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 남은 야생호랑이 3900마리..소폭 늘었지만 서식지 빠르게 줄고 있다

인간 세상에는 호랑이의 해가 밝았지만, 자연을 거니는 호랑이 수는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때 한반도를 비롯한 시베리아와 터키 동부, 인도네시아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전역에서 볼 수 있던 야생 호랑이는 현재 약 3900마리로 추정된다.
40년간 야생동물 불법거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영국 비영리단체 ‘트래픽’은 2000년~2018년까지 2300마리 이상의 야생 호랑이가 죽임을 당했다고 2019년 보고했다. 매년 평균 120마리가량 불법 포획된 것이다. 트래픽은 1900년에 전 세계 야생 호랑이가 10만 마리 정도였으나, 2010년 3200마리로 최저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차츰 회복해 2019년 3900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1900년에 비해 4%로 줄어든 것이다.
호랑이의 불법 포획이 성행하는 이유는 호랑이의 뼈와 가죽을 노린 인간의 탐욕이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팀은 호랑이 불법 포획이 성행하는 베트남에서 거래자와 거래 내용을 조사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자연보호’에 올해 2월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베트남은 태국과 함께 최근 세계에서 호랑이 사육과 불법 포획이 가장 많이 벌어지는 국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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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행하는 야생 호랑이 뼈 불법 거래, AI 동원 통해 복원 노력

연구팀이 지난해 11월 인터넷을 통해 사전에 일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일대를 중심으로 호랑이 뼈 불법 거래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랑이 뼈를 고압 솥에 2~3일 동안 녹여 만든 '뼈 아교'는 가장 인기를 끌고 있다. 다양한 근골격 질환과 성기능 강화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부유층들이 구매에 나서고 있다. 제품 구매자들은 매일 와인이나 보드카에 뼈 아교를 섞어 마시고 있으며 1kg당 1만 5000달러(약 1776만원)를 기꺼이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를 맡은 당 부 호이 남 덴마크 코펜하겐대 식품및자원경제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대부분 구매자는 야생 호랑이 뼈를 농장에서 사육된 호랑이의 뼈보다 더 선호한다”며 “구매자의 3분의 1은 여전히 야생 호랑이 뼈를 구매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태국, 베트남, 방글라데시, 인도 정부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2010년부터 호랑이 불법 포획 단속을 대대적으로 시작했다. 2015년 호랑이 밀렵꾼 단속을 시작한 방글라데시는 2019년 들어 15년 만에 처음으로 호랑이의 개체 수가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편에서는 보전과 복원 연구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그 시작점으로 정확히 호랑이의 수를 파악하는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 인도 정부가 1972년 설립한 국립호랑이보호국은 2006년부터 호랑이 개체수를 조사해 4년마다 발표하고 있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9년 발표에서는 4만 4000명이 동원돼 호랑이 서식지를 돌아다니며 2만6760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7만6523장의 호랑이 사진을 촬영했다. 이를 통해 파악한 호랑이 서식지는 인도 전체의 국토의 86%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람이 들어가기에 너무 위험한 나머지 서식지는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호랑이 수를 추산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도 호랑이 개체수 조사에 투입되고 있다. 촬영한 사진에서 호랑이를 구분하는 작업에 AI 기술인 기계학습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AI는 다른 계절, 다른 각도에 찍힌 호랑이들이 각각 다른 개체인지 파악하기 위해 줄무늬 패턴 등을 분석했다. 현재까지 AI 분석 결과 인도에 살고 있는 야생호랑이는 총 2967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4년부터 매년 6%씩 늘어난 것으로 매우 고무적인 결과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같은 기간 서식지 면적이 20%가 줄어든 점을 우려하고 있다. 조사팀은 고립된 개체군 간의 연결성을 높이고 사람들이 주요 호랑이 서식지 밖으로 이동해 살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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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는 실패한 호랑이 복원, 연해주서 기회 노린다
국내에서도 호랑이 복원에 대한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단 한반도 내에서의 복원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산림청은 한반도 내 호랑이 복원을 위해 1994년부터 중국에서 호랑이 10마리를 들여왔다. 하지만 2005년 국내로 들어온 호랑이 ‘두만’이 2020년 12월 만 19살의 나이로 숨지며 모든 호랑이가 번식에 실패하고 폐사했다. 전문가들은 야생 호랑이의 서식영역에 비해 수만분의 1에 그치는 동물원이나 수목원을 옮겨가며 갇혀 산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진을 중심으로 구성된 한국범보전기금이 러시아 연해주에 서식하는 야생 호랑이의 개체수를 안정적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복원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러시아와 중국, 한반도 북부까지 확장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항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는 “호랑이의 이동 범위가 1000km에 이르기 때문에 그곳의 개체수가 늘면 언젠가는 남한 지역에서도 언젠가는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동준 기자 bi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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