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김건희 패션 보도'에서 놓치고 있는 것

김다은 기자 2022. 6. 2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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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의 패션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있을까? 칭찬과 수식어가 난무하는 '나쁜' 보도가 메시지 찾는 일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패션을 다룬 언론사 뉴스 기사들의 제목.

김건희 여사의 옷장이 열렸다. 옷장 속 옷들은 ‘대통령 부인 김건희’뿐만 아니라 그의 이미지를 단장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 남짓 지난 지금, 김건희 여사의 패션은 어떤 메시지를 담으며 변화해왔을까? 패션 속 메시지를 전하는 언론 보도는 어떤가? 김건희 여사의 ‘패션 보도’가 시작된 첫 장면으로 시간을 되돌려보자.

4월4일 오전 5시, 20대 대선 사전투표 후 한 달 만에 모습을 드러낸 김 여사의 사진이 〈연합뉴스〉에 최초로 공개됐다. 자주색 후드티 차림에 하얀 슬리퍼를 신고 폭발물 탐지견을 끌어안은 모습이었다. 첫 보도가 나간 날 밤 11시가 넘은 시각, 〈조선일보〉는 사진 속 김 여사가 신었던 하얀 슬리퍼가 ‘완판’됐다는 기사를 온라인에 풀었다. “집사람 사주려고 했더만 물건이 없어요”라고 팬클럽 회원이 적은 게시물도 소개한 기사였다.

이튿날 아침 6시3분, 〈서울경제〉도 ‘3만원대 가격에 검소함도 주목’이라는 부제를 달고 동일한 팬클럽 사진을 담은 기사를 이어갔다(‘완판녀’로 등극한 김건희…품절 ‘3만원 슬리퍼’ 뭐길래). 〈조선일보〉가 쏘아올린 ‘완판녀 김건희’ 기사는 후속보도를 견인하며 조회수를 올렸다. 4월5일과 6일, 양일간 주요 보수 일간지와 경제지, 인터넷 언론사가 보도한 김건희 여사 관련 기사는 약 110개에 이른다.

이후 김 여사가 든 가방(또 ‘완판’시켰다…김건희 여사가 든 가방, 이미 품절, 〈동아일보〉), 셔츠(‘명품 패션’ 김건희 여사, 프랑스 D사 ‘꿀벌 셔츠’ 추정…“인스타 셀럽 못지않네”, 〈매일신문〉), 운동화(김건희 여사 운동화, 디올 143만원? ‘나들이 신발’ 관심 폭주, 〈헤럴드경제〉), 팔찌(선명한 ‘네잎클로버’…김건희 여사 최애 팔찌 가격은?, 〈이데일리〉)까지 해당 의류의 브랜드와 가격, 해당 품목의 매진 상황과 구입처를 상세히 설명한 ‘패션 보도’가 이어졌다.

김건희 여사의 패션에 대한 기사 개수는 여느 정치인의 패션 보도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기사 내용은 별 차이가 없었다. 구성도 비슷했다. 예를 들어 초반의 패션 보도는 김정숙 여사의 의상비 논란을 의식한 듯 ‘김건희 여사의 스타일이 검소하고 단아하다’는 해석을 덧붙였다. “김 대표는 공개 행보에 나설 때마다 검소한 패션으로 화제가 됐다(〈조선일보〉).” “때와 장소에 맞춰 입은 단아한 드레스 코드도 시선을 사로잡았다(〈매일경제〉).” “김 여사는 가늘고 굵은 크기로 조화를 이루는 두 개의 팔찌를 적절히 활용해 다양한 행사에서 이질감 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중앙일보〉).” 대중의 평가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도하지만, 정작 누구의 평가와 판단인지 알 수 있는 단서는 없다.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기사”

시민과 지지자들의 칭찬을 담은 기사도 마찬가지다. “(김 여사가) 주민을 향해 수차례 목례를 했고 주민들은 ‘너무 예쁘다’ ‘너무 참하다’며 화답했다(〈뉴시스〉)” “키가 커서 그런지 모델보다 더 우아하다(〈조선비즈〉)”와 같은 문장이 눈에 띈다. 팬클럽의 반응을 일반 여론인 것처럼 소개했다.

