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는 벌금인데, '야애니 소지'는 징역

2022. 4. 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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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n번방'을 통해 미성년자 음란물을 소지한 20대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 가운데, 교복을 입은 캐릭터가 등장한 성인 애니메이션을 소지한 자에게도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단순히 성인 애니메이션을 소지하는 것만으로, '몰카'를 찍은 것보다 무겁게 처벌하고 미성년자를 협박해 제작한 성착취물과 동등하게 취급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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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고려 안한 국회 촌극
교복 캐릭터 애니메이션 소지
20대 남성 징역 6월·집유 1년
'n번방' 사건 후 처벌수위 강화
미성년자 음란물 소지자와 동급
"국회, 비상식적 법안 뽑아내"

최근 ‘n번방’을 통해 미성년자 음란물을 소지한 20대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 가운데, 교복을 입은 캐릭터가 등장한 성인 애니메이션을 소지한 자에게도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미성년자를 협박해 불법촬영한 음란물과 애니메이션을 똑같은 성착취물로 본 현행법에 대해 법조계에서도 악법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7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수원지법 안산지원 제1형사부(부장 김영민)는 성인 애니메이션을 소지한 20대 남성 A씨에 대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과 함께 아동 청소년 관련 기관 등과 장애인복지시설에 3년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A씨는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 걸쳐 교복·체육복을 입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성인 애니메이션 2편을 P2P(인터넷 개인 거래)사이트에서 내려받았다. 법원은 이 애니메이션을 미성년자 성착취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체육복을 착용하는 등 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인 여학생 캐릭터 영상을 소지했다”며 “피고인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하였다”고 판결했다. 이어 “아동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성착취물소지)죄는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제2조 제2호에 규정된 ‘아동 청소년대상 성범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단순히 성인 애니메이션을 소지하는 것만으로, ‘몰카’를 찍은 것보다 무겁게 처벌하고 미성년자를 협박해 제작한 성착취물과 동등하게 취급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는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텔레그램 n번방을 통해 여고생이 찍힌 음란물을 소지한 20대 남성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지난해에는 지하철 공덕역에서 여성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한 남성에 대해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으며, 제주 시내 한 의류매장 여성 탈의실을 촬영한 중국인 유학생에게도 벌금 200만원이 선고된 바 있다. 징역형보다 처벌이 약한 벌금형이 몰카 범죄에 나오고 있다.

이는 2011년 아청법 개정에 따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에 대한 정의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실제 아동·청소년이 등장해야만 아동·청소년 성착취물로 처벌을 했지만, 개정 이후에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게임·애니메이션 등 가상 캐릭터라도 처벌할 수 있게 됐다. 2020년에는 게임·애니메이션 캐릭터에 대해서도 ‘성착취물’로 인정하도록 해당 법이 더욱 강화됐다.

김민건 법무법인 우면 변호사는 “n번방 이슈몰이에 편승하려고 국회의원들은 빠르게 관련 법을 입법했다”며 “어느 의원도 부작용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 이런 촌극이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 개정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속기록을 보면 해당 법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당초 법안을 추진한 의원들은 (성인물에 대해)벌금형으로 범죄 예방이 되겠냐며 벌금형을 제외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 변호사는 “국민들 스스로가 입법 절차를 확인하여 문제가 되는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막지 않으면 언제라도 나도 모르게 나를 옥죄는 법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이 법에 분노를 느끼시는 많은 분들이 법이 정말로 대충 대충 아무런 고려 없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 두려움과 경각심을 가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채상우 기자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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