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놓으면 끝! 런드리고가 세탁 라이프스타일을 바꿔 온 방식

출처=런드리고

100년 전, 세탁기는 집안일의 부담을 낮춰준 획기적인 발명품이었다. 그 후 1세기 동안 국내 기업을 포함한 글로벌 세탁기 브랜드들은 세탁 과정을 어떻게 더 획기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런데 어느 날 '모든 가정에 세탁기를 없애겠다'는 도발적인 목표를 앞세운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2019년 서비스를 시작한 의식주컴퍼니의 '런드리고' 얘기다. 런드리고는 고객이 당일 앱으로 빨래 수거를 요청하면 그날 밤 빨래를 수거해 세탁한 뒤 다음 날 자정 즈음에 배송해 준다. 전 과정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진다.

세탁기가 없거나 집안일을 할 여유가 없는 1인 가구, 맞벌이 부부 중심으로 서비스가 알려지더니 이제는 아이를 키워 빨래 양이 많은 가정도 런드리고의 주 고객이 됐다. 2020년 7월 기준 2만 가구가 유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 중 6000 가구가 정기구독 이용자다.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은 런드리고는 2020년 6월 시리즈B 라운드에서 170억 원을 투자 유치했고, 작년에는 500억 원의 대규모 투자도 성사시켰다.

런드리고는 어떻게 소비자들의 세탁 라이프스타일을 바꾼 구독 서비스로 성장했을까? DBR 301호에 실린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를 포함한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자.

구독 서비스에 최적화된 아이템을 찾기까지

조성우 대표는 구독 비즈니스 모델이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인 2011년부터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일례로 그가 창업했던 '덤앤더머스'는 사람들이 자주 쓰는 제품을 정기적으로 배송해 주는 서비스였다. 넥타이, 화장품, 우유와 같은 신선식품 등 다양한 제품에 정기 배송 서비스를 실험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조 대표는 구독 서비스의 본질이 무엇인지, 어떤 핵심 가치를 지녀야 하는지를 터득할 수 있었다.

조 대표가 깨달은 가장 중요한 사실은 구독 비즈니스 모델에 맞는 '정기성'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정기성은 단순히 일정 주기에 반복적으로 쓰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예를 들어 화장품이나 넥타이같이 사용하는 주기가 너무 긴 제품의 경우, 구독의 장점이 약화될 수 있었다. 또한 교체 주기가 짧은 제품이어도 소비자들이 예상 주기에 맞춰 제품을 교체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면도날이 대표적인 예다. 권장 교체 주기는 2~3주 정도인데 이를 그대로 지키는 남성 소비자들은 매우 드물다. 이 때문에 교체 주기가 짧고 일상적으로 소비하면서, 반드시 반복 소비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아이템을 찾게 됐다.

런드리고의 공장 / 출처=런드리고

또한 고객의 취향이 다양하거나 쉽게 바뀌는 아이템은 구독 서비스 품목으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같은 서비스라도 매번 고객 만족도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 정기구독이 유지되기가 어렵다. 조 대표가 배민프레시에서 시도했던 반찬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사람마다 입맛이 제각각이고, 먹고 싶은 반찬도 그때그때 다르다 보니 만족도가 천차만별이었다. 구독자가 오래 유지되기 어려웠다.

반면 우유나 물처럼 사람마다 취향이 크게 다르지 않고, 한번 취향이 고정되면 크게 변하지 않는 경우는 달랐다. 일상적으로 먹는 제품들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같은 브랜드를 배송받아도 만족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세탁 서비스는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아이템이었다. 우선 세탁은 누구나 주기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드라이클리닝의 경우 아무리 주기가 길어도 계절마다 1회 이상 찾는 서비스다. 집안일을 거의 하지 않는 가정이라도 일주일에 한 번은 세탁기를 돌리게 돼 있다. 그리고 이 주기는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계속해서 유지된다.

또한 고객이 서비스에 대해 생각하는 기대나 취향이 복잡다단하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세탁의 고품질 서비스 조건은 간단하다. 옷감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깨끗하게 세탁해 주고 다림질을 잘하면 된다. 고객의 기대치를 이미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게 어렵지 않다는 얘기다.

