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노래를 들어봤는지. 요즘 초등학교 점심시간에 이 노래만 나오면 1학년 학생들은 이렇게 몸을 들썩이면서 떼창을 하고 너도나도 따라 불러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요새 초등학교 교실에서는 문어의 꿈 노래가 매일 틀어져 선생님들까지 모두 외울 지경이라고. 유튜브 댓글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문어의 꿈이라는 노래가 유행이라는데 왜 그런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가수이자 작곡자인 안예은 님을 직접 만나 물어봤다.
‘초통령’ 안예은 문어의 꿈을 꾸다

문어의 꿈은 원래 3집 앨범 트랙 뒷부분에 수록됐던 평범한 곡이었다. 타이틀도 아닌 이 곡을 발매 두세 달 후에 역주행시킨 건 10대들이 즐겨 쓰는 ‘틱톡’의 힘. 문어의 꿈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각종 노래와 영상이 여기저기 퍼지기 시작했다.

안예은
"틱톡이라는 SNS 플랫폼이 있잖아요. 거기에 이제 청소년분들이 도입부를 따셔서 안무를 만드셔가지고 이제 올리신 동영상이 이제 유행을 확 타면서 그래서 너무 놀래가지고 저도 이제 만들어주신 안무를 따라 하고 그러면서 이제 와 원작자 등판! 약간 이렇게 되면서 좋아해 주시는 분들의 연령대가 이제 어린이층으로 갔고”

요즘 초등학생들은 정말로 이 노래에 진심이다. 동요 같은 멜로디와 중독성 강한 후렴구에 꽂혀 떼창을 하고, 가사 하나하나를 그림으로 그리는 데도 열심이다. 초등학생들이 직접 만든 알록달록한 그림 뮤직비디오들은 유튜브에서 수십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노래에 빠진 이유를 작곡자는 뭐라고 생각할까.

안예은
"저도 궁금해서 혼자 생각을 해봤는데 아무래도 색깔 같은 게 직관적으로 나오고 그리고 뭔가 풍경 묘사가 거기 따라붙고. 그리고 제 노래치고 좀 귀여운 면이 있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은 했어요.”

노래의 주인공인 문어는 실제로 잠을 잘 때 피부색이 다채롭게 바뀌는데, 꿈을 꾸면서 색깔이 변한다는 해석도 있다. 노래를 만들 때 예은님도 이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문어가 오색찬란하게 밤하늘을 나는 꿈을 꾼다는 동화적인 상상력이 아이들의 통통 튀는 취향을 저격한 게 아닐까.

그런데 알고 보면 이 귀여운 노래는 원래 우울한 감정의 해우소처럼 만든 곡이다.
안예은
“사실은 이 작곡 의도는 ‘말 달리자’ 같은 노래였어요. 사회에 나와서 뭔가 일을 하고 지친 사람들이 한탄하듯이 부르는 노래라고 생각을 하고 만들었죠”

가사도 뜯어보면 의외로 다크한 부분이 많아서, 작년 어린이날 문어의 꿈을 재발매할 때 발랄하게 수정해야 할까 고민도 했다고.

안예은
"제가 재발매할 때 되게 걱정을 했던 게 어린이들이 따라 부르는 그 후렴구에 춥고 어둡고 차갑고 무섭고 우울하다는 온갖 어둡고 부정적인 단어들이 다 들어있어서 그래갖고 이걸 어떻게 수정을 해야 되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인터넷을 하다가 글을 하나 읽었는데 어린이들한테 무조건 희극만 보여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한다는 요지의 글이었거든요. 어린이들도 비극을 받아들일 수 있고 받아들여야 하고. 그리고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비극에 대해서 어린이들이 막 엄청 충격을 받거나 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수정 없이 원래대로 나와 고유한 독특함이 계속 사랑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

문어의 꿈으로 안예은이라는 가수에 입덕한 초딩들은 다른 곡에도 빠지기 시작했다. 이 초등학교 플레이리스트를 보면 15곡 중 3곡이 예은 님의 노래다. 다른 노래들은 유니크한 사극풍에 가사도 이해하기 쉽지 않을 텐데, 아이들의 습득력이 신기할 따름.

마지막으로 ‘초통령’이 된 예은 님에게 제2의 문어의 꿈을 만들 계획은 없는지 물어봤다.
안예은
"저는 아직 구체적인 생각은 없고요. 근데 다만 동물들 다큐나 서적 같은 거를 찾아보면 워낙 재밌는 얘기가 많아서 또 쓸 거는 같아요. 코끼리들이 기억력이 되게 좋다고 그래서 어느 나라 왕이 코끼리를 죽였는데 그 코끼리 친구가 이제 기억을 하고 복수를 한다거나 이런 설화들이 많아 가지고 그 내용이 계속 떠오르고”

다음번에는 초등학생들이 ‘코끼리의 기억’을 떼창하는 걸 보게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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