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 '테라' 관련사 등에 수백억원 투자.. 최성환 합류 후 적극적
해시드 펀드에 104억원 투자 등 260억원 MOU도
SK네트웍스(001740)가 최근 가격이 폭락한 가상자산 테라·루나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블록체인 벤처 회사들에 500억원 안팎을 투자했거나, 투자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테라·루나 관련 회사의 재무 상황에 충격이 올 경우 SK네트웍스의 관련 사업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SK네트웍스는 최성환 총괄이 전략기획실장으로 합류한 2019년 1월 이후 블록체인 벤처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최 총괄은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의 아들이다. SK네트웍스는 이른바 ‘코인’으로 불리는 가상자산에 직접 투자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테라·루나를 발행하는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신현성 공동 창업자가 주요 주주로 있는 싱가포르 소재 차이페이홀딩컴퍼니에 총 119억원을 투자했다. 투자대상은 차이페이홀딩컴퍼니의 상장전환우선주로, 2020년 1월 48억원, 2021년 11월 71억원을 투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말 기준으로 SK네트웍스는 차이페이홀딩컴퍼니의 지분 4%를 갖게 됐다. 상환전환우선주는 밴처캐피탈(VC)이 선호하는 투자방식으로, 상환권과 보통주 전환권 등을 갖는 종류주식이지만 때로는 보통주처럼 의결권을 갖기도 한다.

차이페이홀딩컴퍼니는 지난 2019년 가상 화폐인 테라·루나 생태계의 일부로 출범한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앱) ‘차이’를 운영하는 한국 내 법인 차이코퍼레이션의 지배기업이다. ‘차이’는 고객이 앱을 통해 원화로 간편결제를 하면 그 대금이 테라로 환전돼 판매자에게 전송되고, 판매자는 테라로 받은 판매 대금을 원화로 환전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이 같은 결제 방식은 테라-루나 가격 안정화에도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차이의 국내 및 동남아 결제 시장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SK네트웍스는 지난해 11월에는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 전문투자업체인 해시드벤처스의 해시드벤처투자조합2호에 104억원을 투자했다. 해당 펀드의 구체적 포트폴리오는 비공개 상태이지만 해시드벤처투자조합1호와 유사하게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일 것으로 보인다.
해시드는 포트폴리오에 속한 회사들이 테라·루나 생태계와 연동됐을 가능성을 열어 놓고 피해상황을 취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네트웍스는 “물류, NFT 및 메타버스 등을 포함한 블록체인 관련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해시드벤처스의 펀드에 LP(유한책임사원)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는 지난 2월 4일 해시드벤처스와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 발굴 및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투자 협력’ 업무협약(MOU)을 맺고 26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양사는 SK렌터카(068400)와 SK매직의 사업 모델에 블록체인 기술 접목 방안을 함께 찾고, 블록체인 분야 유망 신생기업 투자 기회도 함께 찾겠다고 했다. SK네트웍스는 2월 24일에는 블록체인 기반 물류 스타트업 블록오디세이에 108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블록오디세이는 해시드벤처투자조합1호 투자를 받은 회사로 알려졌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올 2월 발표한 260억원의 투자계획은 작년 11월에 투자한 104억원이 포함된 것”이라며 “중복 계산을 제외하면 실제 투자금액은 487억원”이라고 설명했다.
SK네트웍스의 블록체인 벤처 투자의 중심에는 최성환 사업총괄이 있다. 최 총괄은 최근까지도 신현성씨의 ‘차이’ 관련 뉴스를 꼼꼼히 챙겨보고 있다고 한다. 최 총괄이 SK네트웍스에 온 2019년 1월 이후 SK네트웍스는 카카오(035720)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의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에 합류했고 그 뒤 블록체인 벤처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SK네트웍스의 블록체인 투자의 주요 파트너인 해시드도 2020년 7월부터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에 합류했다.
최 총괄은 지난해 12월에는 SK네트웍스 신규사업 영역으로 블록체인을 선정하고, 블록체인사업부도 신설했다. 임원급 사업부장은 이원희 전 SK매직 상품전략실장에게 맡겼다. 이 부장은 재무·IT 전공이 아니고 상품전략실장으로 SK매직에 합류한 시점도 2018년이라 업계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부장은 서울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전 직장인 LG전자(066570)에 입사해 2017년까지 근무하며 에어컨 개발에 잔뼈가 굵은 엔지니어 출신이다. 이 부장과 최 총괄은 비슷한 시기에 같은 런던 비즈니스 스쿨에서 MBA를 취득했다.
재계에서는 SK네트웍스 지분을 꾸준히 확대하며 그룹 내 입지를 넓히려는 최성환 총괄이 경영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로 블록체인 관련 신사업에 주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K네트웍스는 블록체인 분야 투자 배경에 대해 “당사는 2018년부터 미래 잠재력을 지닌 영역에 대한 시딩 투자를 진행하며 상당수의 글로벌 네트웍을 확보했으며, 블록체인 분야의 성장성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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