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생활을 꿈 꾼다면.."체험주택 먼저 살아 보세요"

조회수 2022. 5. 1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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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임대료 5만~7만원에 농촌 살이 체험 프로그램도 인기
‘관계 인구’ 설정에 관심 두는 지자체 늘어

‘나도 저렇게 여유롭게 살고 싶다’, ‘시골살이를 꿈꾸는 사람으로 입장에서 동기부여가 된다’, ‘힘든 것도 잊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숲속 시골 집 일상을 담는 87만 유튜브 채널 ‘냥숲’. /유튜브 채널 냥숲 캡처

유튜브 채널 ‘냥숲’의 영상에 달린 댓글들입니다. 냥숲은 숲속 시골 집에서 고양이와 사는 일상을 담은 채널입니다. 87만명이 구독 중입니다. 유튜브 영상에서 나오는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와 음식 재료 자르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김태리가 나온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생각납니다. ‘한국 시골의 가을 일상에선’이란 영상도 인기입니다. 시골에서 직접 감을 따서 곶감을 말리는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냥숲 외에도 키미, 오느른, 보레스트와 같은 시골살이 브이로그는 사람들에게 ‘힐링 맛집’으로 불립니다.

TV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시골 생활에 대한 인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시골에서 소소하게 밥을 지어 먹고 자는 프로그램은 이제 하나의 장르가 됐습니다. 대표적으로 ‘삼시세끼’가 있습니다. 그 외에 ‘바퀴 달린 집’, ‘해치지 않아’, ‘어쩌다 사장’, ‘시고르 경양식’과 같은 프로그램들도 있는데요. 섬과 산골에서 몸빼옷을 입고 아궁이 앞에서 소박하게 요리를 해먹는 출연자들의 모습은 화려한 도시 속 모습과는 사뭇 다릅니다. 꾸미고 있거나 멋있지 않아도 소박한 시골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편안함을 느낍니다.

◇대세가 된 소박한 시골 살이

이런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보면 소박한 시골 생활을 꿈꾸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2’를 출간한 김난도 교수는 2022년 임인년 범띠 해를 이끌 10가지 트렌드 중 하나로 소박한 시골 생활을 뜻하는 ‘러스틱 라이프(rustic life)’를 꼽았습니다.

러스틱 라이프를 2022년 10가지 트렌드 중 하나로 꼽은 김난도 교수, ‘트렌드 코리아 2022’ 표지. /yes24 제공

러스틱 라이프 트렌드는 도시가 아닌 자연 속 삶을 갈망하는 라이프 스타일입니다. 그렇다고 도시와 완전히 단절되는 생활은 아닙니다. 도시에 살면서도 소박함을 삶에 더하는 새로운 생활 양식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5도2촌’, ‘4도3촌’이란 신조어도 생겼습니다. 4~5일은 도시에서 생활하고, 2~3일은 시골에서 생활한다는 의미입니다. 현대인의 새로운 주거 트렌드 중 하나입니다. ‘그래니 트립’이란 말도 있는데요. MZ세대 사이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여행 트렌드입니다. 마치 할머니 집에 놀러간 것 같이 조용하고 평화롭게 시골 마을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을 뜻합니다. 실제로 숙박 사이트를 보면 호스트가 자신의 외할머니가 살던 집을 올려놓은 게시물도 볼 수 있습니다.

◇지자체가 선보이는 농가 체험도 인기

러스틱 라이프를 시작하기 전 ‘농촌에서 살아보기’란 체험 프로그램을 먼저 이용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보통 각 지자체가 운영을 하는데, 1~6개월 정도 농가나 체험마을 숙소에 묵으면서 현지 생활을 먼저 느껴 보는 것입니다. 묵는 동안 농업교육과 영농실습 등을 통한 농촌체험뿐 아니라 지역민과의 교류, 문화·관광지 탐방과 같은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런 체험에는 꽤 많은 신청자가 몰리고 있습니다. 전남 장성군이 2022년 상반기에 모집한 ‘농촌에서 살아보기’는 정원이 7가구였는데, 20가구나 체험 신청을 했습니다.

농촌 풍경을 즐기는 모습. /의성군 블로그 캡처

경북 문경시는 2021년부터 두 차례 농촌 체험을 위한 체험주택 입주자를 모집했습니다. 2021년말 처음으로 10가구를 모았는데, 당시 63명이 신청했습니다. 2022년 4월 27일에는 2차로 3가구를 모집했는데, 23명이 몰리며 경쟁률도 7대1을 넘었습니다.

체험주택의 매력은 부담 없는 비용으로 시골 생활을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체험주택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 임대료가 5만~7만원입니다. 2명이면 1년, 3명이면 2년, 4명이면 3년 계약을 할 수 있는데, 체험주택이 12평짜리라 신청자는 1년 계약을 하는 2명씩이 대부분입니다. 2021년 11월과 2022년 1월, 4월에 신청자를 모집했습니다. 현재 16개동 모두 입주자 선정이 완료됐습니다. 거주 도중에 계약을 해지한 사람은 아직 없습니다. 다음 모집은 2021년 11월에 들어온 입주자들이 퇴소하는 2022년 11월 전후에 이뤄질 예정입니다.

