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9년 만에, 처음 셀프 세차 해보고 느낀 점

13년 다니던 대기업에 사표 던진 계기가 BMW 때문이라니
궁금한 점이 생기면 참지 못하고 경험해봐야 하는 영지 기자가 직접 체험하며 질문하는 콘텐츠 꼬집기(記)를 연재합니다. 꼬집기 1화에선 ‘팀와이퍼’의 문현구 대표를 만났습니다. 영상을 통해 확인하시고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려요!

2013년 운전면허를 땄습니다. 꼬박 9년이 다돼 가지만, 셀프세차는 한번도 해본 적 없는데요. 몇 천원이면 5분 안에 끝나는 기계세차장 대신, 고생해 가며 셀프세차장을 찾는 이들이 요즘 많아졌다고 합니다. 자동차 애호가 사이에선 세차가 일종의 취미 활동처럼 자리 잡았다는데요. 몇 시간 동안 직접 차를 닦아야 하는 수고로움, 세차장 이용료를 감수하고 왜 셀프 세차장을 찾는 걸까요?

셀프세차 애플리케이션 와이퍼의 문현구 대표와 함께 셀프세차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봤습니다.

◇세차장 기다림에 의문 품은 LG팀장

와이퍼(YPER)는 세차장 예약, 배달 손 세차 등 다양한 방식의 세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차 전문 앱으로 주변 손세차장의 가격을 비교해 예약할 수 있다. /카츄라이더

와이퍼(YPER)는 셀프 세차장, 배달 손 세차 등 다양한 방식의 세차 서비스를 비교할 수 있는 세차 전문 앱입니다. 주변 손세차장의 가격을 비교하고 예약할 수 있습니다. 와이퍼 직영세차장에선 세차·건조·내부청소 등을 옮겨 다닐 필요 없이 모두 한 자리에서 할 수 있습니다. 시간 단위로 예약하고 통신사·카드사 포인트와 제휴 할인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비어 있는 땅으로 고민하는 사람들 사이에게서 오는 설치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고 합니다.

문현구 팀와이퍼 대표는 동국대 컴퓨터공학과 93학번입니다. 서울대 인공지능대학원에서 석사과정까지 밟았지만 줄곧 창업을 꿈꿨죠. 게임 회사의 창립 멤버로 일하다 2003년 LG유플러스 미디어사업팀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LG유플러스 미디어사업팀 재직시절 문 대표. /문현구 대표 제공

13년 다니던 대기업을 나온 계기는 BMW였습니다. 아내가 당첨됐던 아파트 분양권을 팔아 생애 첫 외제차를 샀는데 기계 세차를 하면 흠집이 날까 걱정이었죠. 애지중지하며 직접 손 세차를 했는데 세차장마다 이용법이 달라 배우는 것부터 일이었습니다. 세차·건조 등 구역마다 늘어진 줄도 의문이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겠단 생각으로 2015년 퇴사 후 팀와이퍼를 창업했습니다. 문 대표는“바닥부터 시작했다”고 창업 초기를 떠올렸는데요.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세차하는 ‘배달 손 세차 서비스’부터 했다”며 “디캠프에서 정식으로 투자를 받고 앱을 개발했지만 가족들을 이해시키긴 쉽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어 “창업 후 3년간 부모님께선 ‘잘 다니던 대기업 나와 세차장에서 일한다’며 걱정했다”고 했습니다. 호기롭게 창업에 나섰지만 주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건데요.

팀와이퍼는 통신사·카드사 포인트와 제휴해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꼬집기 1화 캡처

팀와이퍼는 셀프세차장 제휴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급성장했습니다. 연 매출 2019년 11억원, 2020년 14억 7000만 원을 기록했습니다. 2021년은 약 30억원 수준입니다. 고객이 한 장소에서 세척부터 건조까지 원스톱으로 세차 할 수 있게 세차장을 구성한 것과 통신사·카드사 포인트와 제휴해 고객 편의성을 높인 것이 주효했죠.

와이퍼는 특히 겨울철 주목받고 있습니다. 세차장을 벽과 천장을 갖춘 실내로 구성해, 추운 날씨에도 떨지 않고 세차할 수 있죠. 덕분에 이 세차장은 겨울이 오히려 성수기라고 합니다.

