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복 예쁘니 뺏고싶나"..BTS·블랙핑크 한복 만든 30대 CEO의 일침

서울, 전주(전북)=최경민 기자 2022. 2. 1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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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터뷰 : ZZINTERVIEW]6-①당찬 MZ세대 한복 디자이너 황이슬과 김단하

[편집자주] '찐'한 삶을 살고 있는 '찐'한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유명한 사람이든, 무명의 사람이든 누구든 '찐'하게 만나겠습니다.

황이슬 리슬 대표와 김단하 단하주단 대표/사진=리슬, 이기범 기자

"중국의 한복공정은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보인다. 어쩌다 한번 잘못된 판단으로 나온 게 아니다. 장기간에 걸쳐 국가적으로 개입돼 온 것이다. 정치적 의도가 강하게 서려있다.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황이슬 리슬 대표)

"나는 한복을 만드는 사람이다. 중국 시장을 포기해도 좋다. 최근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나서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한복 디자이너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 제외하고 다른 시장을 넓혀가면 된다."(김단하 단하주단 대표)

지난 16일 전북 전주의 사무실에서 만난 황이슬 대표(1987년생)와 서울 종로 사무실에서 만난 김단하 대표(1990년생)는 단호하게 이 같이 말했다. 두 사람은 국내를 대표하는 젊은 한복 디자이너들이고 생활한복의 정착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는 청년 사업가들이다. 황 대표는 BTS(방탄소년단)의 한복을, 김 대표는 블랙핑크의 한복을 디자인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들은 이번 '찐터뷰'를 통해 한 목소리로 중국 한복공정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인터뷰를 앞두고는 사업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이기에 중국 사람들의 행태를 직접적으로 비판한다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우려했었고,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져봤다. 기우였다. 그런 생각을 가졌던 게 옹졸하게 느껴질 정도로 젊은 한복 디자이너들의 생각은 확고했다. 부끄러운 마음을 가진 채 당찬 그들과 인터뷰를 이어갔다.
"야금야금 야욕 드러낸 中…예쁘니 뺏고 싶은 심리?"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맞아 한복공정은 더욱 노골화됐다. 중국 내 소수민족 '조선족'이 입는 옷임을 내세워서 한복을 올림픽 개회식에 선보이기도 했다. "소수민족의 전통 복식인데 뭐가 문제냐"는 게 중국 측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황이슬 대표는 "이게 일회성으로 한 게 아니다. 여러차례에 걸쳐 야금야금 야욕을 드러내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한복을 자신들의 문화로 간주하는 듯한 입장을 보여온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고, 이번 동계올림픽 개회식은 이런 기조의 연장선에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황이슬 리슬 대표/사진=리슬 제공

실제 중국 인사들은 한복(韓服)이 중국 전통 한푸(漢服)의 아류라는 말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최근 '킹덤' 등 우리나라 한복의 아름다움을 뽐낸 콘텐츠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자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졌다. 한복을 똑같이 따라한 듯한 복장을 한푸로 내세우고, 이를 중국 사극 드라마 등 콘텐츠 속에 노출하는 장면도 적잖은 상황이다.

