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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개발자 출신의 투자 좀 한다는 사람들 열광시킨 아이디어

조회수 2022. 4. 4. 08: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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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투자 상품 통합 플랫폼 프랩 개발기
창업 기업은 한 번쯤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등 큰 시행착오를 겪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지납니다.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력, 서비스를 갖고 있다고 해도 생존하기 어려운데요. 잘 알려지기만 하면 시장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중소기업이 죽음의 계곡에 빠지게 둘 순 없습니다. 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투자라는 말을 들으면 주식, 부동산, 펀드 등 전통적인 투자 상품을 떠올리기 쉽다. 요즘은 대체투자가 인기다. 대체투자는 전통적인 투자 상품이 아닌 그림, 음악, 시계 등에 투자하는 행위다. 코로나19 이후 불어닥친 투자 열풍과 새로운 것에 열광하는 2030대의 성향이 맞물린 결과다.

박아윤 타르트 대표. /더비비드

핀테크 스타트업 '타르트'는 조각투자, NFT, 스니커즈 리셀 등 대체투자 상품을 한 데 모은 플랫폼 ‘프랩’을 운영하고 있다. 각 대체투자 상품의 최저가를 정렬해 보여준다. 타르트의 박아윤(27) 대표를 만나 대체투자에 주목한 이유를 들었다.

◇남들보다 일찍 입사, 남들보다 늦게 입학한 사연

대체투자 플랫폼 프랩은 비상장 주식, 스니커즈 리셀(신발 되팔기),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한 토큰), 스타트업 펀딩, P2P(개인 간의 거래), 조각 투자(그림, 음악, 소 등 특정 상품의 분할된 소유권에 투자하는 것) 등의 대체투자 상품을 한 데 모은 것이다. 원하는 상품을 클릭하면 바로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연결된다. 누적 조회 수는 110만회에 달한다.

프랩 웹 사이트에서는 6가지의 투자 종류를 만나볼 수 있다. /프랩 웹 사이트 캡처

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감명 깊게 본 후 마크 저커버그 같은 창업자를 꿈꿨다. 2011년에 IT 특성화고인 선린인터넷고등학교에 입학해 해커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2013년 고3의 나이로 스타트업 '뱅크샐러드'에 개발자로 입사했다. “창업에 관한 관심을 학교에 표출하니 선생님이 뱅크샐러드를 소개해주셨어요. 운 좋게 입사에 성공해서, 카드 추천 서비스와 관련한 백 앤드 개발(back-end. 웹 사이트 서버 관리와 개발 업무)을 담당했어요. 10개월을 근무했는데요. 어린 마음에 지쳐서 퇴사한 후 다른 길을 찾았습니다.”

뱅크 샐러드 등 다양한 스타트업에서 재직했다. /더비비드

2014년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프린팅 서비스 기업 애드투페이퍼에 개발자로 입사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소액 대출 서비스 ‘애딧페이’를 개발했어요. 애딧페이는 최소 5만원에서 최대 50만원까지 소액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인데요.  개발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여한 덕에 테크니컬 리더(개발, 기술적인 영역) 자리까지 올랐어요. 2016년 퇴사할 때까지 개발을 총괄했죠.” 이후 도도포인트로 유명한 '스포카'와 게임 회사 넥슨을 거쳤다.

열심히 근무하던 중 건강에 적색 불이 켜졌다. “발작성 빈맥증 판정을 받았어요. 일종의 부정맥(발작성으로 빠른 빈맥이 발생했다가 다시 정상적으로 바뀌는 질환) 질병인데요. 증상이 나타날 때 바로 병원에 가야 할 정도로 심했는데, 회사에 다니면 그렇게 못하잖아요. 결국 사회생활을 잠깐 그만두기로 했어요.”

건국대 재학 시절의 모습과 넥슨 사원증. /본인 제공

병세가 나아진 뒤 2018년 건국대 산업경영공학부에 입학했다. 늦깎이 대학생이 된 것이다.  “스타트업, IT 대기업 등 다양한 조직에 몸담아 보니 직접 창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발자, 엔지니어 등 공학 분야에서만 경력을 쌓았으니 비기술적인 분야를 공부해야겠더라고요. 그래서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공학과 경영을 접목한 산업경영공학부에 진학했습니다.”

어릴 때 쌓은 사회 경험은 성공적인 대학 생활의 디딤돌이 됐다. “교내 각종 창업 대회에서 수상하며 창업 장학생으로 선발됐습니다. 이후 IT 동아리 ‘위트’를 설립했어요.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가 한 팀이 돼 IT 서비스를 만드는 동아리였죠. 시니어 개발자로서 대학생들에게 멘토링을 하기도 했습니다.”

◇중학생 때 주식으로 용돈벌이한 경험 살려 아이디어 구상

/더비비드

즐겁게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창업 기회를 노리던 중, 흥미로운 현상이 눈에 들어왔다. “중학생 때부터 주식으로 용돈을 벌었을 정도로 투자에 관심이 많아요. 금융, 투자 영역의 뉴스는 챙겨 읽는 편이죠. 2021년부터 다양한 분야의 조각 투자, P2P, NFT 등의 대체투자가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각 항목별 정보가 산재돼 있어서 정보 습득이 쉽지 않았어요. 대체투자 상품을 한 데 모은 플랫폼을 만들면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국가 창업 지원 사업인 예비창업패키지를 통해 2019년 타르트의 전신 격인 윈터랩스 법인을 설립했다. “당장 시도할 수 있는 것부터 가볍게 출발했어요. 2021년 8월에 비상장주식과 스니커즈 리셀 정보를 한 데 모은 웹페이지 서비스 ‘13번째 월급날’을 가오픈 했는데요. 반응이 뜨거웠어요. 베타 버전을 올리자 마자 각종 벤처 투자사로부터 연락이 와서 정식 론칭 전에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현재 프랩의 전신 격인 13번째 월급날의 반응은 뜨거웠다. /더비비드

자신감을 얻어 투자 상품 종목을 확대하기로 했다. 법인명은 '타르트', 서비스명은 '프랩'으로 변경했다. ‘핀테크랩(Fintech Lab·핀테크 연구소)’을 줄인 FLAP을 같은 발음의 PRAP으로 바꾼 이름이다.

