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파도 가르고 서해5도특별경비단이 출동한다

3008함 조타실 바닥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부두에 정박해 있는 건물 7층 높이의 3000t급 함정에서 파도의 진동이 느껴진 것이다. 함정에 탄 해경들은 “이 정도면 보통”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15일,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인천 서해 앞바다에는 낮게 나는 갈매기도 몸을 휘청이고 있었다. “여기서 조금만 바다로 나가면 그때부터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바람이고 바닷물이고 말 그대로 때려 붓습니다.” 서해5도특별경비단 경비지원과 소속 신용일 경위가 말했다.
서해5도특별경비단(서특단)은 서해에서 물고기를 잡는 외국 불법 어선을 집중적으로 단속하는 해양경찰서급 조직이다. 원래 불법 어선을 단속하는 일은 인천해양경찰서에서 담당하던 여러 업무 중 하나였지만,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문제가 심각해지자 2017년 4월4일 서특단이 창설됐다. 현재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소속 해경 465명(의무경찰 50여 명 포함)이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서특단이 만들어진 데에는 몇 가지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2009년 9월25일 목포해양경찰서 소속이던 박경조 경위가 전남 신안군 흑산도 인근에서 중국인 선원이 휘두른 삽에 머리를 맞고 바다로 추락해 숨졌다. 2011년 12월12일에는 인천 옹진군 소청도 인근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어선을 단속하던 인천해양경찰서 소속 이청호 경장이 중국인 선장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2016년 10월7일에는 중국 어선이 해경 고속단정을 일부러 들이받아 뒤집히기도 했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국민적 관심과 분노가 높아졌다. 불법 어선만 전문적으로 단속하는 조직을 만들 필요성이 대두됐고, 그에 따라 창설된 서특단이 올해로 5주년을 맞았다.
그간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서특단은 지난 2월8일 갑작스레 주목을 받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월8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 때문이다. “동서 해역에 북한이나 중국 (어선의) 불법은 강력하게 단속할 것이다. 불법 영해 침범인데 그런 건 격침해버려야 한다.”
‘격침’이라는 단어가 무슨 의미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자 이 후보는 “(중국 불법 어선에 대해) 몰수와 폐기처분을 동시에 실시한다는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제가 지난해 12월 서해5도특별경비단을 방문했을 때에도 ‘인도네시아가 불법 어로 행위 단속 방법으로 (해당 어선이) 나포에 불응하는 경우 격침했던 사례가 있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 바뀐 것은 없고 그때 발언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실제 불법 어선을 격침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죠.” 신용일 경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해양경비법 제17조 2항에 따르면 ‘선박 등과 범인이 선체나 무기·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여 경비 세력을 공격하거나 공격하려는 경우’ 해경은 개인화기(권총 등 개인이 소지하는 무기)를 넘어 공용화기(함포 등)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민간인이 타고 있는 배를 침몰시킬 경우 군사적 위험까지 불거질 수 있다.
서특단이 주시하고 있는 해상 경계선은 크게 두 종류다. 첫 번째 경계선은 ‘바다 위의 휴전선’이라 불리는 북방한계선(NLL)이다. 문제는 NLL이 휴전협정 당시 유엔사령부가 설정한 선이므로, 남한 측에서 주장하는 NLL과 북한 측에서 주장하는 NLL의 경계선이 다르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서로 불필요한 오해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남측이든 북측이든 NLL을 기준으로 2마일(약 3.2㎞) 이내로는 접근하지 않는다. NLL 근처에서 조업을 하는 중국 불법 어선은 바로 이 회색 지대를 노린다. 육지로 말하자면 휴전선 인근 비무장지대에서 사냥을 하는 셈이다. 남측 경비정에 들키면 북한 쪽으로 넘어가버리고, 북한 경비정이 다가가면 또 살짝 남한 쪽으로 내려오는 중국 어선을 단속하기가 쉽지 않다.
