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오일파스텔'이 핫한 이유?

최근 가장 핫하게 떠오른 미술재료가 있습니다.

바로 오일 파스텔이죠.

유튜브 뿐만 아니라 원데이클래스,

각종 취미개발 플랫폼에서

오일 파스텔을 활용한 수업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특유의 촉촉한 질감과 부드러운 선은

오일 파스텔만의 특징입니다.

크레파스를 연상하게 하는 느낌 덕분에

많은 미술 입문자들에게 사랑받고 있죠.

또 오일 파스텔은

다른 재료와 섞어 쓰기도 편해

화가들도 자주 사용하곤 하는데요.

오일 파스텔이 이토록 사랑받게 된 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그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뒤에서 많은 노력과 개발이 있었죠.

오늘날 가장 대중적인 미술 재료로 떠오르고 있는

오일 파스텔.

오일 파스텔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요?

오일 파스텔은 파스텔의 한 종류입니다.

파스텔은 그 형태와 용도에 따라

다양한 종류를 가지고 있는데요.

그 원형이 되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인 ‘파스텔'은

손가락 크기의 막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 분필 같은 모습이기도 한데요.

오일 파스텔과 달리 기름이나 물,

고무 등 액체 재료가 거의 들어가지 않아

매우 건조한 특성을 가지고 있죠.

이 파스텔의 시작은

15세기, 르네상스 시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활동하던 다 빈치나 미켈란젤로 같은 르네상스의 거장들은

스케치를 할 때 주로 석탄 같은 건조한 재료를 활용했습니다.

이 석탄은 대부분

자연에서 구하기 쉬운 천연 재료였는데요.

당시 그림이 주로 그려지던 건

나무나 돌로 된 벽이었습니다.

나무 지지체를 활용한 패널화

석회벽에 그림을 그리는 템페라화 등이 대표적이죠.

이 위에 그림을 그려내기엔

석탄 같은 건조한 재료가 적합했는데요.

때문에 르네상스의 화가들은

이 재료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그리고 이 흐름은 이후

16세기까지 이어집니다.

당시 이탈리아 북부 쪽의 화가들은

스케치에 최적화된 재료를 찾고 있었는데요.

기존에 사용되던 석탄은 쉽게 깨졌기 때문에

더 단단하고 견고한 재료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가루로 된 안료에 고무를 섞어 반죽해

단단한 바 형태를 만들어냈죠.

반죽하는 과정에서

파스텔의 이름이 탄생합니다.

반죽을 뜻하는 단어 paste가

pastel의 원형이 된 것이죠.

당시 파스텔은 물이나 기름 같은 액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

매우 건조한 질감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건조하면서도 단단하고

또 날카로운 표현이 가능한 파스텔은

얇고 거친 선을 그려내기 적합했습니다.

때문에 초기 파스텔은

르네상스 시기 다 빈치나 미켈란젤로가 활용했던 것처럼

스케치 단계에서 주로 사용되었죠.

또 파스텔에는 특별한 점도 있었습니다.

르네상스 시기 사용되던 목탄 같은 스케치 도구와 달리

파스텔의 입자는 더 컸는데요.

덕분에 스케치뿐만 아니라

넓은 면적도 고르게 칠할 수 있었죠.

인물이나 풍경을 채색하는 것도

얼마든 가능했습니다.

때문에 화가들은 유화나 수채화 같은 물감을 사용하지 않고

파스텔만으로 그림을 완성해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18세기,

파스텔의 인기는 정점에 달합니다.

당시 파스텔은 혜성처럼 등장한 신식 재료였고,

많은 화가들은 파스텔을 활용해

초상화나 풍경화를 그려내곤 했는데요.

빠르게 인기를 얻은 만큼

그 열기는 빠르게 식었습니다.

1820년 당시

명망 있는 컬렉터로 알려진 리차드 콜트(Richard Colt Hoare)는

‘파스텔은 이제 유행에 뒤떨어지는 재료'라 이야기했죠.

