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 '이상한 놈' e스포츠[최의창 기고]
[스포츠경향]

할리우드도 인정한 김지운 감독의 명작 중에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있다. 정우성이 좋은 놈, 이병헌이 나쁜 놈, 송강호가 이상한 놈으로 각자 최고 연기를 보여준다. 너무도 낯선 한국형 서부극이지만 김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쉬한 액션 연출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상한 놈, 송강호의 독특한 연기가 기억에 남았다.
요즘 스포츠에도 이상한 놈이 주목을 받고 있다. e스포츠다. 스포츠 정책이 신정부 국정과제 선정에서 푸대접받고 있는 중에도 게임 산업은 국가적 육성을 약속받고 있다. 게임은 질병이 아니라고 하며, e스포츠를 미래 산업으로 키우겠다고 한다. 좋은 방향이다. 하지만 나는 e스포츠와 관련해서 보다 근본적인 조처가 절실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e스포츠는 산업적으로만 진흥되는 선에 그쳐서는 안된다. 이제 e스포츠는 전통적 스포츠처럼 국민체육 진흥의 본류에 포함되어야만 한다.
사실, 통상적으로 e스포츠라고 부르고 있기는 해도 주류 체육계에서는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일반인에게도 e스포츠는 아직까지는 중독성 강한 인터넷게임으로만 인식되고 있다. 전 세계적 인기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놈’ 취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KeSPA)는 오래전부터 정식 스포츠 가입을 요청해왔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물론, 대한체육회에서도 e스포츠는 정식 회원 스포츠로 인가하지 않고 있다.
국내외 체육학계에서는 e스포츠의 스포츠성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e스포츠란 용어가 일상화된지 오래임에도, 학술적 개념 정의는 여전히 논쟁 중이고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 이의제기의 원천은 e스포츠의 신체적 관여도(physicality)다. e스포츠는 축구, 수영, 달리기 등 우리가 통상적으로 스포츠라고 부르는 신체활동처럼 신체적 기술 발휘가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손가락과 손목을 까딱거리는 정도의 신체활동으로는 스포츠의 축에 끼지 못한다.
나는 스포츠를 세 가지로 분류한다. 피지컬 스포츠, 멘탈 스포츠, 그리고 디지털 스포츠다. 각각 P(hysical)sport, M(ental)sport, D(igital)sport라고 부른다. 신체활동이 주가 되는 전통적인 신체활동 스포츠, 체스나 바둑같이 두뇌를 쓰는 마인드 스포츠, 그리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테크놀로지 스포츠다. 인간의 오랜 역사와 다양한 문화는 온갖 종류의 별의 별 게임들을 만들어놓았다. 디지털 기술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속도와 스케일로 게임들과 결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체적 관여도를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최종 잣대로 사용할 수는 없다.
2021년 영국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의 크랜머 박사 등은 다양한 종류의 e스포츠들을 명료하게 정리해 보여주는 “Esports Matrix”를 만들었다. 이들은 신체적 관여도의 다소와 테크놀로지 사용의 강약을 기준으로 D스포츠를 4가지 부류로 나눈다. X축을 신체활동 활발/미약으로, Y축을 테크놀로지 보조/주도로 4분면으로 나누고, 기존 스포츠를 디지털화 시킨 게임(Sport Digitalization), 다중이 참여하는 컴퓨터 게임(Competitive Multiplayer Games), 디지털 기술로 증강시킨 스포츠(Digitally Enhanced Sports), VR이 활용되는 실감형 가상현실 스포츠(Immersive Reality Sports)를 구분한다. e스포츠도 여러 형태로 진화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e스포츠를 보는 시각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e스포츠는 돈되는 게임 산업의 블루오션에 그치지 않는다. e스포츠는 새로운 시대에 나타난 디지털 스포츠 대표주자일 뿐이다. 19세기 유럽은 신체교정과 국민교육을 위한 기계적 도수체조(gymnastic systems)의 패권시대였다. 하지만, 영국과 미국에서 다양한 종류의 스포츠들이 개발되고 확산되어 오늘의 스포츠 황금시대에 이른 것이다. 지금은 주연급인 스포츠들도 한 때는 (조금, 또는 매우) 이상한 놈들이었다.
디지털 스포츠로서 e스포츠는 (마인드 스포츠와 함께) 새로운 한국체육을 위하여 일반스포츠로서 인정되어야 한다. 학교체육, 생활체육, 전문체육의 한 부분으로서 새롭게 포함되어야 한다. 체육 교육과정에서 다루어져야 하며, 스포츠지도사 자격이 신설되어야 하며, 국가대표 선수로 육성되어야 한다. 한 마디로,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국민체육진흥공단, 그리고 대한체육회에서 한국체육의 핵심 진흥 영역으로 간주되어야만 한다. 근본적 재접근이 필요하다.
당분간 P스포츠 패권시대는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M스포츠와 D스포츠의 약진도 계속될 것이다. 특히 e스포츠로 대표되는 디지털 스포츠는 짧은 시간 내에 비약적 발전이 예견된다. 약간의 정체와 지체 현상을 보이는 한국 스포츠를 위한 새로운 신대륙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이다. 결국, 영화를 더욱 재미있고 활기차게 만든 인물은 송강호가 분한 이상한 놈이었지 않은가.
최의창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 겸 서울대 스포츠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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