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 골목마다 잠든 소문들, 예술로 다시 깨우다

최승희 기자 2022. 3. 2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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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 1. 열여섯부터 일본배를 탔다는 일흔넷의 김명태.

이제는 사라져가는 영도의 소문을 예술로 기록하는 전시 '뜬-소문'이 블루포트2021(영도구 봉래나루로 138)에서 열린다.

각각의 작품 배경이 된 소문은 전시장 입구 '영도 뜬-소문집'에 실었다.

소문1의 '김명태 승천기'는 영도 출신 작가의 가족 이야기를 각색한 설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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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포트2021서 뜬소문展 열려

- 영도할매 속설·배구리기 액땜 등
- 사라져가는 지역의 이야기 담아
- 작가 8명 참여, 작품 10점 선봬

소문 1. 열여섯부터 일본배를 탔다는 일흔넷의 김명태. 어느 겨울 집을 나선 술쟁이 할배는 진짜 명태가 되려고 그랬는지 남항동 바다로 돌아갔다. 이곳 물양장은 밤이 되면 어디가 땅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몰라 술쟁이들이 많이 빠져 죽은 곳. 제삿날 손녀는 생선을 말리고 할배가 좋아하는 술을 가득 부어놓고 요령을 흔든다.(김도희 ‘김명태 승천기’)

부산 영도구 봉래동 블루포트2021에서 사라져가는 영도의 소문을 예술로 기록하는 전시 ‘뜬-소문’전이 열리고 있다. 서정빈 기자


소문 2. K는 원양어선을 탄 지 8개월이 지났다. 며칠 전 아내의 편지 글씨체가 예전과 다름을 발견했다. K의 상상은 극으로 치달았다. 다음 정박지 페루에서 무작정 하산한 그는 비행기를 탔다. 영도 동삼동 중리에 있는 집문을 열었을 때, 아내와 아이들은 점심밥을 먹고 있었다. K는 감격에 겨워 가족을 힘껏 끌어안았다.(옥정호 ‘떴다떴다비행기’)

부산의 섬 영도에는 설화가 많다. ‘영도를 떠나면 3년 안에 망한다’는 영도할매 속설, 배 타기 전 액땜하려고 쇳가루 공을 굴렸다는 ‘배구리기’ 등. 이제는 사라져가는 영도의 소문을 예술로 기록하는 전시 ‘뜬-소문’이 블루포트2021(영도구 봉래나루로 138)에서 열린다. 김월식 예술감독은 “삶과 다양한 사건 사이에 그물망처럼 얽혀 있는 영도의 소문에 집중했다”고 기획 의도를 소개했다.

전시장은 영도 어딘가 있을 것 같은 골목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것 같다. 오래된 간판과 벽타일 방범창 디자인을 패턴화하고, 소쿠리 이불 부표 등 ‘생활사물’을 수집해 ‘소문이 떠도는’ 영도의 골목을 재현했다. 바닥엔 비닐봉지 하나가 굴러다니는데 ‘떠돌아다니는 소문’을 형상화 했다(범준 ‘소문을 실은 배’, 봉지 안에 로봇청소기를 넣어 움직이게 했다).

영도의 바닷소리와 시장소리, 허공에 걸어놓은 각종 말린 생선의 비릿한 냄새는 청각과 후각을 자극하며 현장감을 더했다. 한 켠에 있는 우물에서는 일본 엔카가 흘러나오는데, 예전부터 이곳 사람들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의 라디오 주파수가 잘 잡혀 엔카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전시에는 영도 출신 작가 등 8명이 참여해 10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각각의 작품 배경이 된 소문은 전시장 입구 ‘영도 뜬-소문집’에 실었다. 앞서 소문 1, 2와 같은 페이크다큐 형식이다. 아카이브를 위해 개인의 일상과 서사를 묻거나 전시하기보다 은유와 상상이 가능한 ‘윤리적 서사’ 방법을 택했다.

소문1의 ‘김명태 승천기’는 영도 출신 작가의 가족 이야기를 각색한 설치 작품이다. 전시장 2층 유리창엔 김명태가 염불처럼 읊었던 일본어 선박 지침 활자와 빈 소주병들을 전시하고, 허공엔 빨래 널듯 바닷고기를 직접 말려 달았다. 깡깡이마을 쇳소리를 요령 소리로 해석해 영도에서의 삶과 죽음을 진동하는 역동성으로 묶어내려고 했다.

소문2의 영상 작품 ‘떴다 떴다 비행기’는 영도 출신 작가의 이웃집 소문이다. 작가는 계속해서 비행기를 띄우려고 하는데, 가족을 떠나 멀리 나간 원양어선 선원의 초조함과 복잡한 심경을 2분짜리 영상에 담았다.

김덕희 ‘구르는 배’는 무사항해를 기원하는 바닷가마을 의식을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장갑을 끼고 짐볼 만한 쇠구슬 ‘다마’에 손을 얹어 소원을 빈 뒤 주위를 한 바퀴 굴리면 된다. 1t짜리 이 다마는 영도의 철가루를 모아 만들었다.

강정훈 ‘마린트럭’은 영도 바닷가 영상 패널을 수출용 화물박스에 붙인 뒤 트럭에 실어놓은 작품. 실제 작가는 이 트럭을 운전해 남포동까지 ‘영도 바다를 배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이 외에도 노아의 방주처럼 지켜야 할 영도의 생활사물을 담은 배, 재롱잔치 주민체육대회 등 1980, 90년대 일상이 기록된 비디오를 자개장 안에서 상영하는 ‘장롱 속 영화제’ 등 드로잉 설치 영상 등 다채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영도문화도시센터의 올해 첫 아카이브인 이번 전시는 다음 달 1일까지 운영한다. 무료 관람이며 전시기간 휴관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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