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조롱 이겨낸 '백인 래퍼' 에미넴, 공연 중 무릎 꿇은 이유는

김자아 기자 2022. 2. 1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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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넴이 13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의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56회 슈퍼볼 하프타임쇼에서 무릎꿇기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유명 래퍼 에미넴이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 공연에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에미넴은 흑인의 전유물이라는 힙합 장르의 편견을 깨고 그래미상 ‘최우수 랩 앨범상’을 수상한 백인 래퍼다.

14일(현지시각) CNN, 더힐 등에 따르면 에미넴은 전날(13일)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로스앤젤레스 램스와 신시내티 벵골스의 경기 하프타임 공연에서 ‘루즈 유어셀프(Lose Yourself)’ 공연을 마친 뒤 한쪽 무릎을 꿇고 손으로 머리를 잡았다.

◇'무릎 꿇기’, 6년 전 흑인 선수가 처음 시작

‘무릎 꿇기’는 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전 쿼터백 콜린 캐퍼닉이 시작한 퍼포먼스다. 캐퍼닉은 2016년 프리시즌 경기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무릎을 꿇은 채 국민 의례를 거부해 논란이 됐다.

당시 경찰의 총격으로 흑인이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자 캐퍼닉은 흑인에 대한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항의하는 뜻에서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했다. 이후 다른 NFL 선수들도 국가 연주 때 무릎을 꿇거나 주먹 쥔 손을 들어 올리며 캐퍼닉의 항의 퍼포먼스에 동참했다.

그러나 캐퍼닉의 퍼포먼스는 당시 미국 사회에서 큰 반발을 샀다. 결국 그는 2017년 팀과 계약이 해지돼 수년간 리그에서 쫓겨났고, NFL이 정치적인 이유로 자신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며 소송을 내기도 했다.

당시에도 에미넴은 캐퍼닉을 공개 응원했다. 2017년 한 공연에서 캐퍼닉의 메시지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고, 2017년 노래 ‘언터처블(Untouchable)’ 가사에서도 캐퍼닉을 언급했다. 그는 가사에 “누군가는 희생양이 돼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그것을 캐퍼닉의 화난 소리라고 부른다”는 내용을 담았다.

/UPI 연합뉴스

최근 NFL은 인종차별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상황이다. 전 마이애미 돌핀스 감독인 브라이언 플로레스는 지난 1일 인종차별적 관행을 문제 삼으며 NFL과 여러 구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플로레스는 지난달 정규시즌이 끝나자마자 해고 통보를 받은 흑인 감독이다.

그는 “흑인이 아닌 구단주들이 NFL 선수들의 노동으로 상당한 이익을 얻고 있는데, 선수 중 70%가 흑인”이라며 리그의 고용 관행이 인종차별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에미넴의 이번 퍼포먼스는 캐퍼닉이 처했던 상황과 달랐다. 브라이언 매카시 NFL 대변인은 더힐에 이날 에미넴의 퍼포먼스가 사전에 계획된 것으로, 관계자들도 이를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매카시 대변인은 “이번 주 여러 번의 리허설을 하는 동안 공연의 모든 요소를 지켜봤고 에미넴이 그걸 하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선수나 코치는 무릎을 꿇을 수 있다. 그런 행동에 문제 소지가 없었기에 하지 말라고 할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에미넴, 과거 흑인 조롱 이겨낸 ‘백인 래퍼’

에미넴은 흑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힙합 장르에서 세계적 성공을 거둔 백인 래퍼다. 1999년 데뷔 당시 “백인은 흑인의 랩 음악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깨며 그해 그래미상 최우수 랩 앨범상을 수상했다.

그런 에미넴의 성공기는 영화로도 그려졌다. 2003년 개봉한 영화 ‘8마일’에는 디트로이트 빈민가에 사는 지미(에미넴)가 시궁창 같은 현실 속 유일한 탈출구였던 랩을 통해 희망을 외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에미넴은 흑인이 주름 잡고 있는 힙합계에서 흑인들의 조롱과 멸시를 견뎌내고 최고의 래퍼로 성장한다.

에미넴이 슈퍼볼 경기에서 ‘무릎 꿇기’ 퍼포먼스 직전 선보인 ‘루즈 유어 셀프’는 이 영화 OST이기도 하다. 에미넴이 직접 작곡한 이 곡은 지금의 기회를 잡아 앞으로 달려나가자는 가사가 특징이다. 2003년 에미넴은 이 곡으로 힙합 최초 아카데미상(오스카) 주제가상을 수상했으며, 빌보드 핫100 12주 연속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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