세탁 시장의 부족한 점을 채워 만든 비즈니스 모델

기존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그대로 옮겨온 구독 서비스는 승산이 없다. 고객들이 기존의 서비스를 이용할 때 느꼈던 답답함이나 불편함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조 대표가 세탁 시장을 분석해 보니 혁신해야 할 부분이 곳곳에 보였다. 한국의 세탁 시장은 생각보다 오랜 기간 정체돼 있었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소비자 입장에서도 만족하지 못한 채 서비스가 관성적으로 유지돼 온 것을 확인한 것이다.

세탁소는 보통 동네를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한다. 옷 자체가 부피가 크기 때문에 먼 거리를 이동하기는 어려워 대부분 집 앞의 세탁소를 찾는다. 여기에서부터 문제가 생긴다. 세탁소마다 고정 고객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세탁 관련 정보도 동네에 머물 뿐 흐르지 않는다. 정보 비대칭이 발생해 서비스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근거 중 하나가 동네마다 다른 가격이었다. 분명 같은 원료와 기계로 세탁하는데도 가격이 다른 것이 문제였다.

물론 프랜차이즈 세탁소는 정찰제로 운영하고 있어 가격 투명성이 갖춰져 있고, 서비스의 질도 어느 정도 유지됐다. 그런데 이번에도 물리적 한계는 극복하지 못했다. 프랜차이즈 세탁소는 오프라인 중심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가지 않으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조 대표는 세탁소 서비스를 모바일로 이용할 수 있게 바꿔 고객이 느끼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면 분명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기존 세탁 비즈니스의 태생적 한계와 물리적 제한을 뛰어넘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비대면 서비스였다. 고객 집 앞에 놓인 세탁물을 수거하고 세탁 후, 다시 집 앞에 배송해 주는 것이다. 실제로 런드리고는 세탁을 맡긴 후 이틀 뒤 아침에는 고객이 그 옷을 깨끗이 입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런드리고의 런드렛 / 출처=런드리고

이후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서비스의 가능성을 테스트했다. 가장 우려한 부분은 고객이 자신의 세탁물을 세탁함에 넣어 집 밖에 기꺼이 놓아둘 수 있는지, 자신이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옷을 신뢰하고 맡길 수 있는지 여부였다. 과거 세탁 서비스와 완전히 다른 방식이기에 고객이 익숙지 않다고 느끼면 서비스 자체가 성립이 안되기 때문이다.

런드리고는 파워 블로거, 스타트업 대표, 연예인 등 깐깐하다고 정평이 나 있는 소비자 100명을 선정해 한 달 동안 무제한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게끔 했다. 반응은 예상보다 좋았다. 런드리고 자체 빨래함인 '런드렛*'의 안정성은 물론 다음 날 세탁 서비스가 완료된다는 점, 가격이 정찰제라 흥정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등 기존 서비스보다 좋다는 반응이 많이 나왔다. 설문 조사를 통해 서비스를 보충하는 작업을 거친 후 2019년 3월 런드리고가 정식 출시됐다.

*런드렛: 런드리고 서비스를 가입하면 받을 수 있는 세탁함으로, 현관문과 연결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스마트폰과 연동된 스마트키도 제공된다.

런드리고의 3가지 성공 요인

1. 스마트 공장으로 실현한 원가 절감, 품질 향상

런드리고 이전에도 국내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대형 세탁 비즈니스 업체가 있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유통 과정을 거치면서 거래 비용이 증가해 세탁 비즈니스의 강점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게 문제였다. 대표적인 게 프랜차이즈 세탁소다. 프랜차이즈 세탁소는 각 지역에 대리점을 열고 대리점에서 받은 세탁물을 직영 및 위탁 공장에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들어가는 인건비와 임대료나 세탁물 운송비, 위탁 공장을 쓰면서 들어가는 관리 비용까지 모두 세탁 가격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게 런드리고 측의 설명이다.

