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히딩크, 말 필요없는 20년 지나도 여전한 사제의 정

김성수 기자 2022. 6. 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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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박지성(41) 전북 현대 어드바이저와 거스 히딩크(76)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다시 한번 운동장에서 만났다.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만날 때마다 한국 축구팬들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두 사람이다.

왼쪽부터 2002년, 2012년, 2022년 히딩크 감독과의 포옹 세리머니. ⓒAFPBBNews = News1 ⓒ대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는 5일 오후 3시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2002 월드컵 레전드 올스타전을 개최했다. 이는 2002 월드컵 20주년을 기념하는 2022 KFA 풋볼페스티벌 서울 행사의 하나였다.

2002년 4강 주역들과 또다른 한국축구 스타들이 뭉친 레전드 올스타팀은 박지성, 이영표, 김병지, 송종국, 이을용, 최진철, 지소연, 최은성, 오범석, 조원희, 백지훈, 김형범, 최성환으로 구성됐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들을 지휘했고 2002 월드컵 당시 함께했던 정해성 전 호치민 시티 감독이 이번에도 그를 보좌했다. 8 대 8 경기로 전후반 30분씩 진행됐으며 U-14 대표 선수들이 상대로 나와 대결을 펼쳤다.

레전드 팀은 U-14팀에 먼저 실점을 허용한 이후 세 골을 몰아치며 승리를 가져가는 듯했지만 이후 내리 3실점을 하며 3-4로 경기를 내줬다. 하지만 경기 결과는 중요치 않았다. 선수들은 2002년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재밌는 장면들을 많이 선보였고 관중들은 재밌는 공연을 보러온 듯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며 편안하게 경기를 즐겼다.

이날 가장 눈에 띄는 조합은 한국 축구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제지간 중 하나인 박지성과 히딩크 감독이었다. 두 사람은 벤치에 나란히 앉아 운동장을 바라봤다. 뛸 수 없는 무릎 상태인 박지성과 예전처럼 서서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지휘하기에는 너무 고령인 히딩크 감독은 의자에 앉아 담화를 나누기도 하며 경기를 관전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히딩크 감독이 2002 한일월드컵을 위해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의 공격적인 잠재력을 발견하고 그를 측면 공격수로 기용했다. 그리고 박지성은 월드컵 직전에 펼쳐진 강호 잉글랜드,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모두 골을 기록하며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히딩크 감독의 박지성 공격수 기용은 결국 대성공을 거뒀다. 박지성은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이영표의 오른발 크로스를 가슴으로 받아낸 후 오른발 터치로 상대 수비를 제치고 왼발 슈팅을 때려 결승골을 작렬했다. 박지성은 곧장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 안기며 기쁨을 만끽했다. 박지성의 이 골은 대표팀의 사상 첫 월드컵 16강 진출을 확정 짓는 득점이었으며 결과적으로 4강 신화를 이루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감독과 선수로서 둘의 인연은 월드컵 이후에도 계속됐다. 2002~2003시즌부터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PSV 아인트호벤의 지휘봉을 잡은 히딩크 감독은 대표팀에서 함께했던 박지성과 이영표를 2003년에 영입했다. 박지성은 첫 시즌 적응기를 거친 후 팀의 핵심 공격수로 발돋움했고 히딩크 감독과 함께 리그 우승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4강이라는 업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박지성과 히딩크 감독은 아인트호벤 시절 이후로는 공식 경기에서 호흡을 맞춘 적은 없었지만 K리그 올스타전과 같은 이벤트 경기에서 재회하며 팬들에게 반가움을 선사했다. 히딩크 감독은 2012년과 2014년의 K리그 올스타전에서 모두 박지성이 소속된 팀을 지휘했었는데 두 경기 모두 박지성이 골을 넣은 후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와 포옹하면서 2002 한일월드컵 포르투갈전 골 세리머니를 재현하기도 했다.

특히 박지성이 현역 은퇴를 발표하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열린 2014년 올스타전에서는 히딩크 감독이 박지성을 껴안고 수건으로 서로의 머리를 덮은 후 더 뜨거운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연합뉴스

그리고 이날도 어김없이 명장면이 재등장했다. 이번에는 약간의 변형이 있었다. 후반 8분 송종국의 오른발 패스를 받은 이영표가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2-1 역전을 만들었다. 이영표는 득점 후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 안기며 박지성의 포르투갈전 세리머니를 재현했다. 무릎이 좋지 않아 히딩크 감독 옆에서 벤치를 지키고 있던 박지성을 대신해 선보인 것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이어 옆에 있던 박지성을 일으켜 세워 함께 포옹했고 뒤따라온 송종국까지 네 명이 서로를 얼싸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공교롭게도 2002 월드컵 이후 네덜란드 에레디비시로 진출한 히딩크(당시 아인트호벤 감독), 박지성, 이영표(당시 아인트호벤), 송종국(당시 페예노르트) 4인방이 모이게 됐다.

2002년으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도 스승과 제자는 칭찬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지성과 히딩크 감독은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리셉션홀에서 열린 2022 KFA 지도자 컨퍼런스에서 서로에 대한 평가를 전했다.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을 "강한 집념과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가진 선수"라고 칭했고 박지성은 "선수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 무슨 말을 해야 하는 지 잘 아는 감독"이라고 히딩크 감독에 찬사를 보냈다.

박지성과 히딩크 감독이 사제의 연을 맺은 지도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둘은 여전히 끈끈한 모습이었다. 두 사람의 반가운 만남은 앞으로도 계속 한국 축구 팬들의 추억을 자극할 것이다.

경기 종료 후 지소연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히딩크 감독과 박지성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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