그동안 퇴거한 어선은 1만3737척
두 번째 경계선은 국내 해안선부터 200해리 이내 해역인 배타적 경제수역(EEZ)이다. EEZ 역시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구역이 있는데, 바로 한국의 EEZ와 중국의 EEZ가 겹치는 ‘잠정조치수역’이다. 이 잠정조치수역에서는 2000년 8월 맺은 한·중 어업협정을 통해 양국의 어업 활동을 서로 보장한다. 문제는 여기를 넘어 한국 EEZ 안쪽까지 침범하는 중국 어선들이다. EEZ 근처에서 불법 조업을 하는 어선들은 주로 대형에다 조직화돼 있다. 날씨가 좋지 않아 레이더에 어선의 위치가 잘 잡히지 않는 날이나 야간을 틈타 많게는 100척이 넘는 어선이 한꺼번에 한국 측 수역으로 내려온다.
NLL과 EEZ는 지리적 맥락과 특수성이 다르기 때문에 각 구역에서 서특단이 대응하는 방법 또한 다르다. 중국 어선 수십 척이 밀고 내려오는 EEZ에서는 해경이 보유하고 있는 함정 중 가장 큰 3000t급 함정 두 척과 1000t급 함정 한 척이 각각 번갈아가며 경계를 선다. “전쟁이죠. 서로 밀리지 않으려고 아주 팽팽히 맞대고 있습니다.” 신용일 경위가 말했다. 대형 함정에 탄 대원들은 기본 7박8일 동안 배에서 내리지 않고 근무를 선다. 한 달에 꼬박 15~16일을 바다에서 보내는 고된 생활을 반복한다.
불법 어선이 떼를 지어 내려온 상황을 서특단 대원들은 소위 ‘꾼들이 왔다’고 표현한다. 이 경우 뭉쳐 있는 어선 무리를 쪼개놓는 게 우선이다. 함정에서 수압이 센 살수포를 쏘거나, 속도가 빠른 고속정을 타고 지그재그로 운행하며 어선과 어선 사이를 갈라놓는다. 또 함정에 배치된 사격수는 어선 지붕에 달려 있는 레이더를 조준해 망가뜨린다. 이렇게 흩어진 어선들을 EEZ 너머로 몰아내거나(퇴거) 무리에서 한 척씩 떨어져 나온 어선을 잡는 것(나포)으로 작전은 마무리된다. 2017년 4월 서특단이 창설된 이래 현재까지 나포한 불법 어선은 59척, 퇴거한 어선은 1만3737척에 이른다.

한편 단속을 눈치 채면 재빠르게 북한 쪽으로 달아나는 NLL 근처 불법 어선을 잡기 위해서는 빠른 기동성이 최우선이다. 이 때문에 EEZ보다는 규모가 작은 500t급 중형 함정 여섯 척이 중심이 돼 불법 조업을 단속한다. 여기에 전국 해양경찰서 가운데 서특단에만 있는 ‘특수진압팀’이 함께한다. 특수진압팀은 불법 어선들이 북쪽으로 도주하기 전에 붙잡아 나포해야 하는 NLL 인근 해역의 특성에 맞게 전문화된 정예 부서다. 주로 특수부대나 특공대 출신이 특수진압팀에 지원한다. 연평도와 대청도에 기지를 두고 7박8일씩 돌아가며 교대근무를 한다.
불법 어선에 올라탄 특수진압팀 대원들이 배를 장악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단 6분이다. “6분이 지나면 불법 어선이 전력질주해서 NLL을 넘거든요. 그럼 북한 해역이잖아요. 저는 한 번도 그 선을 넘어본 적 없는데, 생각만 해도 무섭죠. 엄청 위험하잖아요.” 특수진압팀 소속 이석호 경사가 말했다. 6분이 지났는데도 배가 진압되지 않으면 대원들은 어쩔 수 없이 하선하고 불법 어선을 퇴거하는 데 만족해야 한다. 그렇게 쫓아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어선이 도로 우리 NLL을 넘어와 있는 경우도 있다.
불법 어선만 상대하는 서특단이 창설되고 특수진압팀이 만들어지자 중국 어선들의 전략은 교묘해졌다. 애초에 경비정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좌우로 거북선처럼 뾰족한 철침을 박아두거나, 2~3m 높이 막대를 일정하게 꽂은 뒤 그 사이를 그물로 연결해 일종의 ‘벽’을 만들기도 한다. “보통 35노트(약 65㎞/h)로 달리거든요. 육지에서는 그다지 빠른 속도가 아니지만 바다에서는 정말 빠른 속도입니다. 게다가 어느 한쪽이 멈춰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요. 20㎏ 넘는 전투복과 장비를 짊어진 대원들이 전속력으로 달리는 차 위에서 전속력으로 달리는 다른 차 위로 점프해 올라가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죠.” 이석호 경사가 말했다. 여기에 철침이나 그물벽 같은 장애물까지 더해지면 배에 진입하는 일이 더 어려워진다.
