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Interview] 야바 베이스볼 김동욱 대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다녀온 곳을 향해 다시 한번 발길을 돌린 적 있는가? 혹은 읽었던 책을 다시 펼쳐본 적 있는가? 대게 이미 경험한 일을 다시 하는 이유는 그만큼 깊은 여운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여기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은 프로 생활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야구에 인생을 바치는 이가 있다. 그야말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수술과 기나긴 재활, 그리고 2차 드래프트까지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시도를 했으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그래도 그는 다시 이 길을 택했고, 비로소 밝은 빛이 비치길 시작했다. 비록 지름길로 가지 못해 남들보단 오래 걸렸지만, 굽이굽이 펼쳐진 에움길을 지나 묵묵히 결승점을 향하고 있는 그의 야구 인생이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Yerang Lee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저는 야구 바보입니다
<더그아웃 매거진>과 처음 만나요. 본인 소개 부탁해요.
삼성 라이온즈, KT 위즈에서 12년간 뛴 전 야구선수이자 현재 야바 베이스볼을 운영하는 김동욱입니다. 반갑습니다.
본지를 접해본 적이 있나요?
<더그아웃 매거진>은 어릴 적부터 야구계의 메이저 잡지로 유명했거든요. 출연해보는 게 하나의 목표였어요. 현역 때 표지에 실리고 싶었는데, 간접적으로나마 목표를 달성한 거 같아 기분이 좋네요. 섭외를 받았을 때가 TV 출연하고 이틀 후였거든요. 여러 매체에서 연락이 오길 기다렸는데 그중 하나가 <더그아웃 매거진>이라 더 반가웠어요.
최근 방영된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 삼성 구자욱과 함께 출연했어요. 독자들에겐 트레이닝 센터 대표로 더 익숙할 수도 있겠어요.
이젠 재작년 겨울이네요. 구자욱 선수가 타격 메커니즘에 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저를 찾아왔어요. 비시즌 내내 저와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고, 시즌에 들어서서도 꾸준히 소통했는데, 결과적으로 지난 시즌 커리어 하이로 이어졌어요. 또 이제 새로운 시즌을 준비해야 하잖아요. 2021년을 되돌아보며 얘기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는데 마침 그게 방송 녹화 날이 됐죠. 운이 좋았어요. (방송 후 주변 반응이 궁금해요.) 정말 뜨거웠어요. 제가 현역 시절 가장 잘했을 때보다 더 뜨거웠죠. 사실 선수를 그만두면 매체에 나올 일이 없는데, 오랜만에 얼굴을 볼 수 있어서 반가워하는 분도 있었고요.
언제부터 지도자로서 타격 코칭을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나요?
사실대로 말할게요. 현역 때부터 갖고 있던 부정적인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당시 부당하다고 느꼈던 아쉬운 기억들이 있어요. 그래서인지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 ‘이것보다는 내가 더 잘 알려줄 수 있겠다’는 마음에서 비롯됐죠. 은퇴한 후 과천에서 조그맣게 운영을 시작했고, 삼성동으로 옮긴 지는 1년 정도 됐어요.
센터 이름이 ‘야바 베이스볼’이잖아요. 특별한 뜻이 있나요?
야바는 제 별명이었어요. ‘야구 바보’란 뜻인데 저는 너무 좋았어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1군 경기가 끝나면 바로 퇴근하지 않고 운동을 더 하다가 나갔거든요. 경기장을 나가면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는데, 팬들이 저를 그때까지 기다리셨어요. “왜 이제 나오세요, 야구 바보예요?”라는 말을 자주 들었죠. 사실 처음엔 센터 이름을 거창하게 짓고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촌스러운 건 잘 잊히지 않는다고 제 별명이 자꾸 떠오르더라고요. 야구 바보는 너무 직관적이니 줄여서 야바 베이스볼로 지었죠. (하하) 또 개원했을 땐 주로 아마추어 선수 위주로 코칭할 계획이었는데, 어린 친구들도 야구밖에 모르잖아요. 딱 적절한 센터명이 되겠다 싶었죠.
개원하며 세웠던 목표가 있나요?
있었죠. 근데 빨리 이뤘어요. 프로가 기술을 다듬기 위해 당당히 돈을 내고 오는 센터를 만드는 거였거든요. 생각보다 진척이 빠르네요.
#처음이지만 프로잖아
지도자로 활동하는 건 처음이잖아요. 겪었던 시행착오는 없었나요?
