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혜 분장 디자이너 주요 작품

2022. 6. 1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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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트에 이름이 적히면 죽는다'.

독특한 소재의 뮤지컬 '데스노트'는 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김성혜 디자이너는 "만화 속 캐릭터를 구현해야 하는 만큼 정교한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김 디자이너는 "코를 제작할 소재를 찾는 것만 해도 오랜 시간이 걸렸고, 무수히 많은 실패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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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동글 드레드 가발 ‘데스노트’의 사신

‘이 노트에 이름이 적히면 죽는다’. 독특한 소재의 뮤지컬 ‘데스노트’는 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김성혜 디자이너는 “만화 속 캐릭터를 구현해야 하는 만큼 정교한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특히 사신 렘의 캐릭터 창조가 쉽지 않았다. 온통 새하얀 이 사신은 만화에서 튀어나오는 것과 같은 ‘시각적 충격’을 안긴다. “원작에서 렘이 달고 다니는 동글동글한 털실 뭉치는 드레드 가발”로 구현했다. 배우들이 오래 착용하고 있어야 하는 만큼 무게를 줄이기 위해 흑인들이 드레드를 할 때 쓰는 가벼운 심지를 넣었다. 가발은 3일에 한 번 샴푸를 하고, 매일 헤어 라인을 세척해 청결한 상태를 유지한다.

회춘 마스크 ‘드라큘라’의 비포 앤 애프터

4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불멸의 삶’을 사는 드라큘라는 ‘비포(Before)’, ‘애프터(After)가 중요한 캐릭터다. 김 디자이너는 애프터의 ‘탱탱한 젊음’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포의 캐릭터를 고심했다. 불과 20초 안에 ‘늙고 추악한 얼굴’에서 ‘젊고 아름다운 얼굴’로의 변신을 위해 김 디자이너는 마스크를 제작했다. 드라큘라 백작을 맡은 배우들의 얼굴 본을 뜬 뒤 실리콘으로 피부 재질을 만들었다. 김 디자이너는 “노역을 과장되게 표현하기 위해 실리콘 피부 재질에 조소 작업을 통해 주름 디테일을 넣었다”며 “제작기간만 해도 한 달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뱀파이어 슬레이브’역할의 세 배우도 관객을 압도한다. 화려한 금발 머리에 속눈썹을 빨간색과 검은색으로 두 개씩 붙인다. 방금 피를 마신 뱀파이어의 모습을 살리기 위해 붉은 입술을 일부러 번지게 그렸다. “피를 갈구하는 존재들의 모습을 부각하기 위한 방법”이다.

무수한 실패속에 탄생한 ‘시라노’의 큰 코

뮤지컬 ‘시라노’는 주인공은 남들보다 도드라지게 큰 코를 가졌다. 그러면서도 기형적으로 보이면 안 되는 코의 모양새다. 김 디자이너는 “코를 제작할 소재를 찾는 것만 해도 오랜 시간이 걸렸고, 무수히 많은 실패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코는 “무게가 0.1g이라도 더 나가면 무대 위에서 주저앉고 떨어지기 일쑤”였다. 처음엔 실리콘으로 제작했으나, 최종 버전은 특수분장용 소재를 여러 가지 섞어 시라노의 코가 만들어졌다. 김 디자이너는 최적의 코를 만들기 위해 자신이 직접 코를 부착하고 매일 서너 시간씩 테스트를 했다. 그는 “배우들의 그날 그날 컨디션과 전날 식사의 종류, 습도와 온도 등이 코의 상태를 결정한다”며 “배우마다 전체 코와 콧구멍의 모양, 코를 찡긋하는 버릇까지 감안해 만들어 코만 봐도 주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80년대 시대상 품은 ‘모래시계’ 잉어문신

이른바 ‘귀가시계’라고 불린 ‘모래시계’(8월 14일까지·디큐브아트센터)를 무대로 옮긴 이 작품은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작품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이는 캐릭터는 조직폭력배이자 태수의 친구로 나오는 ‘야망남’종도다. 종도는 1막과 2막에서의 변화가 상당하다. 1막에선 뒷골목의 흔한 조직폭력배였다면, 2막에선 ‘카지노 대부’를 꿈꾸며 야비한 짓을 서슴치 않는 인물로 나아간다. 윗사람에게 굽신거리며 아부하는 종도의 성향은 목에 새겨진 ‘잉어 문신’으로 구체화됐다. 김 디자이너는 “1980년대 시대 분위기와 당시 디자인을 많이 찾아봤고, 문신으로의 의미에 대해서도 알아봤다”며 “잉어 문신은 1인자가 되고 싶어 부화하는 모습을 상징한다. 보통 조직의 부하들이 많이 하는 것이라 종도의 목에 넣게 됐다”고 말했다.

惡의 상징 ‘지킬 앤 하이드’ 촉촉한 머릿결

한 사람이 가진 두 가지 인격을 들여다보며 인간 본성을 성찰하는 ‘지킬 앤 하이드’의 핵심은 주인공의 헤어 스타일이다. 지킬 박사와 그의 ‘악의 자아’하이드의 상징은 꽁지 머리 가발이다. 이 가발을 만들기 위해 김 디자이너는 국내외에서 생산되는 모든 모발 제품을 사용했다. 무대 위 하이드의 가발은 놀랍도록 촉촉한 비단결이다. 객석 멀리에서도 포착될 만큼 시선 강탈이다. 관객들은 “샴푸향이 나는 것 같다”, “올해의 미역상이다”라는 반응까지 내놓는다. 김 디자이너는 “하이드는 음침한 악의 자아인 만큼 젖은 머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머릿결의 비결은 무수히 많은 모발 제품의 조합이다.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섞어 최상의 머릿결을 만들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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