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함께한 정조의 8일간 나들이.. 애끊는 효심 '뭉클'
사도세자 묘 참배 기획하고 총감독
준비 기간만 2년.. 6000여명 동원해
한강 배다리도 설치·자재관리 관여
어머니를 위한 특별가마까지 제작
일정 맞춰 화성행궁서 회갑 진찬연
상차림 음식 70가지.. 성대하게 차려
다양한 행사로 신도시 화성에 활기
아버지 복권 등 정략적 의도도 담아

정조는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을 이겨내고 1776년 영조가 승하하자 왕으로 즉위한다. 하지만 정조는 아버지의 비극적인 죽음과 어머니의 딱한 사정을 잊지 않았다. 즉위 당일, 정조가 발표한 글 첫 마디는 ‘아아,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정조는 재위 기간 왕권 강화와 개혁을 추진하고 조선 후기 중흥기를 이끈 대표적인 군주이자, 평생 부모를 잊지 않고 모신 효자였다.

정조는 평생 처음으로 가마 타고 나들이하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모든 것을 치밀하고 호화롭게 마련한 것으로 확인된다. 한강에 다리가 없던 그 시절에 말과 가마 등 수많은 물자를 포함한 대규모 행렬을 위해 임시 다리인 ‘배다리’를 설치해야 했는데, 정조는 이를 위해 직접 ‘배다리’ 설치, 배와 자재의 관리 방법을 작성한다.
어머니를 위한 특별 가마도 제작한다. 하나는 한양에서 화성까지 타고 갈 말이 끄는 가마로, 이를 제작하는 데 2785냥의 비용이 들었다. 다른 하나는 사도세자의 묘소인 현륭원 앞에 내려 무덤까지 올라갈 때 타는 사람이 메고 가는 가마로, 이 가마를 만드는 데는 732냥이 들었다. 이 두 대의 가마를 보고, 정조는 “이 가마를 보니 안이 넓고 밖이 가벼우며, 크기가 법도에 맞고 발과 휘장, 가마 덮개가 정교하고 매우 촘촘하니, 경 등이 공장을 감독한 수고로움이 가상하다 할 수 있다”고 흡족해했으며, 원행 보름 전에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예행연습까지 진행했다.

이 밖에도 을묘년 원행에는 다양한 행사가 함께 치러졌으며 그 안에는 현명한 왕 정조의 ‘정략적’ 의도도 담겨있다. 우선 이 행사를 화성행궁에서 치름으로써 자신이 건설한 신도시 화성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했다. 더불어 남편의 묘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어머니를 모시고 성묘함으로써 어머니의 한을 풀어 드리고 아버지의 복권을 꾀했다. 자신이 창설한 장용영 군사 등 3700여명이 참여하는 군사훈련을 실시함으로써 자신의 위세를 떨쳤고, 특별 과거 시험을 시행하고 쌀을 나눠주는 사미 행사와 양로연 등을 열어 백성들에게 왕실의 은혜를 베풀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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