취임식 이후부터는 김 여사가 명품 브랜드를 착용한 사진이 연이어 공개됐다. 이때부터는 김건희 여사의 패션이 ‘품격 있고’ ‘세련돼’ 대중의 롤모델로 관심을 받고 있음을 강조하는 기사가 늘어났다. ‘“김건희 여사는 디올(Dior) 입는다”…퍼스트레이디의 ‘품격’(〈머니투데이〉)’ ‘요즘 강남 4050 여사님들 모이면 ‘디올’ 얘기뿐이라는데…(〈한국경제〉)’ ‘“영부인 가방 맞죠?” 난리 난 토트백…‘김건희 팔찌’도 화제(〈뉴스1〉)’와 같은 제목을 달고, 해당 의류 판매 사이트에 올라온 재입고 문의 글을 이미지로 캡처해 소개하는 식이다.

김건희 여사뿐만 아니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패션 보도’도 이어졌다. 장관 취임식 당시 그가 맨 훈민정음 패턴의 넥타이, 출근길의 뿔테 안경과 서류가방,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찬 빈티지 시계 등이 화제가 되었다. 이런 보도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조회수가 높다는 점이다. 〈시사IN〉은 김건희 여사의 175만원짜리 꿀벌 셔츠에 대해 기사를 쓴 경제지 3년 차 기자 ㄱ씨와 인터뷰했다. ㄱ 기자는 실제로 패션 관련 기사가 눈에 띌 만큼 조회수가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건희 여사의 기사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기사를 쓸지 정하는 기준은 ‘사람들이 뭘 궁금해할까’다. 아침에 팀장이 소위 조회수가 ‘빨리는(잘 나오는)’ 주제를 정해서 너는 뭐, 너는 뭐, 이렇게 그날 쓸 기사를 정해준다. 온라인 커뮤니티발 기사, 가십성 기사가 잘 팔린다. 기사가 나가고 나면 ‘왜 이런 기사를 쓰느냐’는 악플도 많이 달린다. 하지만 조회수가 높은 걸 보면 결국은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기사’라는 생각이 든다.” 이 같은 언론 보도에 대해 김언경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소장은 “기사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온라인 어뷰징 기사(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제목과 일부 내용만 바꿔 반복적으로 전송하는 기사)에서 한 치도 더 나아가지 못한 보도”라고 평가했다.

김건희 여사와 더불어 한동훈 법무부 장관(오른쪽)의 패션 보도도 언론사들의 단골 기사 소재다.ⓒ대통령실 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패션 보도가 그의 ‘외모’나 ‘패션’을 부각시키며 칭찬 일색으로 도배되면서 정작 중요한 기사가 잘 다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언경 소장은 “김건희 여사의 장점 중 하나가 패셔너블하다는 점이다. 지금 언론은 권력에 대한 견제라는 기본적인 역할에 골몰하기보다 권력의 장점을 열심히 발굴하고 보도해주고 있다. 한 인물에 대한 보도의 총량에는 마지노선이 있다. 패션 정보로 김 여사에 대한 보도가 도배되면 그를 둘러싼 주가조작·학력위조 의혹이나 대통령 부인으로서 해야 할 역할을 논의하는 기회는 뺏기게 되는 거다”라고 말했다.

6월12일,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영화 〈브로커〉를 관람하고 영화인들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초청해 만찬을 열었다. 이날은 북한이 오전 8시경부터 11시까지 방사포 다섯 발을 발사한 날이기도 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발사 사실을 파악하고도 만찬이 끝난 뒤인 밤 9시쯤에야 해당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김건희 여사가 이날 들었던 가방 브랜드에 관한 기사는 나왔지만 대통령의 대응을 알 수 있는 보도는 찾기 어려웠다.

