있으면 생각이 복잡하고 쓸데없는 걱정도 많이 하게 됩니다. 이럴 때에는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일이나 본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까지도 걱정하고 자책하게 됩니다. 가능하면 단순하게 생각하시고, 지금 해결할 수 없는 일은 잠시 접어두고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마음을 좀 더 가볍게 하는데 도움이 되겠습니다. 세상에는 내 탓이 아닌 일도 있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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