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은 정말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맞을까?

히말라야 산맥에 있는 인구 77만의 나라, 부탄을 보라. 드넓게 펼쳐진 대자연 속에 한 점의 근심도 없이 밝게 웃는 사람들의 모습. 이분들은 대자연과 어울리느라 빡빡한 도시에서 회사와 학교, 집만 알고 살지는 않을 것 같다. 유튜브 댓글로 “부탄이 정말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맞는지 취재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10년이 넘도록 잘못된 정보를 사실처럼 알고 있었다. 이 영상은 이를 추적한 결과물이다.

부탄, 정말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일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1위는 어디일까? 의외로 많은 이들이 부탄이라고 알고 있다. 언론 보도를 보자. 이런 보도의 근거는 영국의 신경제재단(NEF)이라는 곳에서 만든 ‘지구촌 행복지수(Happy Planet Index·HPI)’ 발표에서 부탄이 2010년 1위를 했다는 거다. 하지만 이건 잘못된 정보를 담은 가짜뉴스다. 

일단 HPI가 뭔지 알기 전에 이 지구촌 행복지수 순위에서 부탄이 1위를 한 적은 없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자. 왱은 부탄이 1위를 차지한 이유를 찾기 위해 NEF가 발간한 문헌과 데이터를 모두 찾아봤지만 그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HPI 담당자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냈다. 답변은 이렇다. 

HPI
“부탄은 지구촌 행복지수 1위를 한 적이 없습니다(No Bhutan never came 1st in the HPI)”

그러니까 이건 부탄은 단 한 번도 1위를 한 적이 없다는 HPI의 공식 이메일 답장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지금껏 부탄이 지구촌 행복지수 1위를 한 국가라고 알고 있었을까. 시작은 2011년 한 언론 보도에서부터다. 당시 보도는 국민 100명 중 97명이 행복하다고 답변한 덕분에 부탄이 NEF의 행복지수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했지만 이는 HPI 조사와 전혀 관련이 없다. 

실제로 행복하다는 응답 97%가 나온 조사는 부탄 국왕이 직접 창안한 국민총행복지수(GNH) 조사이지 HPI 조사와는 무관하다. 국제적 공신력을 갖춘 기관의 조사에도 이런 내용이 없다. 하지만 1년쯤 지나자 몇몇 언론에서 부탄이 1위를 차지했다는 그 기사를 참고해 보도했고 잘못된 소문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다만 부탄이 과거 HPI 조사에서 순위가 꽤 높았던 것은 사실이다. (HPI 보고서 PDF, 2006년 57p 2009년 61p, bhutan) 부탄은 2006년 지구촌 행복지수 보고서에서 13위, 2009년 보고서에서 17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부탄이 마냥 행복한 나라여서 순위가 높았던 건 아니다. HPI는 앞에서 본것처럼 지구촌 행복지수인데 ① 기대수명 ② 삶 만족도(웰빙지수) ③ 생태 발자국 지수 3가지 항목의 점수를 합산해 발표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생태 발자국 지수인데 이게 뭐냐면 한 사람이 1년간 사용하는 자원의 생산과 폐기에 드는 비용을 토지로 환산한 거다. 

다시말해 인간이 지구에 가하는 환경적 압력의 정도를 따져봤을 때 그 압력이 덜할수록 행복지수가 높아진다. 오세아니아의 작은 나라 바누아투(2006년)나 남미의 코스타리카(2009년, 2019년)가 HPI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부탄도 유독 생태 발자국에서 점수가 높았고 삶 만족도는 조금 괜찮은 수준이었다. 정리하면 부탄이 HPI 1위라는 건 여러모로 잘못된 오류에 기반해 있다는 거다. 

부탄은 2019년 HPI 조사에서는 무려 127위로 떨어졌다. 이건 부탄 국민이 갑자기 불행해져서가 아니라 생태 발자국 수치가 3배 넘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부탄도 점점 국민소득이 늘어나고 산업화하며 오염물질이 배출되고 있었기 때문. 그렇다고 부탄이 불행한 나라라는 뜻은 아니다. 

부탄은 1972년 세계 최초로 국민총행복지수를 창안해 ‘국민 행복’이라는 개념을 구체화한 나라다. 2012년 4월에는 부탄에서 ‘행복과 참 삶’이라는 고위급 회담이 열려 행복의 날(3월 20일) 제정과 관련한 유엔 결의안이 논의되기도 했을만큼 경제적 수치에 근거한 양적 행복이 아닌 질적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행복에 대해 좀 더 공신력 있는 자료를 찾아보면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 해법 네트워크(SDSN)에서 발표하는 순위가 있는데 부탄은 2019년 발표에서 95위를 했다. 2021년 발표에서 1위는 핀란드였고, 다른 북유럽 국가들도 상위권에 올랐다. 한국은 이 조사에서 62위였다. 

행복이란 주관적인 감정을 1등 2등 줄 세우는 게 과연 객관적일 수 있을까. 여러모로 한계가 있음에도 국가간 비교는 계속되고 있고, 이 행복의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경제성장 지표 이외에도 국민 개개인의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 불평등의 감소, 친환경 등 이전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부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우리는 어느 수준에 와 있는가를 돌아보게 된다. 한국은 지구촌에서 행복한 나라일까, 한국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