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로스트 시티> (The Lost City, 2022)
글 : 양미르 에디터

로맨스 장르 소설 작가, '로레타'는 고고학자였던 남편을 몇 년 전에 잃은 슬픔을 간직하면서, 오늘도 편집장의 '독촉' 아래 원고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서 볼법한 뱀들이 우글거리는 내부 공간에서 주인공들이 위기에 처한 상황을 쓰고 있었지만, '로레타'는 악당에게는 뱀이 물지 않는 게 이상해서인지 쓰던 글을 모두 삭제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엔딩에 관한 아이디어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던 '로레타'는 급하게 엔딩을 마무리하고, 그렇게 급하게 마무리한 책의 홍보 투어를 진행한다.
이 투어엔 '로레타'의 소설 커버 모델로 오랜 시간을 함께한 '앨런'(채닝 테이텀)이 함께 했다.
'앨런'과 '로레타'의 관계는 그렇게 아름답지 않았다.
자신의 책 홍보 투어 자리가, 책에 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기 위한 행사라기보다는 '앨런'의 헐벗은 몸을 보기 위한 자리였기 때문.
설상가상 비평가들이 쓴 책에 대한 악평 등 여러모로 화를 쌓아둔 '로레타'는 투어 자리에서 이번 책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폭탄선언을 하고 만다.
두 사람이 다툰 후, 행사장을 빠져나온 '로레타'는 재벌 '페어팩스'(다니엘 래드클리프)에게 납치된다.
'페어팩스'는 언론 재벌 가문의 장남이었으나, 동생에게 회사를 뺏긴 이후, 전설의 보물에 집착했고, 그러던 중 '로레타'의 소설에서 보물에 대한 실마리를 얻는다.

'로레타'의 죽은 남편이 했던 연구가 어느 정도 소설에 녹아들어 있었기 때문.
'페어팩스'는 '로레타'에게 보물의 향방을 찾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제안하지만, '로레타'가 제안을 거부하자 강제로 의식을 잃게 한 후 보물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화산섬으로 가는 비행기에 태운다.
한편, '앨런'은 '로레타'가 납치당하는 걸 목격하고, 책 커버 모델 이상의 신뢰를 얻기 위해 '로레타'를 구하러 화산섬('로레타'의 '스마트 워치' 사용 장소를 이용한다)으로 향하게 된다.
그곳에서 '앨런'은 과거에 만난 '잭 트레이너'(브래드 피트)의 도움을 받아 '로레타'를 빼내는 데 성공하지만, 곧바로 문제가 발생한다.
<로스트 시티>는 할리우드의 단골 소재인 남녀 주인공의 정글 속에서 펼쳐지는 모험과 로맨스를 담았다.
여성 소설가가 주인공인 정글 모험물은 이미 <로맨싱 스톤>(1984년)이라는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작품이 존재한다.
로맨스 소설가 '죠앤 와일러'(캐서린 터너)가 작품을 쓰기 위해 펼치는 상상은 <로스트 시티>의 오프닝 상상과 비슷하다. '앨런'과 '로레타'가 정글을 벗어나 섬의 마을에서 춤을 추는 장면도 '죠앤'과 남자 주인공 '잭'(마이클 더글라스)의 그 장면과 유사성을 띤다.
다만, '앨런'은 '로레타'와 이미 대립점이 있는 상황이고, '잭'은 정글에서 처음 만난 남자여서 모험 사이 갈등이 발생한다는 차이점은 있다.

여기에 남녀가 무인도에 불시착한 가운데, 그곳에서 해적들과 만나면서 벌어지는 사투를 담은 <식스 데이 세븐 나잇>(1998년)에 대한 오마주도 담았다.
'로빈 먼로'(앤 헤이시)의 바지 안에 뱀이 들어갔는데, '퀸 해리스'(해리슨 포드)가 꺼내주는 장면은, 이번 작품에서 반대로 '로레타'가 '앨런'의 몸에 붙은 거머리를 떼주는 장면으로 변화됐다.
또한, <로맨싱 스톤>과 <식스 데이 세븐 나잇>이 공통으로 연상남과 연하녀의 모험을 담은 것과 달리, 연상녀와 연하남의 모험으로 변화한 것 역시 <로스트 시티>의 차이점이라 할 수 있겠다.
이는 작품의 제작에도 참여한 산드라 블록의 역할이 컸다.
산드라 블록가 출연한 코미디 혹은 액션 필모그래피의 흐름에는 할리우드의 변화상이 오롯이 그려져 있다.
<스피드>(1994년), <네트>(1995년) 등 1990년대 산드라 블록을 스타로 이끈 작품들은 분명 1980년대 할리우드의 주류 액션 영화(<람보>, <다이 하드> 시리즈 등) 속 여성상과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2000년대에 산드라 블록은 직접 제작에도 참여했는데, FBI 요원의 잠입을 담은 <미스 에이전트> 시리즈가 대표 사례였다.
'성 상품화'의 선두 주자인 '미스 아메리카' 대회를 비판했던 FBI 요원이, 잠입 과정 속에서 '연대의 힘'을 발견해낸다는 서사는 흥미로웠다.

그 후로도 산드라 블록은 우주에서의 여정을 통해 삶의 중요성을 담아낸 <그래비티>(2013년), 흥행과 별개로 '여성판 오션스'라는 스핀오프의 의미를 지닌 <오션스8>(2018년), 넷플릭스의 붐업을 일으킨 스릴러 <버드 박스>(2018년) 등 산드라 블록은 자신이 출연하는 작품을 통해서 계속해서 변화를 일으키고자 했다.
앞서 언급한 <로맨싱 스톤>의 캐서린 터너가 훗날 자신이 출연한 할리우드 초기 작품이 모두 남성들의 '성적 타깃'과 '트로피' 역할이었다는 것에 대해서 "당시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었다"라고 '벌처' 잡지와 인터뷰한 걸 보면, 달라진 할리우드의 분위기를 몸소 체화해주고 있는 셈.
한편, 1억 달러의 제작비가 넘는 대규모 블록버스터가 아니기 때문에, <로스트 시티>는 B급 코드의 유머로 작품을 전개해야 했다.
그래서 산드라 블록과 채닝 테이텀의 연기 합이 어쩌면 제일 중요했는데, 두 배우는 첫 호흡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케미스트리를 보여주며 극을 풀어간다.
여전히 '해리 포터'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 중인 다니엘 래드클리프도 코믹한 빌런 연기를 위해 고생했으며, '특별 출연'한 브래드 피트도 본인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장렬히 퇴장한다.
다만, 이런 말장난이나 슬랩스틱에 가까운 몇몇 액션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관객이라면, <로스트 시티>는 깔끔하게 넘겨도 좋다.
2022/04/20 CGV 영등포
- 감독
- 아론 니
- 출연
- 산드라 블록, 채닝 테이텀, 다니엘 래드클리프, 다바인 조이 랜돌프, 패티 해리슨, 오스카 누네즈
- 평점
-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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