런드리고는 스타트업답지 않게 과감한 결정을 했다. 세탁, 드라이클리닝 등 전 공정을 진행할 수 있는 '스마트 공장'을 만드는 것. 자동화된 세탁물 분류 시스템, 다림질 기계, 세탁물 운반 로봇, 세탁물 개는 기계 등 사람이 손으로 해야 하는 대부분의 공정을 모두 기계화했다. 동시에 세탁 장인들을 고용해 전 과정을 관리하고 로봇이나 기계가 할 수 없는 정밀한 세탁 과정을 담당하게 했다. 공정 자동화를 통해 서비스에 들어가는 원가를 낮추고 세탁 품질은 향상시킨 것이다.

런드리고 공장 / 출처=런드리고

고객을 유인하는 가성비 서비스

런드리고는 사람들이 대체로 비싸다고 여기는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내놔 고객을 유인했다. 비교적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동네 세탁소의 가격을 기준으로 더 저렴하게 책정했다. 특히 구독 서비스 신청을 유도하기 위해 자유 이용 고객보다 15~20%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내놨다. 패키지로 이용할 경우 할인 폭을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정해 고객들이 구독하도록 유도했다.

얼핏 생각하면 일정 기간 회사의 손해가 더 클 수 있다. 하지만 서비스를 경험해 보고 만족도가 높으면 런드리고를 계속해서 이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여러 번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빨래 서비스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 봤다. 게다가 빨래 서비스 가격이 1만 원 이하로 책정돼 고객이 추가로 경험해 보기 부담스럽지 않았다. 실제로 저렴한 가격에 런드리고의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를 써 본 고객이 호기심에 빨래 서비스를 이용하고 그 뒤에 두 가지 서비스를 모두 구독하는 경우가 늘었다. 고객 유지율 또한 75% 이상으로 높게 나와 런드리고의 가설이 틀리지 않았음이 입증됐다.

출처=동아비즈니스리뷰

3. 다양한 상품 구성 및 변경

가족 구성원, 직업, 라이프스타일마다 세탁 니즈는 다양하다. 이 사람들의 상황에 따라 합리적으로 고를 수 있는 다양한 상품 구성을 만드는 것도 필요했다. 런드리고는 주요 고객층을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그들의 생활을 시뮬레이션화해 이들이 필요로 하는 세탁 서비스를 다양하게 구성했다. 크게는 혼자 사는 회사원, 맞벌이 부부, 아이를 키우는 3인 가족으로 나눴다. 이후 가장 보편적인 생활에 따라 필요한 세탁 서비스와 횟수를 정했다. 빨래, 드라이클리닝 등 다양하게 구성한 5개 카테고리를 각각 3개의 다른 가격으로 구성한 총 15개의 상품을 내놨다. 고객이 자신의 빨래 양, 종류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폭을 최대한 다양하게 제공한 것이다.

런드리고는 가격과 상품 구성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경했다. 최근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거나 이용하는 고객이 많지 않은 경우 과감히 상품을 제거했다. 일주일에 2번, 한 달에 8번 정기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상품은 1회 배달 비용 대비 세탁 매출이 크지 않아 서비스를 중단했다.

런드리고 공장 / 출처=런드리고

가격 인상을 결정한 적도 있다. 고객 응대 비용, 세탁 검수 비용 등 예상치 못한 비용이 많이 들어 서비스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게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구독 서비스에 별도의 상품 구성 변화 없이 가격만 올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렇다고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론 답이 나오지 않았다. 최대한 고객들이 느끼기에 저항이 적은 가격을 설정하고, 가격 인상을 사전에 고지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한 달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그 기간 동안은 인상된 가격만큼 기존 고객을 지원해 줬다. 그 결과 기존 고객 대부분은 구독을 유지했다.


런드리고의 성공 요인을 정리하면 2가지다. 첫째, 구독 서비스에 적합한 아이템을 선정했다. 둘째, 고객을 유인하는 데 효과적인 가격 전략과 상품 구성을 선보였다. 한편, 새로운 고객이 꾸준히 유입될 수 있도록 매력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런드리고가 앞으로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가까운 미래에 그들이 주장하는 '세탁기 없는 집'이 정말 우리의 일상이 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301호
필자 이미영
정리 인터비즈 이한규
inter-biz@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