이후 파스텔을 활용한 그림은

거의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유행이 돌고 돌듯

화가들은 다시 파스텔을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다시 파스텔 열풍을 일으킨 화가 중 한 명은

‘에드가 드가’였습니다.

그는 수많은 발레리나 그림을 그린 걸로도

잘 알려진 화가인데요.

드가의 그림을 보면 무대 위와 아래에서

춤추고 있는 발레리나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드가는 이들의 움직임을 포착했죠.

움직이는 대상을 빠르게 포착하는 데

파스텔은 아주 적합한 재료였습니다.

애초에 빠른 스케치에 적합한 재료를 위해

파스텔이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그리고 더 단단하게 개발하는 과정에서

그 입자를 크게 만들어

채색도 얼마든 가능했습니다.

드가는 발레 공연장과 연습실에서

빠르게 발레리나를 스케치하고

채색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이었던 공연장에서

관객이 볼 수 있는 모습과 볼 수 없는 모습을 모두 그려낸 드가는

이후로도 수많은 발레리나 그림을 남겼죠.

드가 이후로 다른 화가들도

파스텔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드가와 비슷하게

물랑루즈의 무용수들을 그려냈던 툴루즈 로트렉.

행복을 그려낸 화가로 알려진

야수파의 창시자 마티스.

따뜻한 색감의 풍경화를 그린 모네,

르누아르까지 다양했죠.

오늘날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위대한 예술가들 모두

파스텔을 활용한 그림을 그렸던 건데요.

파스텔은 유화와 달리, 기름을 섞어 쓰지 않고

오직 파스텔 하나만으로 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색깔이 탁해질 염려 없이 맑은 표현이 가능했고,

붓이나 팔레트 등 다른 재료도 필요 없어

화가들이 언제 어디서든 그림을 그릴 수 있었죠.

이렇게 파스텔은 화가들에게

널리 사용되었는데요.

이후 파스텔에는 또 한 번의 변화가 찾아옵니다.

파스텔은 초기 스케치 재료였던 석탄보다

훨씬 단단했지만,

여전히 내구성이 약하다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바닥에 떨어뜨리면

쉽게 깨져버리곤 했는데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경도를 가진 파스텔이 출시됩니다.

단단한 정도에 따라 파스텔은

소프트, 미디엄, 하드 파스텔로 구분됩니다.

소프트 파스텔은 가장 널리 활용되는

파스텔 중 하나입니다.

약간의 액체성 물질을 포함해

잘 부러지지 않으면서도

부드러운 표현이 가능하죠.

게다가 색깔을 표현하는 안료의 비율이 높아

선명하게 그 색을 표현해낼 수 있습니다.

반면 하드 파스텔은

매우 단단하고 날카로운 선을 그려냅니다.

마치 색연필처럼 사용할 수 있는데요.

소프트 파스텔과 달리 안료의 비중이 작아

선명도는 떨어지는 특성을 가집니다.

파스텔이 다양한 경도를 가지게 되면서

예술가들이 그림에 파스텔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해졌습니다.

파스텔을 칼로 갈아 분말형태로 만들어

문질러서 표현하는 기법이 생겨나기도 하고,

파스텔 위에 수채화나 유화 물감을 덧칠해

다양한 질감을 표현해내기도 했죠.

또 파스텔만을 활용한 그림도

계속 만들어졌습니다.

파스텔화는 기존의 유화나 수채화와 비교해

작품을 보존하기 용이했습니다.

유화는 보관상태에 따라 표면의 물감이 갈라져 균열이 생기기도 하고,

황변현상이 일어나 그림의 색감이 달라지는 일이 생깁니다.

수채화 역시 햇빛이 닿으면 변색될 수 있어

관리에 주의를 요하죠.

하지만 파스텔화는 유화나 수채화에 비해

영구적으로 형태를 유지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건식재료인 덕분에 색깔이 변하거나 균열이 생기지 않고

처음의 형태를 잘 유지할 수 있죠.

한편 파스텔엔 단점도 있었습니다.

