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아이 낳을 13세 구한다"..현수막만 붙여도 성범죄 처벌 가능한 근거는

이가영 기자 2022. 3. 1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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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현의 형사판] 형사법 전문가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와 함께하는 사건 되짚어 보기. 이번 주 독자들의 관심을 끈 사건에 관해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가 분석합니다.

남성 A(59)씨가 지난 8일 오후 3시쯤 대구 달서구의 한 여자고등학교 인근에서 자신의 트럭에 부적절한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걸었다. /뉴스1

대구 달서구에 있는 여고들을 돌아다니며 ‘할아버지 아이 낳고 살림할 희생종 구한다’는 부적절한 내용의 현수막을 내건 남성 A(59)씨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A씨는 지난 8일 현행범 체포돼 문제의 현수막을 압수당했고, 일주일 후 또 다른 여고 앞을 배회하다가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제지당했는데요. 그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임신하기에) 13세도 충분하다”며 “종의 개념으로 나한테 네네 해야 한다. 조선 시대, 고려 시대에는 10대 여성과 60~70대가 결혼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A씨는 “부모와 상의 된 사람만 만난다”며 자신의 행동이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인데요, 정말 그의 말처럼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요?

◇A씨의 주장, 문제가 많아 보이는데요. 형사법적으로 살펴봐 주세요.

먼저 “희생종 하실 13~20세 사이 여성분 구합니다”라는 현수막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옥외광고물법 제5조 2항에서는 ‘음란하거나 퇴폐적인 내용 등으로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광고물’, ‘청소년의 보호·선도를 방해할 우려가 있는 광고물’, ‘인종차별적 또는 성차별적 내용으로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는 광고물’을 표시하거나 설치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합니다.

현수막의 내용이 청소년 보호를 방해할 우려가 있어 보이고, ‘희생종’이라는 대목은 미풍양속 및 성차별적 내용을 담고 있어 보입니다. 따라서 옥외광고물법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여부도 살펴봐야 하는데요, 이 부분은 조금 정치적인 법적 판단이 요구됩니다. 이 노인이 찾는 13~20세 여성은 청소년에 해당합니다. 청소년성보호법 제7조 5항에서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아동·청소년을 간음하거나 아동·청소년을 추행한 자’를 처벌하고 있고, 제7조의 2에서는 ‘예비’한 경우도 처벌하고 있습니다.

이 노인은 청소년과 결혼해 ‘희생종’으로 부리고 임신 후 출산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이 부부 관계를 거부할 경우 위력을 행사해 간음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여기서 위력은 사람의 의사를 제압할 수 있는 유형적·무형적인 힘을 말합니다.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이용해 의사를 제압하는 때도 포함합니다.

노인의 결혼 목적과 의도를 고려한다면 예비죄 적용도 가능해 보입니다.

◇미성년자의제강간죄는 어떤 경우 성립하나요?

형법 제305조 1항은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간음 또는 추행’한 경우 처벌하고 있는데요. 만 12세 아동의 완전한 동의하에 성행위를 했어도 형법상 강간죄에 준해서 처벌하고 있습니다. 만일 13세 미만의 아동의 동의 없이 폭력으로 성행위를 했다면 성폭력처벌법 제7조에 따라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합니다.

◇13세 이상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에 대한 간음죄도 신설됐다고요?

네. 청소년성보호법 제8조 2에 따라 19세 이상의 사람이 13세 이상 16세 미만인 아동·청소년의 궁박(窮迫)한 상태를 이용해 해당 아동·청소년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경우 처벌하는 규정이 신설됐습니다. 즉, 19세 이상의 사람이 이 나이에 해당하는 청소년의 경제적 어려운 상태를 이용해 동의를 받고 성행위 혹은 신체 일부를 만지는 추행을 했어도 처벌됩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요?

자신의 딸보다 어린 손주 나이의 13세와 노예혼을 진심으로 계획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미 이러한 행동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는 중에도 또 이런 행동을 반복했다는 점입니다.

◇경찰의 구속영장 청구,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형사소송법 제70조 2항에서는 구속영장 발부 필요성 판단에는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를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왜곡된 성차별적 생각을 하는 노인의 주장을 등하굣길에 접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이미 노인 스스로 재범의 위험성을 입증했고, 모든 청소년이 잠재적 피해자로서 위해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법원은 현명하게 판단해주시길 희망합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법무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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