많았지만 금방 극복했어요.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과거에 못한 기억이 원체 많기 때문이에요. 사실 삼성에 입단하던 때의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면 내재한 능력치는 매우 뛰어났어요. 1차 지명자였잖아요. 하지만 그런데도 막상 프로에선 암흑기를 거쳤죠. 아쉬운 경험이었지만 지도자를 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됐어요. ‘내가 했던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자’라는 결심을 하게 됐거든요. 제 안에 축적된 실패 데이터를 활용해 선수들의 시행착오를 함께 덜어내려고 했죠. 그래서인지 저는 코치라는 직함이 부담스럽기도 해요. 코치는 꼭 올바른 길만 제시해야 하고, 길잡이가 돼야만 하는 느낌이잖아요. 저는 어떤 해결책을 내세우지 않아요. 어떻게 플레이해야 할지, 각자의 기량에 따라 어떻게 풀어나갈지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죠. 그래서 앞으론 코치님 말고 ‘타격 코디네이터’로 불리고 싶어요.
트레이닝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저만의 시스템이 있어요. 우선 첫째로 타격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요. 둘째론 곧바로 영상을 확인하고, 보완할 점 위주로 대화를 나눠요. 타격 직후의 영상 확인과 대화가 핵심이에요. 선수 시절에 가장 싫었던 게 타격 자세를 바로바로 모니터링할 수 없다는 점이었거든요. 당시엔 연습이 다 끝나고 한 번에 확인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미 수많은 훈련을 한 뒤였으니 의미가 없었어요. 제 자세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잖아요. 그런 상태에서 이런저런 방법을 알려주니 지도자의 조언도 와닿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어요. 그때의 경험으로 객관적인 자료를 놓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얘기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자료를 기반으로 대화를 나누면 신뢰가 쌓이고 이 신뢰는 엄청난 시너지를 가져와요.
그러네요. 수학 문제를 풀어도 풀이한 흔적을 보며 왜 틀렸는지 찾잖아요.
맞아요. 야구는 불확실성의 연속이에요. 늘 ‘이게 맞아?’라는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죠. 당장 이번 겨울에도 이름만 말하면 다 아는 스타 플레이어 몇몇이 센터에 찾아왔어요. 이름난 이들마저도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찾길 바라고 있어요.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확신에 힘을 실어주는 게 제가 해나갈 일이죠.
누군가에게는 스승이자 함께 길을 찾아가는 동반자잖아요. 본인만의 교육 철학이 있다면요?
교육 철학은 ‘야구라는 공놀이를 잘하는 방법을 찾자’예요. 자세나 동작을 완벽히 하는 데 집착하는 게 아닌 공놀이를 위한 훈련이요. 제가 말하는 ‘야바 스윙’도 결국 공놀이를 잘하는 데 최적화된 스윙이죠. 대단한 이론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거든요. 결국은 인플레이 타구를 많이 만들 방법을 설계한 거죠.
#야바의 아이들을 위해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 클립 영상에 “프로 선수도 타격 레슨을 받나요?”라는 댓글이 꽤 많아 보이더라고요. 잘 모르는 사람이 볼 땐 의아할 듯해요.
프로라면 더 배우지 않아도 된다? 절대 아니에요. MLB는 달라요. 정점에 서 있는 이들도 본인의 발전을 위해 이곳저곳 찾아다니거나 돈을 지급하곤 하는데, 국내에는 이런 문화가 잘 마련돼 있지 않아요. 인생을 바꿀 기회라면 어느 먼 곳이든 가서 투자해야죠. 우리나라에도 하루빨리 이런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고 제가 바꿔 나가고 싶어요. 그래서 프로들이 오는 센터가 되는 게 제 목표기도 했고요.
프로와 아마추어를 지도할 때 차이점이 있나요?
확실히 달라요. 어떻게 보면 어린 친구들의 자세가 더 좋아요. 근데 자세만 따졌을 때 그렇다는 거고, 그래서 요즘은 또 동작이 다가 아니라는 걸 배우곤 해요. 중요한 건 그 사람의 에너지죠. 저는 흔히 그릇이라고 표현하거든요. 그릇의 크기가 능력치를 좌지우지해요. 머릿속에 완벽한 동작에 대한 개념이 박혀 있더라도 막상 실전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기도 하죠. 요즘 KBO리그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를 여럿 지도해보니 더 와닿더라고요. 이들은 누구와도 비교가 안 될 정도의 대담함과 용기, 단단함이 있어요. 테크닉적인 부분도 좋지만 어린 친구들에게 타석에서의 비범함을 항상 강조하죠.
방송에서 “프로에서도 통하는구나”라는 말을 했어요. 많은 의미가 함축된 거 같은데요.
저는 무조건 될 줄 알았어요. (웃음) 제가 잘나서가 아니고, 그동안 운동을 해오며 정말 많은 오류를 직접 겪었는데, 그 잘못된 과정들을 피한다면 무조건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단 확신이었죠. 최근 몇 년간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며 검증해온 지도 방식이기도 했고요. 다만 큰 무대에 적용한 예가 없었던 건데, 구자욱을 만나면서 더욱 확신이 생겼죠.
이번에 롯데 자이언츠에 지명된 김서진도 야바 베이스볼 출신이라고 해요.
