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서 쇼츠 혹은 브리프? 디올을 시작으로 와이프로젝트와 엠에스지엠 그리고 루이 비통까지. 속옷이 대세를 이룬 2022년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
아무리 옷맵시가 좋다 하더라도 어릴 적 어머니가 사다 준 것 같은 만화 캐릭터 속옷을 입고 있다면 진정으로 ‘옷 잘 입는 남자’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그렇지 않다. 다행히도 많은 디자이너들이 계속해서 주목할만한 멋진 속옷들을 선보이며 우리들의 구원자로 나섰다. 브리프부터 복서 쇼츠 그리고 복서-브리프까지, 이름이야 어떻든 2022년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 런웨이에는 허리띠 위로 살짝 보이는 속옷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어떤 미적 감성을 가졌는지에 관계없이, 2022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속옷은 거의 모든 브랜드 전반에 걸쳐 존재하는 트렌드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미 캐시미어 운동복 위로 노출된 디올(Dior)의 복서부터 정장과 매치한 루이 비통(Louis Vuitton)과 엠에스지엠(MSGM) 그리고 와이프로젝트(Y/Project)에서 청바지, 스웨트 팬츠 위로 속옷이 살짝 드러난 것 등을 이미 봐 왔다. 앞으로 무수한 브랜드들이 이런 경향을 따를 것이며, 속옷 노출은 이제 공식화된 트렌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일까?
2020년 가을 트위터(Twitter)를 즐겁게 했던 논쟁처럼,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론적으로 모든 사람은 속옷을 입는다. 그러나 릭 오웬스(Rick Owens)의 2021년 가을-겨울 컬렉션에 등장했던 펜타그램 브리프나 와이프로젝트의 로고 복서-브리프 같은 패셔너블한 선택지가 다양하게 있다 할지라도 남성의 속옷은 대게 숨겨져 왔다.
속옷 노출이 등장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지난 몇 시즌 간, 남성의 바지가 편안하게 헐렁한 수준에서 우스울 정도로 크게 진화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에 대한 Z세대의 사랑과 코로나19 동안 증가한 편안하고 큰 사이즈에 대한 수요에 힘입어 거의 모든 디자이너가 바지의 폭을 넓혀왔고, 그 결과 마치 몸통에서부터 뚝 떨어지는 듯한 넓은 바지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쯤 되면 속옷을 보여주는 트렌드가 바지 너비를 이용한 스타일링의 선택 중 하나인지 혹은 그 결과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적절한 예로 느슨한 양모 바지 위로 드러난 엠에스지엠의 2022년 가을-겨울 컬렉션의 회색 브리프, 프라다(Prada)의 2022년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에 등장한 통이 넓은 벨트 바지, 내려 입은 거대한 청바지 밖으로 모습을 보인 발렌시아가(Balenciaga)의 로고 브리프 그리고 셀린느(Celine)의 에디 슬리먼(Hedi Slimane)이 2021년 봄-여름 쇼 ‘더 댄싱 키드(The Dancing Kid)’에서 헐렁한 청바지와 함께 선보인 로고 허리밴드를 들 수 있겠다.
힙합 문화에 기반을 둔 문화적 배경을 언급하지 않고 속옷 노출 트렌드를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버질 아블로(Virgil Abloh)의 루이 비통(Louis Vuitton) 2022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노출된 복서부터 ‘고상한 처짐(gentrified sagging)’으로 트위터에서 화제가 된 그 유명한 발렌시아가 2021년 가을-겨울 컬렉션의 뜨롱프뢰유(trompe l’oeil) 회색 스웨트 팬츠와 노출된 복서 디테일 그리고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멕시코계 미국인들의 로우라이더(lowrider)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은 볼-가운(ball-gown) 치노 팬츠와 매치한 윌리 챠바리아(Willy Chavarria)의 2022년 봄-여름 컬렉션의 샤틴 브리프를 생각해 보라. 이들 모두 유색인종과 현재 패션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90년대 힙합 패션에서 명확하고 직접적인 영감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90년대에도 속옷은 컸다. 그렇기에 속옷 노출 트렌드는 지난 10년에 대한 우리의 집단적인 향수의 일부로 여겨진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알리야(Aaliyah)와 티엘씨(TLC)가 통 큰 청바지에 타미힐피거(Tommy Hilfiger) 복서를 착용한 사진부터 톰포드가 1997년 봄 구찌(Gucci)에서 선보인 끈 팬티, 심지어는 마키 마크(Marky Mark)가 1993년 캘빈클라인(Calvin Klein)의 런웨이에서 공개한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큰 바지와 매 걸음걸이마다 노출되는 속옷을 담은 비디오가 떠오를 수도 있다. 이 이미지는 90년대 아이들의 마음 속에 영원히 새겨져 있다. 지금은 모두 성장하여 다른 이들을 위한 패션을 창조하고 있는 그 아이들 말이다. 이해가 되는가? 추억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것만큼 좋은 건 없다. 게다가, 여성복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미우미우(Miu Miu)의 2022년 봄-여름 쇼만 보더라도 브래지어와 로고 브리프를 드러낸 크롭 스웨터와 작은 스커트의 조합을 볼 수 있다. 트렌드가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현재 패션계에서 의심할 여지 없이 가장 세련되고 멋진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선보인 속옷 노출 패션, 이는 그들의 의상을 향유하는 이들에게 강렬한 성적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 사실 누군가의 속옷을 둘러보면, 틀림없이 좋은 취향에서 오는 관능이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당신이 와이프로젝트의 복서나 미우미우의 브리프를 입은 누군가와 데이트를 한다면, 그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보고 싶어 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게다가, 속옷이 나머지 의상과 어울리지 않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속옷은 왜 항상 가려져 있어야 하는가? 지난 22일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킴 존스(Kim Jones)는 2022년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에서 회색 캐시미어 운동복 바지 위로 샤르베 스타일(Charvet-style)의 면 복서를 선보였다. 그는 “쇼만을 위한 의상이 아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적절한 속옷이다.”라고 말하며 디올 고객들의 요청이 있었음을 전했다. 또한 “사람들은 양말, 속옷을 포함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디올로 장식하고 싶어한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디올이라니, 종합예술이 아닐 수 없다.
궁극적으로는 속옷에 대해 좀 더 신경을 쓰는 것에서 오는 성취감과 일체감이 있다. 또한 당신이 정말 좋은 속옷을 사고 그것을 자랑하고 싶어 한다고 해서 누가 비난할 수 있겠는가? 릭 오웬스의 펜타그램 브리프든 디올의 면 복서든 상관없이, 핵심은 몸의 가장 은밀한 부분을 런웨이 의상으로 가리는 것만큼 섹시함을 느끼게 하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앤디 워홀(Andy Warhol)이 터틀넥 안에 다이아몬드를 착용하여 내면을 좀 더 아름답게 느껴지도록 한 것처럼 말이다. 2022년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에 등장한 브리프의 허리밴드 노출도 마찬가지다.
Editor José Criales-Unzueta
Translated by Jang Jaehyuk, Kim Sangt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