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햇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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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첫 끼니는 햇반이다.
설날 아침의 풍성한 밥상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햇반은 곧 햇밥이고, 햇밥은 새해 첫날인 설날 아침에 먹는 밥이니 굳이 틀린 말도 아니다.
혹시라도 설날 첫 끼에 햇반을 접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도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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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첫 끼니는 햇반이다. 설날 아침의 풍성한 밥상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들릴 것이다. 햇반은 전자레인지에 몇 분 돌려 간편하게 먹는 밥 또는 ‘혼밥’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설날만이라도 온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풍성한 밥상을 맞이해야 한다고 믿는 이들에게 즉석밥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햇반은 곧 햇밥이고, 햇밥은 새해 첫날인 설날 아침에 먹는 밥이니 굳이 틀린 말도 아니다.
누가 이름을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햇반’을 접할 때마다 국어 선생으로서 묘한 애증이 교차한다. 본래 특정 업체의 제품 이름이지만 이미 즉석밥을 가리키는 일반명사가 됐으니 비난과 칭찬을 쏟아부어도 된다. 이 사람은 국어 시간에는 졸았을까? 그해에 난 것을 뜻하는 ‘햇’과 밥을 뜻하는 한자 ‘飯(밥 반)’의 결합은 아무래도 부자연스럽다. 차라리 고유어를 써 ‘햇밥’이라 했으면 조금 더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러한 부자연스러움이 눈길을 더 끈다. ‘햅쌀’로 지은 밥이지만 ‘햅밥’이라고 할 만도 한데 그리하지 않았다. ‘햇반’을 빨리 발음하면 [햅빤]이니 그 효과를 노렸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 모두를 다 알면서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 차원에서 이름을 지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보통 사람의 관점에서는 갓 추수한 벼를 막 방아 찧어서 밥을 지었다고 느끼게 하니 혼밥의 서러움도 달래줄 수 있는 이름이어서 더더욱 잘 지은 이름이다.
그래도 설날 첫 끼는 진짜 햇반을 먹어야 한다. 그것이 떡국이든 쌀밥이든 상관없다. 묵은해에 남긴 밥으로 때우는 것은 너무도 서럽다. 혼자라도 스스로 지어 먹든, 가족을 위해 함께 준비해 먹든 새해 첫날은 새 밥을 먹어야 한다. 혹시라도 설날 첫 끼에 햇반을 접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도 돌아볼 일이다. 새 부대에는 새 술을 담고 새 배에는 새 밥을 담아야 비로소 설날다운 설날이 된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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