서진이가 검정고시 출신이라 많은 주목을 받았잖아요. 사실 제게 배운 게 많이 없어요. 애초에 본인이 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했고 그걸 꿈꾸는 친구예요. 저는 곁에서 지지해주는 역할이었죠. 다른 어린 친구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정도의 큰 그릇을 가진 아이예요.
일종의 사교육이잖아요. 아마야구 지도자들의 따가운 시선도 있을 듯해요.
엄청나죠. 지금도 겪고 있는 일이고요. 선구자가 되려면 이 또한 깨부숴야죠. 요즘은 아이들도 방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잖아요. 얘들도 이런저런 정보를 접하다 보면 ‘내가 하는 게 맞나?’라는 물음표가 항상 생겨요. 근데 야구계는 그 궁금증을 가둬두는 시스템에 익숙해요. 물음표가 있다면 느낌표로 만드는 게 지도자의 역할인데 말이죠. 다른 레슨이나 사교육을 받지 못하게 하려면 제자들이 가진 물음표를 해결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문화도 얼른 바뀌면 좋겠고 제가 나서서 목소리를 내는 편이에요.
앞으로 더 나은 아마야구 환경을 위해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할까요?
학생들에게 냉정하지 못해요. 사실은 운동을 빨리 그만둬야 할 친구들이 있어요. 근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모두 한단 말이에요. 결국엔 장차 이걸로 돈을 벌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아이에게도 완벽한 플레이를 강조한다는 거죠. 그래서 플레이어로서 자질이 있는지 냉정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줄곧 느껴요. 그래서 하루빨리 야구부 내에서 역할을 나누면 좋겠어요. 야구를 좋아하는 마음은 모두 같겠지만, 플레이어로서의 기질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눠서 제2의 길을 빨리 찾을 수 있게 해야 해요. 선수를 그만두고 나니까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바닥에 있더라고요. 정말 까마득했고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이게 반드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허술한 정책이나 제도를 만들어갈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또 다른 꿈을 꿀 기회를 주자는 거죠. 야구를 둘러싼 수많은 일자리가 있어요. 선수는 일부일 뿐이죠.
#또다시, 야구
2007년 1차 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하게 됐어요. 긴 시간이 지난 일이지만 당시가 기억나나요?
발표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당연히 프로에 데뷔할 줄 알았어요. 지명은 물론이고 1차 지명이 되는 게 목표였을 만큼 아주 기고만장했어요. 그게 제 실패 요인이 아닐까…. (하하) 그리고 무조건 이른 시일 내에 스타 플레이어가 될 줄 알았어요. 근데 그게 아니었죠. 제 과거를 돌아보면 큰 무대에서 뛸 준비가 하나도 안 돼 있었어요. 그래서 어린 친구들에게 “착각하지 마”라는 말을 굉장히 자주 해요. 자만하지 않도록 “네가 야구를 잘해?”, “프로에 간다고 다 될 거 같아?” 등의 얘기를 해 줘요. 꼰대 같네요.
유망주 포수로 입단했는데 수술 후 포지션을 바꾸게 됐어요. 그리고 머지않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 위즈로 팀을 옮겼죠.
내심 행복했어요. 한 팀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닌데, 새로운 환경에서 일할 기회가 생긴 거죠. 그 자체로 행복했어요. 물론 아쉬움도 있었지만 설렘이 더 컸죠. 당시 26살이었으니 아직 어렸잖아요.
수비에서의 체력적인 부담을 줄이고 타격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2014시즌 퓨처스리그 39경기에서 134타수 47안타 7홈런 30타점 타율 0.351을 기록하며 2군 무대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였어요.
그러고도 막상 1군에선 잘 안 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제 접근법이 잘못됐어요. 다시 도전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 거 같단 맘이 있어요. 수술 후에 포수를 포기하고 포지션이 애매해졌거든요. 그렇다면 어떤 역할에 도전할지 명확히 정하고 그에 따른 설계가 돼야 했는데 그냥 열심히만 했어요. 근데 ‘열심히’만으로 안되더라고요. 상위 0.1%의 재능을 가진 이들이 모인 집단이잖아요.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열심히가 아닌 다른 게 필요했어요. 그냥 야구 바보, 아니 바보 멍청이였죠. 가끔 잘할 때는 코치님들이 “와, 정말 야구 바보다”, 못할 때는 “어이구 바보야”라고 말씀하셨죠.
모자 안에도 ‘야구 바보’라고 써뒀더라고요.
그래도 별명은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귀엽잖아요.
선수로서 이루지 못해 남은 아쉬움이 있다면요?