김단하 대표는 이런 현상에 대해 '견물생심(見物生心, 물건을 보면 그것을 가지고 싶은 욕심)'이라는 말을 인용했다. 그는 "우리 콘텐츠들이 세계적으로 흥행하니까 그게 좀 부러웠던 거 같다. 예쁘니 일단 뺏고 싶은 걸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겨서 될 문제가 있고, 안 될 문제가 있잖나. A를 A라고 해야 하는데, B라고 하니까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 지 참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복'과 '한푸', 뭐가 다른가?
한복과 한푸는 명백하게 다른 옷이라고 두 디자이너는 못박았다. 황이슬 대표는 "한복은 북방계 복식으로 저고리(상의)와 바지(하의)가 분리돼 있다. 실용성을 앞세운 구조"라며 "중국의 한푸는 일체형, 원피스형 구조의 옷이 많다. 소매의 경우 넓고 크며, 여유있는 풍성함을 준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김단하 대표는 "한푸의 경우 옷의 전체적인 실루엣이 좁고, 치마를 끝까지 올려입으면서, 전체적으로 노출이 좀 있는 이미지"라며 "한복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형태다. 차이점이 너무 많다. 한복의 경우 끈으로 여며서 입게 돼 있는 형태다. 특유의 여밈 등, 우리나라 복식만이 가진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고 힘을 줬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한복공정에 나선 태도는 상대 문화에 대한 존중 부족에 기인한다는 게 두 디자이너의 생각에 가깝다. 동아시아에서 한국·중국·일본 3국의 경우 상호영향을 주고 받아오면서, 각자 독자적인 문화를 발전시켜온 역사가 있는 게 사실. 복식 문화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이를 무시하고 "다 우리가 원조"라고 주장한다면 누가 이를 받아들이겠냐는 것이다.

김단하 단하주단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황이슬 대표는 "명나라 시대 옷 중 일부가 고려말, 조선초 옷이랑 닮아있다. 이건 인접한 나라끼리 의복을 교환하는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중국은 그렇기에 한복이 한푸의 한 가지 종류라고 주장하는 것인데, 그런 주장에는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단하 대표는 "중국의 한푸는 한푸 나름대로 예쁘다. 학술대회 때문에 시안 같은 곳을 가보면 박물관에 어마어마한 당나라 시대 옷들이 있더라"라며 "예쁜 자기들 옷을 좀 잘 부각시켰으면 한다. 왜 좋아보이는 건 다 자기들 것이라 하나"고 밝혔다.
MZ세대에게 '힙'해진 한복…中 억지가 오히려 기회?
한복공정에 대응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본질적으로는 우리나라가 '주인다운' 모습을 보이는 게 최선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애국' 기조로 한복을 입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두 젊은 디자이너는 꼬집었다. 한복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넘어 생활 속에서 실용적으로 입을 수 있도록 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의 기류는 긍정적이다. 지금까지 명절이나 결혼식 등 특별한 날에만 예복처럼 한복을 입었다면, 평상복으로도 한복이 소비가 되기 시작하고 있다. 그것도 젊은 MZ세대를 중심으로. 황이슬 대표와 김단하 대표는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생활한복 매출의 50% 이상이 2030세대로부터 나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생활 속에서 어느 정도 입을 수 있을 정도로 한복의 이미지 개선이 우선 이뤄졌다는 평가다. 젊은 디자이너들의 활약 속에 한복 역시 업그레이드를 거듭했다. 특히 BTS(방탄소년단)와 블랙핑크 등 셀럽들이 수 년 전부터 한복을 스스럼없이 입는 모습을 보이며 한복이 '힙'한 콘텐츠로 거듭나고 있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이후 한복공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배우 박신혜, 소녀시대의 효연, 가수 청하 등이 한복을 입고 인증샷을 찍는 '한복 챌린지'를 자발적으로 한 것 역시 이런 기조를 심화시켰다.

배우 박신혜의 '한복 챌린지'/사진=박신혜 인스타그램

황이슬 대표는 "중국의 저런 태도로 인해 한복이 오히려 관심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복을 필연적으로 우리나라 옷이라고만 생각하고, 정작 체험할 기회가 적었던 게 사실"이라며 "한복을 입어본 적 없는 사람들이 '한번 입어볼까?'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한복이 생활 패션 속에서 하나의 장르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단하 대표는 "한복 브랜드가 아니라 하나의 패션 브랜드처럼 되는 것을 추구한다. 나는 한복을 실생활에 맞게 디자인하며 만들고, 고객이 그걸 마음에 들면 사는, 그 정도면 된다"며 "한복이 너무 '힙'하고 유행타는 이미지로만 가는 것은 경계하고 싶다. 한복을 특수복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입는 옷의 한 갈래로 볼 수 있게 된다면 좋을 거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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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주(전북)=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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