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K스퀘어의 자회사 SK쉴더스가 기업공개(IPO)를 철회했습니다. SK쉴더스는 2021년 3월 SK스퀘어의 자회사인 SK인포섹이 다른 자회사 ADT캡스를 흡수합병해 출범한 보안 전문 기업입니다. ADT캡스는 물리적인 보안을 담당하고, SK인포섹은 사이버보안에 강점을 보이는 회사였습니다.
SK스퀘어 측은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물리보안과 사이버보안 역량을 두루 갖춘 보안 전문 기업으로 재탄생했다고 강조했습니다. 2022년 5월 중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죠.
그런데 말이 달라졌습니다. SK쉴더스는 5월 6일 금융감독원에 기업공개(IPO) 철회신고서를 제출하고, 유가증권시장 상장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습니다. 모회사 SK스퀘어가 수개월 동안 SK쉴더스의 상장을 위해 공을 들였지만, 회사는 고평가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SK쉴더스는 전체 매출 가운데 물리보안 매출 비중이 59%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비교기업에 물리보안 업체 2곳, 사이버보안 업체 3곳을 넣어 기업가치를 부풀리려 한다는 지적을 받았죠.

SK쉴더스는 지난 5월 3~4일 이틀간 국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했습니다. 회사 측의 희망 공모가는 최저가가 3만1000원 수준이었는데요, 수요예측을 해보니 2만원대 중후반으로 나타났습니다. SK 측은 쉴더스의 공모가 하단 기준 시가총액이 3조원대는 될 거라 예상했지만, 막상 패를 까보니 2조원대 중반대에 머무를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사실 수요예측 전부터 재계에서는 SK쉴더스의 상장 계획에 대해 말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 1위 보안업체 에스원의 시가총액이 2조6000억원대인데, 예상 시총을 3조원대로 산정한 것부터 과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회사도 이런 논란을 의식해 4월 22일 정정신고서를 내고 비교기업군 안에 있는 물리 보안업체와 사이버 보안업체 수를 조정했습니다. 다만 희망 공모가 밴드는 그대로 유지했죠. 요즘 주식시장이 강세장도 아닌데 콧대가 너무 높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결국 흥행 실패를 우려해 상장 일정을 미루게 됐습니다.
◇‘따상’, ‘따상상’은 옛말?
불과 1~2년 전만 해도 상황은 이렇지 않았습니다. 2020년 7월 기업공개에 나선 SK바이오팜이 전에 없던 기록을 세우면서 공모주 청약 열풍을 불러왔습니다. SK바이오팜은 상장 이후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쳐 ‘따상상상’이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따상이란 공모가의 2배로 시초가가 결정된 뒤 상한가를 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공모가의 2배로 시초가가 형성된 이후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치면 따상상상입니다. 유가증권에서 따상상상 사례가 나온 건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SK바이오팜 이후 IPO에 나선 기업도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2020년 9월 상장한 카카오 계열사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후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쳐 ‘따상상’에 성공했고, BTS(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옛 빅히트)와 SK바이오사이언스는 ‘따상’을 했습니다.
이처럼 기업공개 이후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연달아 나오자 일부 투자자들은 공모주 청약을 ‘돈 복사기’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기업 가치와 상관없이 청약에 돈을 넣기만 하면 돈이 몇 배로 불어나니, 돈을 복사해 주는 장치나 다름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뒤 너도나도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일각에서 공모주 청약 인기가 과열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우려는 현실이 됐습니다. 2021년 5월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 공모주 청약에 당시 사상 최대 금액인 80조9000억원이 몰렸는데요, 이 회사는 상장 첫날 시초가보다 5만5500원(26.4%) 내린 15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따상에 실패하자 급하게 주식을 팔아치우는 투자자가 나오면서 주가 급락을 피하지 못한 거죠.
단군 이래 최대 대어(大魚)로 불렸던 LG에너지솔루션도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시초가가 공모가(30만원)의 두 배에 못 미치는 59만7000원으로 결정되었고, 주가는 시초가 대비 15.41% 내린 50만5000원에 거래를 마쳐 따상에 실패했습니다. 상장일에 코스피 시가총액 2위 자리에 오르긴 했지만, 많은 투자자가 기대했던 기업공개인지라 실망감도 컸죠. 기업공개가 ‘돈 복사기’라는 건 옛말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이유입니다.

◇애플∙테슬라 등 미국 대장주도 빌빌대는데…
2022년 들어 복잡해진 경제 상황은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자금을 빠져 나가게 만들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문제가 생겼고, 미국 정부는 가파른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 서학개미들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했던 기업들의 주가가 고점 대비 수십퍼센트씩 하락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더 커졌습니다. 일각에서는 지금이 2000년 닷컴 버블이 붕괴하기 직전과 비슷한 상황이라며 주식 시장에서 발을 뺄 때라는 경고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시황 변화로 이미 SK쉴더스에 앞서 현대엔지니어링, 보로노이나 대명에너지 등이 상장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2022년 상장할 예정이라고 밝힌 기업은 SK쉴더스뿐 아니라 원스토어, 컬리, 쏘카, 현대오일뱅크, 카카오모빌리티, CJ올리브영 등 여럿인데요, 이들 기업은 거시 경제 불확실성을 이유로 상장 계획을 다시 저울질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예정대로 2022년 중 상장을 하는 기업이 나올 수 있고,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확실한 건 이제 기업공개를 ‘돈 복사기’처럼 쓸 수 없다는 겁니다. 투자업계에서는 “앞으로는 기업 가치를 제대로 분석해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지 않으면, 잃는 투자만 되풀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옵니다.
☞기업공개(IPO)
Initial Public Offering의 준말. 기업이 일정 목적을 가지고 자사 주식과 경영내용을 공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이 상장 절차를 밟기 위해 행하는 외부 투자자들에 대한 첫 주식 공매를 뜻한다.
☞흡수합병
흡수합병(吸收合倂)이란 합병하는 두 회사 중 하나가 존속하고 다른 회사가 소멸해 존속회사에 흡수되는 합병 방식 중 하나. 병탄합병이나 존속합병이라고도 부른다. 당사 모두가 소멸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신설합병(설립합병)과 대비된다. 흡수합병을 하려면 회사 간 합병계약서를 써야 하고,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에 의한 승인을 얻어야 한다. 적자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업이 우량기업에 흡수되는 경우가 많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