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타트업 로펌 택한 대법관 출신 김신 대표.. "젊은 변호사들 역동성 믿는다"
NO타이로 출근 "매일 젊어지는 느낌"
"편하고 익숙한 것과 결별.. 여전히 성장하고 싶어"

“인생 2막이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찾기 위해 대형 로펌이 아닌 위어드바이즈에 합류하게 됐습니다.”(웃음)
38년간 법관으로 일하면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인 대법관을 역임한 김신 전 대법관(65·사법연수원 12기)이 5월부터 스타트업 로펌 위어드바이즈에 합류했다. 통상 대법관은 퇴임하면 전관(前官)으로 우대받으며 유명 로펌에서 모셔가기 바쁘다. 하지만 김 전 대법관은 스스로 이러한 관행을 거부하면서, 법조계에서 ‘파격적 시도’라는 반응이 나온다.
김 전 대법관을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법무법인 위어드바이즈 본사에서 만났다. 통유리창으로 햇빛이 들어오는 환한 사무실에서 만난 김 전 대법관은 노(no)타이를 하고 편안한 미소로 기자를 반겨줬다.
그는 “마침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석좌교수 제안도 있고 해서 2018년 퇴임 즉시 부산에 내려갔다”면서 “학교에만 있다 보니 접촉면도 좁아지는 것 같고, 사실 제 품성이 조용한 편이라 대외적인 활동이 적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경험을 전수해 줄 필요가 있지 않겠냐’는 말을 들었고 변호사 사무실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변호사 생활이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업(業)이라는 게 그렇더라. 개인 사무실이라는 게 사업이다 보니 부담스럽기도 하고 직원들 월급을 줘야 하는 게 현실이었다”면서 “그래서 변화를 모색해보려던 참이었는데 박준용 대표변호사가 부산까지 찾아와 합류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김 전 대법관의 마음을 끈 것은 무엇보다 ‘새로움과 호기심’이었다. 법원에서는 그의 업무를 돕는 직원들이 다수였지만, 위어드바이즈는 출퇴근이 자유롭고 변호사들이 개인 업무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그는 “나이가 있다 보니 한편으로는 익숙한 환경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좀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라”면서 “편하고 익숙한 것과의 결별하고 싶었고 조직의 역동성과 성장 가능성을 믿었다. 또 ‘(이곳에 있는 사람들도) 새롭게 시작하는구나, 왜 이렇게 할까, 재미있네’라는 호기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군가 ‘대법관님 여기 오셔서 젊어지실 거다’고 했는데, 실제 매일 젊어지는 느낌”이라며 웃어 보였다.
위어드바이즈는 김앤장, 태평양, 세종, 율촌, 지평 등 국내 대형 로펌의 젊은 파트너급 변호사들이 주축으로 모여 ‘스타트업형’으로 시작한 로펌이다. 2019년 7월 설립 후 채 3년이 지나지 않은 현재 30여 명의 전문가 집단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무실도 여느 스타트업과 다름없이 개방형 구조로 돼 있다. 기자가 인터뷰를 하기 위해 찾은 이날도 변호사들은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김 전 대법관은 앞으로 위어드바이즈가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는데 후배 변호사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가 이제 어느 정도 규모가 생기면서 향후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게 중요해졌다”면서 “탈관료화라는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다가 전관을 불렀으니 ‘왜 불렀을까’에 대한 설명이 우리 스스로 필요하다. 긍정적인 면에서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위어드바이즈는 아주 작은 규모의 기업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클라이언트군(群) 폭이 매우 넓은 편이다. 특히 최근 기업 자문과 각종 송무, 부동산, 신산업, 규제 대응 등 다양한 전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 후배 변호사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읽고 엮은 ‘청년이 묻고 대법관 김신이 답하다’를 출간했다. 그만큼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데 관심이 많다.
김 전 대법관은 “위어드바이즈는 변호사들의 개인기로 시작해 성장해나가고 있는 로펌”이라며 “자유롭고 유연한 분위기 속에서 젊은 변호사들이 일하고 있는 만큼 수시로 소통하면서 여러 방면에서 혁신적인 시도를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전문 분야인 ‘배임죄’ 외에 횡령죄와 사기죄 등 형법 규정과 관련한 연구에도 매진할 계획이다. 그는 오래전부터 형사법 연구에 몰두하며 배임죄 처벌 기준의 모호성을 지적해왔다. 배임죄 처벌 가능성 때문에 기업을 경영할 때 새로운 투자를 하기 어렵고 이는 결국 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실제로 형법 규정에 부합하는 새로운 해석을 덧붙인 ‘배임죄 판례 백선’과 ‘배임죄에 대한 몇 가지 오해’ 등의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김 전 대법관은 “배임죄 외에도 횡령죄, 사기죄 등도 들여다보고 실제 사건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관련 소송이나 자문도 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신 변호사=부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83년 부산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해 부산고법 판사, 울산지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 울산지법원장 등을 역임했다. 2012년 8월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2018년 6년 간의 대법관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뒤 동아대 로스쿨에서 석좌교수로 부임했다. 2020년 변호사로 새 출발을 시작해 현재 위어드바이즈 대표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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