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에 입을 옷 없다면, 여기어때?

일산 식사동 구제거리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 견달산로에 위치한, 일명 ‘식사동 구제거리’는 구제를 취급하는 서울 홍대나 상수동의 소규모 빈티지 숍과도, 광장시장이나 동묘시장과도 규모와 시설 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가게들이 모여 있어 도보로 이동하면서 구경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차로 이동한다면 좀 더 편하게 쇼핑을 할 수 있다.

명품과 하이엔드 브랜드가 빼곡

‘돈키호테’는 식사동 구제거리에서도 많은 방문객을 자랑하는 매장으로 유명하다. 가게 사방 곳곳엔 오래된 카메라와 소파, 거울 등 고풍스러운 소품이 배치되어 있어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가게에 들어온 손님들은 “우와!” 하는 탄성을 뱉었다. 그만큼 폭넓은 시대의 다양한 물건을 취급하는, 구제의 백화점 같은 곳이다. 몇몇 물건은 사장님에게 가격을 직접 물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백화점에 방문해야만 볼 수 있는 명품 구두부터, 오래전 단종된 브랜드의 특정 제품도 구경할 수 있다. 오래된 물건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의류 구입뿐 아니라 복고풍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식사동의 필수 코스로 추천할 만하다.

아주 깔끔하게 정리된 매장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지만, 그만큼 빈틈없이 빼곡하게 채워진 물건들이 장점이다. 복고풍 인테리어 소품이 많아서 ‘요즘 입을만한 옷이 있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노락이나 더플코트, 작은 크기의 스카프 등 일상에서 시도하기 좋은, 익숙한 아이템들이 많다. 빨간색, 노란색처럼 새 상품으로 사기는 망설여지는 포인트 컬러도 가득하다. 최근 다시 붐을 일으키고 있는 로고 플레이가 강조된 명품 가방이나,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화려한 디테일의 카디건, 신발 그리고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가죽재킷 등 패션에 관심이 없더라도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물건이 가득하다.

정찰제로 쇼핑을 즐기고 싶다면

탁 트인 층고와 넓은 매장을 자랑하는 ‘기석무역’은 깔끔한 디스플레이를 선보인다. 기석무역의 직원은 “도매를 하는 공장이 따로 있고, 관리하는 회사가 큰 편이다. 이 매장은 소매 위주로 돌아간다.”라고 가게를 설명했다. 

구제임을 감안하더라도 가격은 매우 저렴하다. 셀렉된 빈티지 숍을 이용하던 이들이라면 낮은 가격에 놀랄 수도 있다. 3천 원이면 티셔츠나 블라우스 한 벌을 살 수 있고, 라이더재킷, 무스탕, 헤링본이나 트위드 재킷도 1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추운 날씨에 맞게 점퍼와 두꺼운 재킷, 퍼 종류가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원피스와 청바지, 티셔츠의 양도 만만치 않았다. 한 직원은 입구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린 퍼 재킷을 보고 “옛날 같았으면 제일 먼저 나갔을 텐데, 요즘은 아니다.”라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인형이나 가방, 신발, 넥타이 등의 잡화류는 물론이고, 무대 의상과 이불, 작업복도 보였다. 

창고형 매장에서 보물을 건져보자

이외에도 식사동 구제거리엔 창고형 매장들이 즐비하다. 간혹 2층짜리 건물에 독립된 두 가게가 영업하기도 한다. 빈티지가 아니더라도 저렴한 등산복이나 신발, 속옷 등을 판매하거나 신발, 모자 등 소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가게도 있다. 

이렇게 수많은 아이템 속에서 헤매지 않으려면, 원하는 물건을 생각하고 방문하는 것이 편하다. 딱히 떠오르는 옷이 없다면 나에게 어울리는 색이나 아이템, 옷장에 구비하고 싶은 스타일을 알고 가는 것도 좋다. 또한 소규모 빈티지 숍 쇼핑이 익숙하다면, 식사동 구제거리에 방문할 때는 시간 확보를 해야 한다. 

핫한 거리에 있는 숍들보다는 손님들의 연령대도 높고 2030세대에게 익숙하지 않은 브랜드나 옷 스타일이 있어 선뜻 발길이 가지 않을 수 있지만, 보물은 어디에나 있다. 정리하는 직원들이 구매 권유나 안내를 하지 않기 때문에 부담 없이 구경할 수 있는 것은 장점. 입구에서 가게 한 바퀴를 천천히 돌다 보면,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는 옷이 분명 눈에 띌 것이다. 대부분의 매장이 오후 6~7시면 영업을 종료한다. 먼지가 많아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