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이상적인 사운드, 무지향 스피커의 놀라운 무대

mbl 120

독일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 mbl은 오므려진 꽃봉오리 모양의 무지향 스피커(Radialstrahler)로 명망이 높다. 앰프 및 소스기기의 인기도 대단해서 한 번 mbl을 들여놓은 오디오 애호가들은 좀체 다른 브랜드로 갈아타지 않는다.

필자 역시 Radialstrahler 101E MK2와 111F, 그리고 플래그십 레퍼런스 라인과 중견 노블 라인의 앰프를 여러 번 들어봤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자연스럽고 디테일에 강한 사운드에 중독됨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2018년에는 그들의 독일 현지 공장을 방문, 스피커와 앰프의 제작 공정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Radialstrahler 유닛의 기본 원리는 라멜라(Lamella)라는 얇은 금속판 여러 장을 이어 붙인 꽃봉오리 모양의 진동판을 플레밍의 왼손 법칙으로 울린다는 것. 그런데 이 진동판 윗부분이 축에 고정돼 있고, 아래쪽 라멜라들은 마그넷과 코일에 의해 위·아래로 움직인다는 게 핵심이다.

위는 고정돼 있고 아래는 위·아래로 움직이니 결국 전체 진동판이 활처럼 360도 전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필자가 보기에 우산을 빠르게 열었다 닫았다 했을 때 붕붕 소리가 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물론 진동판 지름이 작을수록 고역대, 진동판 지름이 클수록 중저역대를 담당한다.

라멜라 재질은 초창기에는 얇은 구리를 썼으나 지금은 훨씬 가벼운 카본 섬유를 쓴다. 이번 시청기인 mbl 120의 경우 트위터는 24개의 카본 섬유 라멜라, 미드레인지 유닛은 12개의 카본 섬유 라멜라가 투입됐다. 개수는 적지만 미드레인지의 각 라멜라 면적이 트위터 라멜라보다 넓다.

필자가 파악한 Radialstrahler 유닛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1. 인클로저가 필요 없다, 2. 따라서 내부 정재파나 배플로 인한 회절, 포트 노이즈 같은 왜곡이 없다, 3. 360도 방사형 발음체에서 소리를 듣는 구조는 악기와 새소리가 사람 귀에 들리는 과정과 흡사하다, 4. 무지향 서브우퍼처럼 스피커 위치 선정이 180도 지향성 스피커보다 자유롭다.

현재 mbl Radialstrahler 라인업은 플래그십 101 X-treme부터 시작해 101E MK2, 111F, 116F, 120, 126으로 이어지는데, 120과 126은 스탠드 마운트, 나머지 다른 모델들은 플로어 스탠딩이다.

mbl 120은 트위터와 미드레인지에 각각 Radialstrahler HT37과 MT50 유닛, 우퍼에 6.5인치 알루미늄 콘 유닛 2개를 투입한 3웨이 하이브리드 Radialstrahler 스피커. 우퍼는 전용 인클로저 양쪽 사이드에 한 발씩 장착됐고, 인클로저 내부에서 알루미늄 바로 서로 연결돼 푸시-푸시로 작동한다. 콘 움직임에 따른 인클로저 진동을 차단시키고 저역 재생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스펙을 살펴보면, 주파수 응답 특성은 49Hz-30kHz, 공칭 임피던스는 4Ω, 감도는 82dB를 보인다. 우퍼용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는 인클로저 뒷면에 하나가 나 있다. 스피커 케이블 커넥터는 싱글 와이어링 전용. 가로폭은 29.9cm, 스탠드를 포함한 높이는 121.1cm, 안길이는 38.8cm, 무게는 28kg이다.

월간오디오 시청실에서 진행한 mbl 120 시청에는 8Ω에서 175W, 4Ω에서 350W를 내는 심오디오의 문 700i v2 인티앰프를 동원했다. mbl 120의 공칭 임피던스와 감도가 모두 낮기 때문에 대출력 및 전원부가 튼실한 앰프 매칭은 거의 필수다.

투첼로스의 ‘Oh Well’을 들어보면 두 첼로의 이미지가 무대 뒤쪽 상당히 먼 곳에서 홀로그래픽하게 잡힌다. 그냥 처음부터 Radialstrahler의 특성이 그대로 나온다. 음이 정확하면서도 싱싱한데, 확실히 인클로저 없이 유닛에서만 방사되는 중·고음은 남다른 데가 있다. 저음이 묵직하고 단단한 것은 6.5인치 다이내믹 우퍼 2발을 채용한 결과다.

제니퍼 원스의 ‘Rock You Gently’는 보컬과 악기의 이미지가 조각처럼 입체적으로 등장하고, 소릿결은 매우 매끄럽다. 음이 사뿐하고 말쑥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무래도 Radialstrahler 두 유닛의 공이 크다. 자리에서 일어나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면서 들어봐도 큰 차이가 나지 않을 만큼 스윗 스팟이 매우 넓다.

피아노 가이즈의 ‘Titanium/Pavane’에서는 두 Radialstrahler 유닛에서 음들이 순풍순풍 뛰쳐나온다. 이 개방감과 이탈감이 장난이 아니다. 두 스피커가 시청실 뒷벽에서 거의 2m 정도 떨어졌는데 음들이 그 뒷벽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중·고음을 가둔 인클로저가 없는 덕분일까, 체감상 S/N비도 무척 높다.

자크 루시에 트리오의 ‘평균율 클라비어 전곡 1번 프렐류드’에서는 볼륨을 더 올렸는데도 무대 배경이 더 적막해졌다. 정말 놀라운 S/N비다. 무대 앞은 투명하고, 베이스 저음은 충분하며, 드럼의 림 사운드는 생생 그 자체다. 음이 헐벗지 않고 풍성한 것도 특징. 그냥 악기 자체가 현장에서 즐겁게 내는 그런 소리였다. mbl Radialstrahler 스피커 수준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글 | 김편

수입원 샘에너지 (02)6959-3813

가격 2,91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