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시작하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일입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사이에서 부는 꾸미기 바람
‘별다꾸’라는 말이 있습니다. ‘별걸 다 꾸민다’의 줄임말인데요. 최근 MZ세대 사이에서는 스마트폰, 다이어리, 신발 등을 꾸미는 ‘별다꾸’가 유행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해시태그만 299만여 개에 이르고, ‘스꾸(스티커로 꾸미기)’는 56만여 개를 돌파했습니다.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는 1020대의 특성이 반영된 현상인데요. MZ세대가 꾸미기에 진심인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다꾸, 포꾸에 이어 인기라는 '소꾸'
1020이 꾸미는 대상은 다양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다꾸(다이어리 꾸미기)’인데요. 단순히 일과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기를 자기 취향대로 꾸며서 공유하는 다이어리 문화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다이어리의 조그만 칸에 그림을 그려 하루를 소개하기도 하고, 스티커로 그날의 기분을 설명하기도 하죠. 90년대에 유행하던 ‘노트 하나에 일기 돌려쓰기 문화’와 유사하죠.
아이돌 가수의 앨범을 구매하면 받는 포토 카드를 꾸미는 ‘포꾸’도 있습니다. 포토 카드를 보관하는 PVC 재질의 보관함인 ‘탑 로더’를 스티커 등으로 꾸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랑하기도 하고, 음식과 함께 인증샷을 남기기도 합니다.
팬덤 사이에서는 좋아하는 아이돌의 응원봉을 꾸미는 것이 유행입니다. 최근에는 소고 꾸미기도 등장했습니다. 아이돌 세븐틴이 함성을 대신할 응원 수단이자 콘서트 굿즈로 소고를 출시한게 계기가 됐는데요. 굿즈의 물량이 적게 풀리며 소고를 구하지 못한 팬들이 일반 소고를 구매해 물감으로 색칠하고, 꾸미면서 일종의 유행으로 확산됐습니다.
◇아이폰 감성 위협하는 ‘플립 감성’
주요 기업들도 꾸미기에 진심인 청년세대에 발맞춰 변화 중입니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는 Z플립3로 ‘꾸미기 열차’에 탑승했습니다. 요즘 플립3 전면의 디스플레이 꾸미기가 인기인데요. 사진뿐만 아니라 움짤(움직이는 이미지)도 적용할 수 있어 꾸미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화면을 접을 수 있는 폴더블폰인 갤럭시Z 시리즈도 액정이 없는 외관을 꾸밀 수 있어 각광받고 있죠.
교보문고는 자사가 운영하는 잡화 매장 ‘ 핫트랙스의 일부 지점에 스티커, 마스킹테이프를 모아놓은 ‘스꾸존’을 만들었습니다. 백화점, 문구 쇼핑몰 등도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여러 ‘꾸미기 템’들을 입점 하는 추세입니다.
◇디지털 네이티브가 펜을 잡은 이유
요즘 1020대는 태어날 때부터 PC 등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입니다. 특히 유년기 때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한 Z세대는 현재와 유사한 환경에서 성장했는데요. 그들이 아날로그적 행위인 꾸미기에 열광하는 이유는 ‘손맛’으로 진심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포꾸에 열중인 대학생 이나영(22) 씨는 “내 노력을 통해 꾸미고, 그 결과물을 바로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며 “딱히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지 않아도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어 힐링되고, 뿌듯한 감정을 느껴서 계속 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다꾸’를 즐겨 하는 김은지(24) 씨는 다꾸 열풍에 대해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레트로 감성이 유행인데, 그 대표주자가 ‘꾸미기’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태블릿PC, 스마트폰 등으로 꾸미기를 할 수도 있지만, 디지털화된 문자는 전하지 못하는 감정을 펜은 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날로그적인 행위에서 멈추지 않고, 그것을 SNS에 자랑하며 ‘디지로그(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 적 문화 현상으로 자리매김한 ‘별다꾸’. 기성품으로 자신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느낀 청년들이 열과 성을 다해 꾸미기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별걸 다 꾸민다’는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김수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