이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5월29일, 전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를 찾은 김건희 여사의 사진이 공개됐다. 이어 그의 명품 신발을 주목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이날은 경북 울진 산불이 마을로 번져 산불 진화대원 1500여 명이 투입된 날이었지만 이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은 보도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전 패션지 편집장 ㄴ씨는 “대통령 부인이 세련된 옷을 입고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보는 모습이 언론에 계속 노출될 경우 마치 우리 모두가 다 잘살고 있고, 나라도 아무 일 없이 평화롭게 잘 돌아가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ㄴ씨는 공적인 공간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인물들의 패션은 그 자체로 메시지이고 스피치라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의 패션에서는 재클린 케네디 여사처럼 대중으로부터 사랑받는 아이콘이 되고자 하면서도, 동시에 세련된 상류층 여성의 계급성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읽힌다. 그가 걸치고 있는 옷들의 허리선, 체크무늬를 보면 어느 하나 평범하지 않다. 그게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고급 패션의 특징이다.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내가 잘 아는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개인적 욕망이 우선하는 패션이다.” 김건희 여사의 패션에서는 ‘사회적 메시지’를 읽어내기 힘들다.

대통령실의 취재 분위기도 지금처럼 가치가 낮은 패션 보도 현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언론에 김 여사에 대한 어떤 정보를, 언제 얼마나 알려줄 것인지를 결정한다. 하지만 ‘독자 제공’ 사진이 건희사랑 팬클럽 회장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 논란이 된 것처럼, 실제로 대통령 부부의 사진과 자료를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하는 과정 역시 불투명하다는 게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기자들의 증언이다.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ㄷ 기자의 말이다. “간혹 대통령실에서 ‘기자분들의 요청으로 공개한다’며 김 여사 사진을 뒤늦게 배포하기도 한다. 보안이나 법적 문제로 애초 보도해선 안 되는 사진이라면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는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런 기준 없이 사진의 공개 여부가 임의적으로 정해지니 ‘물 먹지 않으려고’ 기자들이 김건희 여사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게 된다.”

다른 나라도 이렇게 보도할까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 관한 사진·보도 자료는 대통령실 출입기자들과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함께 있는 단체 대화방을 통해 공유된다. 그런데 이러한 공식적인 루트를 통하지 않고 ‘단독’을 내건 김건희 여사 사진들이 언론에 공개되는 경우가 있다. 대통령실 혹은 김건희 여사 측근들이 자신과 친분이 있는 기자들에게 별도로 제공하는 자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통령실은 손쉽게 정보를 통제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방식을 개선하지 않는 한 언론이 무비판적으로 김건희 여사의 행보를 중계하는 보도 방식은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ㄷ 기자는 예상한다.

‘LOVE’가 적힌 재킷을 입고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한 미국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EPA

옷의 가격이나 브랜드를 알려주는 기사 자체가 ‘나쁜’ 보도일까? 해외 보도를 살펴보면 정치인의 패션을 다룬 기사들도 흔히 의류 브랜드나 가격, 구입 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한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의 반응을 하나씩 소개한다거나 평론가도 아닌 기자가 의상의 의미를 과도하게 해석해 보도하는 관행은 한국의 정치인 패션 보도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뉴욕타임스〉의 패션 평론가 바네사 프리드먼은 대통령 부인의 패션에 대해 쓴 기고문에서 “우리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그가 자신의 역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단서를 찾기 위해 그들의 옷장을 샅샅이 뒤진다”라고 말한 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지난해 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에 들렀을 때 ‘LOVE’라는 글자가 적힌 재킷을 입어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았다. 그는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국제회의 자리에서 화합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옷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올림픽을 표방한 도쿄 올림픽에 참석했을 때는 대부분 과거에 입었던 옷들을 재활용해 기존 패션 관례를 깼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옷을 자주 재활용해 입는 질 바이든 여사는 남편의 친환경 기후변화 정책 의제를 대변하는 상징이 됐다. 김건희 여사의 패션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있을까? 칭찬과 수식어가 난무하는 ‘나쁜’ 보도가 메시지 찾는 일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김다은 기자 midnightblu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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