◇셀프세차 이렇게 하세요

셀프세차가 취미인 사람은 길게는 6시간동안 세차에 몰두한다고 한다. /꼬집기 1화 캡처

셀프세차를 앞두고 준비할 물건은 워시미트 하나, 타올 2개면 충분했습니다. 저같은 세차 초보자의라면 닦기 편리한 장갑형 워시미트를 사용하는 것이 좋은데요. 워시미트는 세차가 끝난 후에 차 외관을 직접 닦기 위한 일종의 타올인데요. 큰 면적을 닦는 용도의 타올 하나와 좁은 공간을 꼼꼼하게 닦기 위한 작은 타올 하나씩을 구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1. 고압수로 큰 이물질 털기

고압수 기계를 사용할 때에는 기계를 아래로 45도 기울인 상태에서 차량과 한발 떨어져서 뿌려야 한다. /꼬집기 1화 캡처

고압수가 나오는 호스부터 들었습니다. 차에 묻어 있는 먼지덩어리를 가볍게 털어내기 위해서인데요. 고압수 기계를 사용할 때는 기계를 아래로 45도 기울인 상태에서 차량과 한발 떨어져서 뿌려야 했습니다. 고압수를 뿜어내는 호스의 손잡이를 당기니 몸이 휘청거릴만큼 고압수라는 걸 알 수 있었는데요. 중력에 의해 먼지가 물을 타고 흘러내리도록 위에서 아래로 고압수를 뿌리며 먼지를 털어냈습니다.

2. 폼건으로 찌든 때 녹이기

가장 먼저 자동차에 세제를 도포해 때를 불러야 한다. /꼬집기 1화 캡처

차 겉면에 깊숙이 찌든 때를 없애기 전에 폼건을 이용해 차를 세제로 도포해줍니다. 폼건은 거품을 뜻하는 폼(form)과 총을 뜻하는 건(gun)의 합성어로 말그대로 거품 세제를 쏘아내기 위한 총을 말합니다. 폼건 방아쇠를 당길 때 마치 장난감 같아서 위아래로 신나게 흔들었더니 세차장 천장에 세제가 잔뜩 묻어버렸습니다. 이런 행동은 세차장에 민폐가 되니 유의해야겠습니다. 세제로 때를 불리는 사이, 자동차 속에 있는 발매트를 걷어냈습니다. 매트에 붙은 각종 이물질을 자동으로 털어주는 기계를 이용했는데요. 기계 소리가 상당히 컸습니다.

차 내부는 작은 에어건으로 쏴서 먼지를 없앤다. /꼬집기 1화 캡처

세제와 함께 불려진 먼지를 닦아내기 위해 미트질을 할 차례입니다. 세차를 처음해봐서 워시미트를 이용해 차 겉면에 벅벅 문지를 뻔했는데요. 보다 못한 문현구 대표가 달려와 저를 말렸습니다. 깨끗하게 한다고 박박 미트질을 하면 차에 흠집이 나기 때문이죠. 워시미트로 부드럽게 차 겉면을 둥글둥글 마사지 하듯 닦아내야 했습니다. 멀쩡한 차를 망가트릴 뻔했네요.

차량 지붕에서부터 몸통, 휠 순서로 닦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퀴 등 차 아래에서부터 닦았다가 워시미트에 작은 모래알 등 이물질이 엉겨 붙으면, 차량 외관을 닦을 때 흠집을 낼 수 있기 때문이죠.

3. 고압수로 다시 씻어내기

고압수를 이용해 차 겉면에 묻은 세제와 먼지를 닦아낸다. /꼬집기 1화 캡처

처음에 사용했던 고압수 기기를 다시 꺼내 세제 성분을 완벽하게 없애줬습니다. 이제 외부 세차는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볼 수 있는데요. 바퀴가 있는 차 아랫면은 어떻게 세차해야 할까요? 겨울에는 눈, 염화칼슘 때문에 타이어 등에 이물질이 낄 수 있어 더욱 꼼꼼히 세차를 해야하는데요. 하부 세차 버튼을 눌렀더니 바닥에서 고압수가 나와 차량 하부를 닦아냈습니다.

4. 말리지 말고 닦아야 합니다

얼룩이 생기지 않도록 전용 타올을 이용해 물기를 제거해야 한다. /꼬집기 1화 캡처

전용 타올로 물기를 닦아줬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얼룩이 생겨 보기에 좋지 않기 때문이죠. 앞 유리에 얼룩이 지면 운전에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이번에도 벅벅 걸레질하듯 여러 방향으로 문지르기보다 물기를 훔쳐낸다는 느낌으로 위에서부터 아래로 부드럽게 닦아냈습니다.

5. 에어건과 진공청소기로 내부 세차

마지막으로 차문을 열어 내부를 청소했습니다. 강한 바람이 나오는 에어건으로 차 내부에 있는 각종 먼지를 날렸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먼지는 진공청소기로 청소했습니다. 의자 틈새에 낀 과자 부스러기, 차 여기저기 쌓인 먼지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니 속이 시원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문 대표가 “스트레스 풀기 위해 세차를 취미로 갖는 분들이 많다”며 “세차를 하다보면 마치 명상, 요가하는 것처럼 잡념이 사라지기 때문”이라 했는데, 공감이 되더군요.

/이영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