배에 올라타더라도 뚫어야 할 난관이 남아 있다. “요즘 배들은 조타실 입구를 아예 큰 철판으로 용접해서 막아버려요. 조타실에 들어가야 운행을 멈출 수 있는데 그걸 막아버리는 거죠. 저희가 절단기로 어떻게든 철판을 열려고 하는 동안 NLL을 넘어가버리는 겁니다. 이런 수법을 간파하고 조타실 대신 엔진실로 가서 엔진 흡입구를 막아버리니까 요즘에는 또 엔진실 문도 철판으로 덮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탄유리까지 등장했고요.” 설명을 하던 이석호 경사가 헛웃음을 지었다.
“붙잡은 배를 해부하듯이 공부해요”
수많은 고비를 넘기고 나포한 어선은 인천해양경찰서에 임시로 묶어두고 선원들은 구속시켜 조사한다. 어선 크기마다 다르지만 배를 되찾아가기 위해 내야 하는 담보금은 기본적으로 1억원부터 시작한다. 덩치 큰 철선은 3억원까지 올라간다. 안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020년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동안 중국 불법 어선이 낸 담보금은 총 729억원에 달하며 미납 담보금도 189억원이다. 담보금을 내지 않는 경우 배는 폐기되거나 공매로 넘어가고, 선원들은 영해 및 접속수역법 위반 혐의로 평균 1년 정도 형을 살고 강제 출국된다. 한국·중국 양쪽에서 모두 어업 허가가 없는 양무(兩無) 어선일 경우 한국 해경이 중국 해경에 직접 인도해서 2차로 처벌을 받게 하기도 한다.

한번 붙잡힌 배는 대원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교재다. “한 달 뒤에 가보면 배가 너덜너덜하거든요. 한 척 잡으면 우르르 들어가서 요즘 중국 배는 무슨 엔진을 쓰고 무슨 유리창으로 돼 있는지, 동선은 어떻게 되는지 해부하듯이 공부해요.” 이석호 경사가 말했다. 대원들은 불법 어선을 나포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면서도 동시에 씁쓸하다고 말했다. “배를 잡았든 잡지 못했든 결국 우리 해역에 불법으로 침입한 거잖아요. 우리 수자원을 다 앗아가는 거고요.”
중국 불법 어선은 여전히 저인망 방식을 주로 쓴다. 배 뒤에 그물코가 촘촘한 그물을 매달아 바닥에서부터 모든 물고기를 훑어간다. 어린 치어까지 모두 잡히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인근 해역에서 물고기는 ‘씨가 마른다’. 서해에서는 특히 4~6월, 9~11월 성어기를 맞는 꽃게가 불법 어선의 타깃이다.
저인망은 해양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방식이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점차 용인하지 않고 있는 조업 형태이지만, 동북아시아를 비롯해 동남아시아·남미·아프리카까지 원정을 떠나는 중국 불법 어선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서특단에 근무하는 해경들은 대한민국 해역을 지킨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수자원을 보호한다는 점에도 큰 자부심을 느낀다.
“최근에 구속된 한 중국 선원은 500일 동안 땅을 밟아본 적 없다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된 일이냐면 작은 어선에 탄 선원들은 뭍에 내리지 않고 1년 내내 하루 종일 물고기만 잡아요. 잡은 물고기는 북쪽 해역에 떠 있는 보관선에 실어다주고 대신 쌀이나 옷을 보급받아 다시 남쪽으로 내려오죠. 그리고 운반선이 와서는 보관선에 있는 물고기들을 한꺼번에 거둬가는 방식이에요. 점점 조직화되는 거죠.” 신용일 경위는 서해 앞바다에서 벌어지는 불법 조업 행태가 “저희가 날마다 불법 어선을 연구하는데도 잡고 보면 이들의 조업 행태가 너무 지독해서 ‘아이고 졌다’ 소리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이석호 경사는 “그게 바로 저희가 있는 이유”라고 말을 받았다. “매일 눈만 뜨면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만 생각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인천·나경희 기자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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