문경시 관계자는 “체험주택 사업은 인구 유입을 위한 정주 개념이 아니라 ‘관계 인구’ 유입을 위한 인구 정책”이라며 “도시민과 교류하는 맞춤형 정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머물다만 가도 괜찮아”…관광객도 거주민도 아닌 ‘관계인’에 초점

러스틱 라이프의 흐름에 발맞춘 이런 농가 체험 프로젝트들은 ‘관계 인구’를 늘리려는 지자체 정책의 일부기도 합니다. ‘관계 인구’란 지역과 관계를 맺는 인구를 말합니다. 관계 인구는 ‘일상생활권과 통근권 이외의 특정 지역과 계속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관계를 맺고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정의합니다. 관광객이나 거주민으로 딱 잘라 말할 수 없습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런 관계 인구를 모으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기존의 출산장려금이나 전입지원금과는 다릅니다. 당장 시골에 평생 살게 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구 정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북도는 2022년부터 ‘1시군-1관계인구 특화 프로젝트’를 추진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경북 안에서도 지역별로 차별화된 ‘살아보기’ 모델을 만들어내는 게 목적입니다. 첫해 사업지로는 영주시와 의성군이 선정됐습니다. 영주시에선 ‘4도3촌 지역경험 프로그램’과 한 달 살기 워킹홀리데이인 ‘지역살이 프로그램’ 을 기획했습니다. 4도3촌 지역경험 프로그램은 여행이나 휴식, 귀농귀촌을 생각하는 4050 세대를 대상으로 ‘영주 라이프 스타일’ 경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의성에서 두 달 살아보기 프로젝트. /의성군 블로그 캡처

한 달 살기 워킹홀리데이 ‘지역살이 프로그램'은 귀농귀촌을 계획하고 있는 은퇴자나 은퇴 예정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비즈니스 모델 설계와 컨설팅을 지원합니다. 관광과 문화예술, 농업 분야에 일자리 체험을 제공합니다. 2022년 6월엔 도시와 지방을 오가며 거주하는 삶을 꿈꾸는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참가자를 모집합니다. 러스틱 라이프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혹할 만한 프로그램들입니다.

문경의 ‘달빛탐사대’도 유명합니다. 달빛탐사대는 청년들이 지역에서 지속적인 삶을 꾸릴 수 있도록 돕는 지역 정착 지원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방향성은 정착보다 지역을 경험하게 만드는 데 목적을 둔 것입니다.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더라도 문경으로 휴가를 오거나, 지역살이를 하고 싶을 때 떠오르는 장소로 만드는 겁니다.

달빛탐사대를 기획한 주재훈 문경청년협의체 가치살자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청년을 억지로 지역에 정착하도록 부추기면 오히려 나중에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며 “정착 인구수보다 관계 인구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했습니다.

문경시 관계 인구 유치 프로젝트인 ‘달빛탐사대’ 회원들. /달빛탐사대 유튜브 캡처

달빛탐사대는 2021년까지 약 2년간 122명의 청년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이미 지역에서 살고 있거나 문경 출신인 청년 45명, 타 지역에서 온 청년 77명입니다. 이 중 22명이 문경에 정착해 살고 있습니다. 정착하지 않아도 지역과 관계를 유지하는 청년은 50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러스틱 라이프 타겟팅 원조 일본은 어떻게?

국토연구원이 2021년 12월에 발간한 ‘해외리포트 12월호’를 보면, 일본에선 몇년 전부터 러스틱 라이프를 꿈꾸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역에 관심과 호감을 갖고 꾸준히 관계를 맺는 사람들에게 주목했습니다. 꼭 살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지방 고령화에 따른 고민 때문에 일본 정부는 관광이나 거주가 아닌 관계 인구에 일찍부터 관심을 가졌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지방 소멸 위기를 먼저 겪은 일본은 2018년부터 관계 인구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일본은 74개 지역에 관계인구 관련 정책 패키지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시골 생활을 꿈꾸는 이들에게 다양한 정책을 펼치는 일본. /기후현 홈페이지 캡처

이런 정책은 시범사업 3년이 지나면서 효과를 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국토교통성의 조사를 보면 2021년 기준 일본의 방문형 관계인구는 1827만명입니다. 전체 인구의 약 15%에 달합니다. 고향세를 기부하는 비방문형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국토교통성은 도쿄·오사카·나고야 등 3대 도시권의 18세 이상 거주자 중 약 18%(861만명)가 관계인구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러스틱 라이프를 꿈꾸는 사람들이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 생활에 지친거죠. 재택근무가 늘어 굳이 도시에서 비싸고 좁은 곳에 살 필요도 줄어들었습니다. 집값이 올라 도시에서 살 수 있는 곳들이 열악해진 것도 한몫합니다. 관계인구 정책은 이런 니즈를 충족시킵니다. 지자체도 주민등록 인구 증가만 바라볼 게 아니라, 변화된 시대에 맞게 러스틱 라이프를 꿈꾸는 사람들 대상으로 펼칠 수 있는 지역 활성화 정책을 우리 정부도 폭 넓게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글 jobsN 이후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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