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벌레 잡아 다친 상처에 바른다

침팬지가 마치 자연요법처럼 작은 날벌레를 잡아 자기 상처에 문질러 치료하는 장면이 관찰됐다. 자신뿐 아니라 동료 상처에 문지르는 장면도 포착돼 침팬지의 사회성도 함께 확인됐다는 분석이다.
시몬느 피카 독일 오스나브뤼크대 인지과학연구소 연구원이 이끄는 ‘오조가 침팬지 프로젝트’ 연구팀은 아프리카 가봉 로왕고 국립공원의 침팬지를 관찰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7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동물은 균이나 미생물과 싸우기 위해 식물이나 흙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침팬지도 구충제 역할을 하는 식물 잎을 먹기도 한다. 그러나 동물이 치료를 위해 동물을 활용하는 사례는 처음 관찰됐다. 피카 연구원은 “병균이나 기생충과 싸우기 위해 식물이나 무생물을 쓰는 자가약물 치료는 곤충이나 파충류, 조류, 포유류 등 여러 동물에서 관찰되나 동물성 물질을 상처에 쓰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침팬지가 벌레를 약으로 쓰는 장면은 2019년 우연히 관찰됐다. 자원봉사자 중 한 명이 ‘수지’라는 이름을 가진 암컷 침팬지를 따라가던 중 수지가 아들 ‘시아’의 다친 발을 돌보는 장면을 목격하고 촬영했다. 수지가 손을 뻗어 입술 사이에 있던 것을 잡고 발의 상처에 바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일주일 후 박사과정생 1명이 수컷 침팬지 ‘프레디’가 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것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입에 문 물체가 잡힌 위치를 고려했을 때 날아다니는 곤충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상처가 난 침팬지들을 관찰한 결과 상처에 곤충을 바르는 모습이 22회 포착됐다.
침팬지가 다른 침팬지의 상처 치료를 위해 벌레를 잡아주는 모습도 포착했다. 수컷 침팬지 ‘리틀그레이’가 정강이에 깊은 상처가 나자 옆에 있던 암컷 침팬지 ‘캐럴’이 갑자기 벌레를 잡으려 손을 뻗은 것이다. 이후 캐럴은 리틀그레이에게 벌레를 건네 줬고 리틀그레이는 상처에 벌레를 발랐다. 두 침팬지는 별다른 혈연관계가 없이 같은 집단에만 소속돼 있었다.
연구팀은 침팬지가 쓰는 곤충이 항염증 혹은 방부제 효과를 내는 것으로 추정했다. 인간들 사이에서도 치료 목적으로 곤충을 사용한 사례는 기원전 14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근에도 항생제와 항바이러스 성분을 가지는 곤충 종들이 여럿 발견되고 있다.
피카 교수는 “자신의 상처뿐 아니라 관련이 없는 다른 개체의 상처도 치료하는 것을 본 것이 특히 인상적이었다”며 “이러한 명백한 친사회적 행동은 인간 아닌 종에서는 거의 관찰되지 않지만 이제 회의론자들에게도 침팬지의 사회성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침팬지는 높은 사회성을 바탕으로 상처 치료처럼 복잡한 기술을 배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이 다른 사람의 행동을 모방하는 문화를 가지고 기술을 세대에 걸쳐 축적하듯 침팬지도 이런 방식으로 학습한다는 것이다. 카트라니 쿱스 스위스 취리히공대 교수 연구팀은 침팬지가 견과류 껍데기를 깰 수 있는 돌 같은 도구가 있어도 주변에서 이용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쓸 줄 모른다는 연구결과를 지난달 2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기니 님바 산악지대에서 야생 침팬지가 스스로 견과류 깨기 같은 복잡한 행동을 할 수 있는지 보기 위해 기름야자 열매와 딱딱한 껍데기를 깰 돌을 제공했다. 인근 6km 떨어진 보소우 지역 침팬지들은 돌을 이용해 야자 열매를 까먹는 행동을 보였기 때문에 이들 침팬지도 비슷한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지켜본 것이다.
그러나 침팬지들은 1년 이상 돌과 견과류에 노출됐음에도 돌로 견과류를 깨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침팬지에게 돌로 견과류를 깨는 것을 깨우칠 수 있도록 견과류를 깨서 돌 위에 올려놓거나 훨씬 깨기 쉬운 견과류를 두기도 했으나 돌로 껍데기를 깨는 행동은 나타나지 않았다.
쿱스 교수는 "침팬지는 인간처럼 행동을 습득하고 복잡한 도구 사용을 단순 발명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문화를 누적하는 인간의 능력이 침팬지와 진화적 기원을 공유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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