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20대 여자, '부유하는 심판자'

시사IN 편집국 2022. 2. 21.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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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 마음을 다치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지음, 나름북스 펴냄

“‘신체 따로 정신 따로’가 아니라 신체와 정신이 함께 작동한다는 시각에서 건강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정신 건강을 까다롭게 정의한다. “개인이 자신의 고유한 능력을 자각하여 정상적인 일상의 스트레스를 처리할 수 있으며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고,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상태.” 2018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 4명 가운데 1명은 일생에 한 번 이상 경증을 포함한 정신질환을 겪는다. 그럼에도 환자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아 조기 치료가 어렵다. 저자들은 노동자가 임금을 받고 노동력을 제공한다고 해서 안전이나 인격, 권리 모두를 포기한다는 뜻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상처받지 않는 직장의 요건을 세세히 설명하고, 노동자에게 어떤 법적 권리가 있는지 알려준다.

 

 

 

 

신데렐라 내러티브 하마모토 다카시 지음, 박정연 옮김, 효형출판 펴냄

“‘옛날 옛적에…’라는 표현은 오랜 시간 많은 이의 입을 거쳐 내려왔다는 증표가 된다.”

콩쥐팥쥐(한국), 누카후쿠와 고메후쿠(일본), 예시엔(중국), 한치 이야기(인도), 아름다운 헤나(예멘), 양모 소녀(터키), 샹드리용(프랑스)…. 가장 오래된 신데렐라 서사는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기록된 ‘로도피스의 신발’로 볼 수 있다. 기원전 5~6세기에 시작된 신데렐라 이야기는 전 세계 전래동화 속에 숨어 있다. 민속학자 안나 비르기타 루트는 이를 ‘신데렐라 사이클’이라고 이름 붙인다. 최초의 이야기가 여러 형태로 이어져왔다는 의미다. 가장 유명한, 그리고 ‘가부장적인’ 유럽의 신데렐라 서사는 수많은 이야기의 계보 중 하나일 뿐이다. 각 이야기에는 당대의 생활과 풍습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미국인 이야기 1~3 로버트 미들코프 지음, 이종인 옮김, 사회평론 펴냄

“혁명은 경제에서 시작된다.”

4년마다 시행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볼 때마다 ‘글로벌 패권국이자 최고 수준의 민주주의 선진국이라는 미국의 선거제도가 왜 저 모양이냐’라고 혀를 차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한 국가의 제도와 시스템은 그 나라의 복잡다단한 역사를 통해 나름대로는 합리적으로 형성되고 작동하는 법이다. 미국을 이해하려면 이 나라의 역사를 알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제국의 변방에서 신대륙의 주인으로 두 번 태어난 미국인의 탄생과 건국까지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다룬다. 종전 후 기나긴 토론과 협의 끝에 헌법을 제정하며 국가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유머와 재치를 곁들여 재미있게 서술한다.

 

 

 

 

20대 여자 국승민·김다은·김은지·정한울 지음, 시사IN북 펴냄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는, ‘부유하는 심판자’에 가깝다.”

2019년 〈시사IN〉은 ‘20대 남자 현상’을 기획했다. 208개 문항의 웹 조사를 통해 20대 남자들이 자신을 약자로 인식한다는 사실을 밝혀 화제를 모았다. 20대 여자 쪽에서도 의미 있는 데이터가 모였지만 유의미한 가설을 만들지 못했다.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 여성의 15.1%가 여야 정당에 투표하지 않았다. 더는 미룰 수 없었다. 지난해 8월 나온 ‘20대 여자’ 기획기사가 이 책의 시작이다. 238개의 질문을 통해 20대 여성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악했다. 특히 주목한 것은 새로운 정치 전선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태도를 통해 나뉘는 정치 지형의 새 결을 가늠했다. 한 세대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아픈 몸, 무대에 서다 나드 외 지음, 조한진희·다른몸들 기획, 오월의봄 펴냄

“저항적 질병 서사는 질병권 운동의 첫걸음.”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는 말이 덕담으로 회자되는 사회에서 아픈 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책의 원천은 시민 연극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이다. 그 전에 아픈 몸들의 모임이 있었다. 질병 서사를 글로 쓰는 작업을 했다. 건강이 스펙인 사회에서 아픈 몸은 자기 관리에 실패했다는 증명이다. 모든 욕망과 꿈은 건강을 회복한 뒤로 유보된다. 저자 6명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잘 아플 권리(질병권)에 대해 말한다. 스스로도 ‘완치와 투병의 중간쯤’에 살고 있는 조한진희 여성·평화·장애운동 활동가가 기획했다. 그는 아픈 몸 앞에 회복이나 실패 두 가지 길만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2146, 529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노동자의 죽음 노동건강연대 기획, 이현 정리, 온다프레스 펴냄

“50대 노동자가 철근 더미에 깔려 숨졌다.”

이 책의 제목에는 죽음이 배어 있다. 각 숫자들 뒤에 ‘명’이라는 단위를 붙여서 다시 책 제목을 읽으면 불안한 느낌이 든다. 2146명은 2021년 1년간 산재로 목숨을 잃은 사망자 수이고, 529명은 사고 사망자 및 과로 사망자 수다. 다만, 이 숫자들은 산재보험으로 인정된 사망자 수만 집계했다는 점에서 부족하고 불완전하다. 이 책은 ‘오늘 일하다 죽은 노동자들’이라는 트위터 계정에 기대어 기획되고 만들어졌다. 육하원칙에 따라 작성된 신문에 죽음의 기록들이 있다. 그 기록들을 하루하루 옮겨 적었다. 추락하고, 부딪히고, 깔렸다는 동사는 얇은 책 안에서 반복된다. 이 책은 작고 네모난 장지(葬地)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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