파스텔은 건식재료이기 때문에

가루 날림이 매우 많았는데요.

이는 화가들의 기관지 건강을 위협했습니다.

게다가 건식재료 특성상

유화 물감처럼 두껍게 질감을 표현해내거나,

수채화 물감처럼 맑고 투명한 느낌을 주는

다채로운 표현이 어려웠죠.

그리고 이런 파스텔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상쇄한 것이

바로 오일 파스텔입니다.

오일 파스텔은 기존의 파스텔에

왁스나 기름을 혼합해

더 부드러운 질감을 가진 것이 특징입니다.

마치 버터와 같은 질감을 가지고 있는데요.

기존 파스텔보다 입자가 더 굵어

유화처럼 두터운 표현도 가능합니다.

어두운 색깔 위에 밝은색을 얹는 것도 가능하죠.

기존의 물감만이 표현할 수 있던 특성을

가능하게 만든 건데요.

오일 파스텔의 시작은 일본이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일본의 야마모토 카나에는

일본 교육 시스템의 전면 개편을 제안합니다.

학생을 일방향적으로 가르치는 교육이 아닌,

학생이 자유롭게 표현하며 배우는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것이죠.

그리고 그 일환으로 미술 수업을 늘리고자 했는데요.

이를 위해 그는 어린 학생들이 쉽게 쓸 수 있을

미술 재료를 개발합니다.

기존 파스텔에 왁스와 기름을 더한

오일 파스텔이었죠.

이는 당시 주로 사용되던 분필이나 파스텔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었고,

점도가 높아 물감 같은 다채로운 표현이 가능했습니다.

교육용으로 제작된 오일 파스텔은 이윽고

유럽으로까지 퍼지게 됩니다.

당시 일본에서 개발했던 오일 파스텔은

아이들의 교육용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순수미술에 사용하기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입자가 작아 울퉁불퉁하게 선이 그어졌고

고르게 색칠하기도 어려웠죠.

유럽에서는 이 단점을 상쇄하기 위해

오일 파스텔의 재료가 되는 왁스와 안료의 품질을 끌어올립니다.

그리고 더 부드러우면서도 선명한 선을 가진

오일 파스텔을 개발해냈죠.

그리고 1949년, 숙련된 예술가를 위한

최초의 오일 파스텔이 생산됩니다.

이 오일 파스텔은

피카소도 즐겨 사용했던 걸로 알려져 있는데요.

회화와 소묘의 성격을 모두 아우르는 오일 파스텔은

다채로운 기법을 만드는 데도 용이했습니다.

오일 파스텔을 활용해 그린 그림에

테레빈을 묻혀 문지르면 그림이 용해됩니다.

이는 수채화 같은 맑은 표현을 가능하게 했죠.

또 오일 파스텔의 성분을 활용한 기법도 등장합니다.

물과 기름이 갖는 배타성을 이용한 반발기법이 대표적인데요.

오일 파스텔로 그린 선이나 면 위에

수채화나 아크릴 물감을 칠하면

오일 파스텔 부분에는 물감이 스미지 않아 독특한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기 쉬우면서도 표현 효과가 뛰어나

아동화에서 많이 사용되는 기법이죠.

그렇게 오일 파스텔은 예술가뿐만 아니라

더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범용성,

그림 그리는 데 추가적인 재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은

오일 파스텔을 오늘날 미술 입문 재료로 자리매김하게 했습니다.

르네상스 시기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석탄에서

더 단단한 형태로 진화한 파스텔.

이후 파스텔은 화가들에게 널리 사랑받으며

다양한 경도와 색감을 가진 재료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단점을 상쇄하는 시도 속

오일 파스텔이 등장했죠.

오일 파스텔의 등장은

예술가와 대중 모두에게 혁신이었습니다.

예술가는 기존의 단점이 사라진 미술 재료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대중은 더 쉽게 미술을 시도해볼 수 있게 되었죠.

끊임없이 진화해 온 재료, 오일 파스텔

오일 파스텔은 또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