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통신 후국기~KB손해보험 후인정' 대를 잇는 父子 스토리

금성통신은 스타군단이었다. 강두태, 강만수, 김호철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즐비했다. 그 중에는 대만화교 2세인 후국기도 있었다. 금성통신 전성기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데, 기량과 함께 늘 화제가 된 것은 국적이었다. 경기대 시절부터 최고의 레프트 자원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끝내 태극마크를 달지는 못했다. 부친의 반대로 귀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성통신은 1980년대 들어 주춤했다. 1992년 럭키화재로 팀 명칭이 바뀌었고, V리그가 출범한 2005년에는 LIG손해보험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성적은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모기업의 관심과 투자가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양강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벽은 너무 높았다.
2015년 6월 주인이 바뀌었다. KB손해보험이 배턴을 이어받았다. 엠블럼과 유니폼은 물론 팀 컬러도 빨간색에서 노란색으로 교체됐다. 하지만 좀처럼 반전을 이루지 못했다. 꾸준한 투자 끝에 2020~2021시즌 10년 만에 ‘봄배구’에 진출하며 비로소 두각을 드러냈다.
이번 시즌에는 더 높이 날았다. 정규리그 2위에 이어 챔피언 결정전까지 진출했다. 모두 창단 이후 새롭게 쓴 빛나는 역사다.
그 돌풍의 한 가운데 후인정 감독(48)이 있다. 지난해 4월 지휘봉을 잡은 뒤 후 감독은 “아버지께서 선수생활을 하셨던 팀에 감독을 맡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고 소감을 밝혔다.
선수시절 국내 최고의 라이트 공격수이면서 뛰어난 센터 블로커였던 후 감독은 아버지와 달리 귀화를 택했다. 아들의 장래를 위해 아버지가 결단을 내린 것이다. 수원화교학교와 인창중~인창고를 나온 그는 경기대 2학년 때 대한배구협회의 특별귀화 추진으로 국가대표가 됐다. 국내 최초의 귀화선수였다.

프로팀에서 코치, 대학에서 감독으로 후배를 양성하던 그는 지난해 KB손해보험과 인연이 닿았다. 창단 멤버였던 아버지의 기운을 받은 덕분일까. 후 감독의 첫 시즌은 모두가 인정하는 합격점이다. 대한항공과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뒤 아버지는 한통의 문자를 보냈다. ‘준우승도 잘했다’는 짤막한 내용이었지만, 아들에게는 큰 힘이 됐다.
후 감독의 시선은 다음 시즌으로 향한다. 그는 “챔프전에서 진 것은 큰 무대 경험이 부족했고, 위기의 순간에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케이타와 재계약이 우선이지만, 국내선수 보강에 힘을 쏟을 것이다. 자유계약선수(FA)와 트레이드 등을 통해 전력을 보완해 우승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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