돈 못 벌고 유명해지지 못한 거죠. (부와 명예인가요?) 맞죠. 그것뿐이에요. 제가 모든 노력을 다 쏟았기 때문에 ‘여기가 끝이구나’라는 느낌이 왔어요. 1군에서도 1번부터 9번 타자까지 모든 역할을 해봤고, 또 포수, 내야수, 외야수 다 뛰어봤고요. 모든 자리에서 살짝이더라도 경험은 다 해봤어요. 누구나 각자의 아쉬움이 있겠지만 저한텐 부와 명예죠. 이런 주제는 시원하게 말하고 싶어요.
얼마 전 소속 팀이었던 KT가 통합우승을 차지했어요. 감회가 남달랐을 듯해요.
엉엉 울었어요. 이 눈물에도 여러 이유가 있어요. 첫째는 분함이고 둘째는 기쁨이요. 내가 우승하지 못한 분함은 아니고, 옛날 생각이 나서 그랬어요. KT의 암흑기에 제가 있었잖아요. 그때는 이기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이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 싶어 분했던 시절이죠. 근데 지금의 KT는 질 거 같지 않잖아요. 당시의 어린 후배들이 지금 팀을 이끄는 주축이 됐잖아요. 성장 서사 속에 제가 있었기 때문인지 누구보다 기쁘더라고요.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싶어요.
제2의 인생을 보내고 있어요.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요?
꿈이 많아요. 현역 땐 다들 슈퍼스타가 목표잖아요. 신기한 게 그만두고 나니까 정말 다양한 길이 보여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제 길이 돼요. 지도자의 꿈을 예전부터 가져온 게 아니라 시각을 바꾸고 ‘이런 길도 있지’ 하며 걸어온 거예요. 지금도 같은 마음이에요. 여러 갈래의 길이 있지만 결국 물 흐르듯 하다 보면 어딘가에 도달해 있겠죠? 하지만 그 끝은 항상 거창하게 상상해요. 예를 들자면 구단 단장이나 국내 최고의 트레이닝 센터 정도요. (웃음)
온갖 역경을 겪고도 다시 선택한 야구는 본인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그저 재밌고 하면 행복해요. 타격 코디네이터로서 예전과는 다른 성취감을 받고 있어요. 제가 의도한 바를 선수가 소화해 냈을 때, 그리고 그도 만족하는 표정을 지을 때 그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제가 줄곧 읊는 공식이나 이론을 실현하는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짜릿함 그 자체죠. 이젠 제가 직접 뛰며 이룰 순 없으니 자욱이에게 항상 말해요. “나 대신 해줘”라고요. 제 인생에 또 다른 야구를 경험하고 있지만, 이것만큼 재밌는 게 없어요. 천상 야구인이죠. 지금도 야구 얘기로 밤을 지새울 수 있어요.
새해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새해를 맞이해 늘 적어요. 작년엔 7가지 목표가 있었는데 다 이뤘거든요. 작년엔 새롭게 이뤄야 하는 목표들이었다면 올해는 꾸준히 지켜나가야 할 것들이 생겼어요. 지난해는 성취로 가득했다면 올해는 감사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이룬 걸 유지해야죠. 나 자신을 잃지 않고 꾸준히 해나가고 싶어요.
자리를 마무리하며 야바의 아이들에게 한마디 해 주세요.
야바의 아이들아, 그저 열심히만 하지 말고 알고 하자. 그냥 열심히 해선 아무것도 얻을 수 없거든. 내가 무얼 위해 하는지, 어떤 동작을 하고 있는지, 왜 하는지 인지하면 더 좋은 결과가 올 거야.
독자들께도 한마디 부탁해요.
저는 원래 프로선수였습니다. 유명하진 않지만, 열심히 하던 사람이었어요. 어디선가 땀 흘려 노력하고 있을 선수들 많이 응원해주시고, 저도 기억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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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시절 이후 오랜만에 각종 매체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김동욱 대표. 감히 말하자면 새해에 만난 이들 중 가장 유쾌한 인물이었다. 말하는 어투, 중간중간 던지는 유머, 위트가 어쩜 이리 과하지 않고 잘 맞아떨어지는지. 가령 예를 들자면 ‘너무’라는 부사구를 표현할 때도 시시각각 다른 톤과 긴 호흡에 특유의 익살스러움이 묻어났다. 활자로는 단순히 ‘너무’라는 단어로만 표현할 수밖에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방송을 통해 들은 그의 음성과 말투를 상상하며 글자 한 자씩 유쾌하게 곱씹어 읽어보자. 본인의 철학에 대한 확신과 야구를 향한 그의 진심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숨을 내쉴 때마다 본인도 모르게 야구를 향한 애정을 드러내는 사람이다. 그저 야구를 너무나도 아끼고 사랑하는 ‘야구 바보’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또다시 이 길을 택했다. 앞으로도 승승장구해 대한민국 최고의 타격 코디네이터가 되길 두 손 모아 응원한다.
▲ 더그아웃 매거진 130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30호 (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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