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형의 책·읽·기] 눈송이 흩날리는 밤 '이절'로의 망명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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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출신 박정대(하단 사진) 시인은 러시아를 거쳐 만주 전역에 흐르는 아무르강 등 북방의 정서를 깊이 그려왔다.
박정대 시인은 "이제 정선은 어릴 때의 그곳과 다르다. 완전히 낯설고 다른 행성 같다"며 "정선에 베이스 캠프를 차려놓고 '이절 국제 영화제', '이절 국제 음악제', '이절 국제 시 축제'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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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겨울 분위기 장시 수록
러시아 가수 빅토르 최 헌사도
"이제 정선은 낯설고 다른 행성
올해 중 고향으로 돌아갈 것"

정선 출신 박정대(하단 사진) 시인은 러시아를 거쳐 만주 전역에 흐르는 아무르강 등 북방의 정서를 깊이 그려왔다. 황해도 출신의 아버지,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난 어머니라는 이주의 가족사를 거친 그의 디아스포라는 눈 먼 보헤미안의 마음, 혹은 아주 작은 눈송이처럼 이내 곧 흩어질 것들의 세계를 눈부시게 노래한다.
박정대 시인이 등단 31년 만에 10번째 시집 ‘라흐 뒤 프루콩 드네주 말하자면 눈송이의 예술’을 펴냈다. 시집 제목 라흐 뒤 프루콩 드네주(L’art du flocon de neige)는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눈송이의 예술’이다. 굳이 이렇게까지 의미가 중복되면서도 긴 제목을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증을 유발하면서도 시집 전반에는 눈송이가 쏟아지는 겨울의 분위기가 깊이 내려앉아 있다.
“왜 좋은지 모르는 사랑스러운 말들에는 혁명이 있고, 망명이 있고, 음악이 있고, 삶이 있고, 철학이 있고, 시가 있다”며 “은근하고 이상한 단 하나의 책”이라고 언급한 속초 출신 함성호 시인의 발문이 격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시집 초반부 ‘예술가는 일종의 사회적 파업 상태에 있다’는 문장을 허투로 넘겨선 안된다. ‘톰웨이츠를 듣는 좌파적 저녁’이라는 시와 “눈이 폭설이 사랑과 혁명이/그대의 시선으로부터/일종의 파업 상태에 있듯이//언어는 말하자면/멀리 떨어진 가장 가까운 눈송이로부터 온다”는 시인의 말이 이와 연관된 심상을 꺼낸다. 300여 쪽에 해당하는 두꺼운 분량에 꽤나 긴 장문의 시들이 실려있어 눈길을 끌기도 한다. 시가 진행되는 중간에 각종 각주와 사진 등이 함께 있어 편집자의 고생도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시 ‘대관령 밤의 음악제’는 32쪽이나 차지한다. 앨런무어가 쓰고 데이비드 로이드가 그린 만화책 ‘브이포 벤데타’의 이미지와도 겹친다. 시인은 실제로 지난 2020년 베토벤의 곡을 주요 레퍼토리로 구성한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심상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브이포 벤데타’의 ‘V’와 베토벤 교향곡 5번의 분위기가 겹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시인은 ‘인터내셔널 포에트리 급진 오랑캐 밴드’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있는데, 한국계 러시아 록가수 빅토르 최의 생애와 그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 분량을 차지한다. “빅토르 최는 이제 막 변화의 조짐이 이는 세상 앞에서 무너진 희망을 상징하는 인물이자 자기 안으로 파고 들고자 하는 자유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표상한다”는 문장은 빅토르 최를 위한 헌사라고 해도 무방하다.
시집 후반부에는 고향 정선에 관한 내용이 다수 수록됐다. 장시 ‘이절에서의 눈송이낚시’가 백미다. ‘이절’은 정선에 있는 마을 지명이다. 시인은 “나도 언젠가 내가 꿈꾸는 곳으로 갈 것이다”라고 언급하며 고향으로의 회귀를 생각한다. 그에게 이절은 “세상의 끝”이기도 하다. “이절에서 시작되어 이절로 끝”나기 때문이다.
시인은 ‘오랑캐략사 리절 외전’을 가장 마음에 드는 시로 꼽았다. “깊은 밤이면 그의 노래를 들으며 시를 썼다/시를 쓰는 동안에도 밤새 이절에는 불꽃들이 타오르고 있었다”고 말하면서도 “세상에 내리는 눈은 언제나 첫눈”이라며 “예술의 반동적 확장의 밤”을 기다린다.

최근 춘천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시인은 올해 중으로 고향 정선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정대 시인은 “이제 정선은 어릴 때의 그곳과 다르다. 완전히 낯설고 다른 행성 같다”며 “정선에 베이스 캠프를 차려놓고 ‘이절 국제 영화제’, ‘이절 국제 음악제’, ‘이절 국제 시 축제’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1990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그는 시집 ‘단편들’, ‘아무르 기타’, ‘불란서 고아의 지도’ 등의 시집을 냈고 김달진 문학상, 소월시 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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