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년 전 국민적 공분을 샀던 사건이 있다. 바로 뇌사 판정 후 장기 기증 신청한 아들의 장기 기증이 끝나자 유가족에게 시신을 알아서 수습하라고 한 병원. 장기 기증을 후회한다는 아버님의 원망과 한탄 섞인 인터뷰를 보며 나도 화가 났었다. 유튜브 댓글로 “장기 기증하면 나몰라라하는 병원이 아직도 많은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장기기증을 안 하게 된 이유

위 사건이 보도된 건 2017년. 당시 엄청난 화제가 되면서 댓글 반응도 엄청났는데,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댓글 내용처럼 정말 기증자들이 대거 탈퇴했을까?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자료에 따르면, 2016년까지는 한 해 평균 기증 취소자가 약 5천명이었는데, 2017년을 기점으로 취소자가 1만명에 육박한다. 취소자가 두 배 오른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실제 장기기증이 이뤄진 사례도 2017년을 기점으로 갑자기 뚝 떨어졌다. 특히 조직기증자 수는 2016년 285명에서 2017년 128명으로 55% 이상 줄었다. 실제 당시 기사를 살펴보면, 일주일 만에 1000여명이 장기기증 의사를 철회했다고 한다.

누구보다 예우받아야 할 기증자에게 이런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무엇일까? 이는 협약 병원과 비협약 병원의 차이 때문이다. 업무협약을 맺은 병원에는 코디네이터와 사회복지사가 파견돼 유가족을 지원하지만 그렇지 못한 병원 즉 비협약 병원에는 이런 체계가 없었다. 당시 유가족에게 시신을 알아서 수습하라고 했던 병원도 이런 비협약 병원이었기 때문에 정당한 예우와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2019년 뇌사자 450명 관리업무 협약비율이 54.2%밖에 되지 않았다.

이 점은 지금 개선되었을까?
한국장기기증조직원
"그게 이전에는 말씀하신 대로 차이가 있었는데 이제는 협약이든 비협약이든 기증자 예우, 이송 등에 대해 저희가 담당하고... 그 부분에 제일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서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여러 기관에서 장기 기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겠지만 한번 잘못 박힌 인식이 갑자기 바뀌긴 어려울 거다. 권익위에서는 기존 장기 기증자 예우사업의 문제점으로 크게 2가지를 지적했는데 첫째 지자체가 기증자 및 유가족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규정의 부재, 둘째 유가족 심리 지원 등 세심한 관리 부재를 꼽았다. 한마디로 장기 기증을 하려고해도 지자체에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체계가 그동안 없었고, 기증자 사후 충격에 빠진 유가족을 돌보는 데도 소홀했다는 것.

하지만 상황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시간이 지체되긴 했지만 비판여론이 힘을 얻으면서 정부도 2021년 3월 장기·인체조직 기증활성화 기본계획이라고 이름붙인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제도적으로 살펴보면, 기증 과정에서는 기증자 가족 지지상담, 장제지원, 동행지원 등을 지원한다. 기증 후에는 유가족 상담과 유가족 모임, 추모제 등으로 정서적 지지를 지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협약/비협약 병원의 예우와 지원 차이는 사라져서, 모든 장기기증자는 차별 없이 기증자 예우 및 가족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래도 아직은 와닿진 않는다. 그래서 왱에서는 2020년 7명에게 소중한 생명을 나누고 떠난 故 고홍준 군의 아버님과 연락이 닿아 직접 경험하셨던 이야기를 어렵사리 여쭤볼 수 있었다.

기증자 故 고홍준 군 아버님 고동헌님
"정말 이렇게 잘 놀고 저녁먹었던 아이가 갑자기 30분만에 쓰러져 누워서 119실려가고 뭐 그렇게 하는 과정이 불과 몇시간도 안걸렸어요. 장기기증 의사를 밝히니까 여긴 제주도인데 코디네이터분이 바로 내려오셨어요. 결정을 하고 나서 안 좋은 기사를 봤는데 과연 그러느냐. 절대 아니다라고 하시면서 홍준이 가는 길이 끝까지 지켜주겠다고 실제로 코디네이터 선생님이 엄마 아빠 옆에서가 아니라 홍준이 옆에서 한 발짝도 떠나지 않았어요. 오히려 홍준이 제가 보고 있을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영상 맨처음 소개한 2017년 사건 영향이 컸겠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장기 기증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편이다. 현재도 하루에 5명의 장기이식 대기자들이 눈을 감고 있는데, 기증자를 기다리는 대기 환자들과 가족들의 마음은 더욱 고통스러울 것이다.

내 몸의 일부를 필요로 하는 다른 이에게 살아서 또는 죽은 후에라도 기증하겠다는 그 숭고한 뜻. 장기 기증자의 감히 헤아리기 힘든 마음, 또 그 기증자를 기다리는 이들의 간절한 마음이 어떤 제도적인 준비 부족 때문에 헛되이 쓰이는 일은 절대 없었으면 한다.
당신도 취재를 의뢰하고 싶다면 댓글로 의뢰하시라. 지금은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명품 브랜드들이 SNS계정을 지우고 있는 이유를 알려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 중이다. 구독하고 알람 설정하면 조만간 취재 결과가 올라올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