“기존의 대체투자 플랫폼이나 특정 시장이 지닌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점을 뒀어요. 예컨대 요즘 핫한 스니커즈 리셀의 경우 거래 플랫폼이 많아서 가격을 비교하기 쉽지 않아요. 각 플랫폼에 올라간 정보를 한 데 모은 ‘플랫폼들의 플랫폼’이 필요하다 판단했죠. 돈을 모아 빌려주는 개인과 개인 간의 거래인 P2P의 경우 상품 수가 셀 수 없이 많아요. 이용자가 비교하는 게 불가능한 수준이죠. 이 외에 요즘 인기인 미술품, 와인, 시계 등의 조각투자, 비상장 주식 관련 정보도 플랫폼에 포함했습니다.”

-위험한 투자 자산들 아닌가요.

“투자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엄격한 기준을 기반으로 프랩에 공개할 투자 플랫폼을 선정합니다. 비상장 주식의 경우 서울거래 같이 정부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을 받은 곳을 연결하고 있어요. P2P 상품 관련 정보도 금융위원회에서 온라인투자 연계금융업에 등록된 업체의 상품만 제공하고 있죠. 검증된 업체들 중에서도 시장 규모, 연체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고, 사용자들의 평이 좋은 곳들을 선별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개별 대체투자 상품에 직접 접촉하는 것보다 저희 플랫폼을 통하는 게 더 안전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저희가 일종의 ‘1차 거름망’ 역할을 하는 셈이죠.”

◇2030 사이에서 인기

프랩 웹 사이트. /프랩 웹 사이트 캡처

2021년 9월 프랩 서비스를 출시했다. 프랩 웹 사이트에 접속하면 비상장 주식, NFT, 조각투자, 스니커즈 리셀, P2P, 스타트업 펀딩 총 6가지 항목의 투자상품을 볼 수 있다. 그중 관심 있는 투자상품 카테고리를 선택하면 프랩이 선별한 상품들의 즉시 구매가격이 뜬다. 투자상품을 열람할 때 여느 쇼핑몰 사이트처럼 인기순으로 볼 수 있다. P2P나 조각 투자의 경우 투자 진행률이 자동으로 갱신된다. 비상장 주식의 최저가, 조각투자의 진행률도 실시간으로 반영된다.

주 타깃은 코로나19 이후 투자에 눈 뜬 2030이다. “2030들이 코로나 이후 동학개미운동 뿐만 아니라 명품 리셀 열풍도 이끌었죠. 저는 이들의 확장력에 주목했습니다. 2030대 사이에서의 유행이 10대와 4050대 등의 주변 세대에게도 전파될 거라 확신했죠. 그래서 ‘나에게 맞는 스니커즈 찾기’ 등 2030대의 눈높이에 맞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투자 트렌드를 잘 겨냥한 덕분에 소비자 뿐만 아니라 투자업계의 관심까지 받고 있다. “요즘 먼저 제휴 제안을 하는 투자업체가 많아요. 저희를 통해 이용자와의 접점을 확대할 수 있으니까요. 예컨대 저희와 손잡은 비상장주식 거래소는 미술품이나 스니커즈 리셀 투자자를 잠재 소비자로 확보할 수 있죠. 이용자 반응도 좋아요. 최저가 상품을 찾기 위해 여러 사이트를 전전할 필요가 없다고들 말합니다.”

◇대체투자로 출발해 주식까지 망라하는 게 목표

타르트의 멤버 3명은 건국대생으로 박 대표가 설립한 동아리 ‘위트’에서 만났다. /본인 제공

지난 3월 TIPS(팁스)에 선정돼 5억원을 투자받았다. TIPS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기술 창업 투자 프로그램이다. 이외에도 투자 전문 엑셀러레이터 씨엔티테크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엑셀러레이터 크립톤으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았다. 같은 해 청년창업 등을 지원하는 공익 기관인 아산나눔재단 지원 스타트업에도 선정됐다.

“모든 투자 상품을 둘러싼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만약 한 작가의 그림이 매물로 나왔다면 작가 소개 뿐만 아니라 작품관, 그의 작품이 가치 있는 이유 등을 플랫폼 내에서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거죠. 2030대의 경우 타인의 추천을 받고 투자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서 스스로 공부하고 결정하는 풍토를 조성하는데 일조하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서비스를 운영하며 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체투자 상품을 만들 구상입니다.

타르트는 오는 7월 앱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더비비드

오는 7월 앱 서비스도 출시할 계획인데요. 앱을 개발하면 사용자를 더 빨리 유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장의 목표는 1만명인데요. 먼 미래에는 주식까지 아우르는 종합 투자 서비스로 키우고 싶습니다.”

박 대표는 ‘소비자의 수요’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창업자라면 ‘만들고 싶은 제품’에 대한 욕심이 클 텐데요. 시장에서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게 결국 성공의 지름길인 것 같아요.  창업 초기에 정말 많은 투자사의 문을 두드렸는데 모두 거절당했어요. 통장 잔고에는 20만원뿐인, 절망적인 시절이었죠. 프랩을 출시한 이후에는 매주 투자사와 미팅을 해요. 시장 수요를 제대로 잡은 덕이죠. 내가 관심 가지는 영역에서 시장이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신중히 고민해보세요.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김수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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