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도 없는 2평 쪽방..자가격리 어떻게 하란 겁니까"

글·사진 이홍근 기자 2022. 3. 28.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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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입소 안내도 못 받고..'감옥 같은 생활' 쪽방촌 주민

[경향신문]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복도(왼쪽 사진)와 최근 코로나19에 확진돼 쪽방에서 재택치료를 한 주민 A씨의 방.
서울 동자동 코로나 확진자
10가구마다 공용화장실 1개
“주민들 마주칠 수밖에 없어
용변 참았다가 밤에 몰래…
외출 못해 우울증도 심해져”

“교도소에서 최고 잘못한 죄수들을 독방에 보내잖아요. 독방도 보면 화장실이 있어요. 근데 우리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쪽방에 갇혀 있어야 하냐고요.”

서울 용산구 동자동 주민 A씨(41)의 집은 2평짜리 쪽방이다. 벽에 머리를 대고 누우면 반대쪽 벽 선풍기에 발이 닿는다. 방 안쪽에 공책 크기의 작은 창이 있지만 옷걸이 대용으로 사용해 바깥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 화장실은 없다. A씨는 지난 18일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 판정을 받은 뒤 일주일 동안 이곳에 격리돼 생활했다.

2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쪽방촌에 거주하는 확진자 상당수가 화장실도 없는 방에 격리돼 재택치료를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노숙인, 쪽방·고시원 거주민 등 주거 취약계층의 경우 생활치료센터 입소가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쪽방 주민들은 제대로 된 안내가 이뤄지지 않아 재택치료를 받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동자동 쪽방촌에서는 대부분 공용 화장실을 사용한다. A씨가 거주하는 건물도 마찬가지다. 각 층별로 10가구가 화장실 1개를 함께 사용한다. 세면실과 세탁기도 화장실 옆에 붙어 있다. 대소변을 보거나 세수를 하려면 방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 코로나19에 확진된 주민이 방에 격리되더라도 하루에 두세 차례는 같은 층 주민과 마주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난 14일 확진된 주민 B씨(64)는 “종일 참았다가 밤에 몰래 나와 화장실에 갔다”며 “민폐를 끼칠까 내내 눈치가 보였다”고 말했다.

이웃 주민들의 불안도 크다. A씨와 같은 층에 사는 주민 정모씨는 “아파트처럼 현관문으로 막혀 있는 게 아니어서 매일 마주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씨는 불안했으나 A씨가 격리된 기간 식사를 하지 못할까 걱정돼 찌개와 반찬을 문 앞에 뒀다고 했다.

좁은 공간 내 격리생활은 심리 상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A씨는 격리 후 방 벽이 조여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A씨는 방 벽 한쪽에 쌓여 있는 약 무더기를 가리키며 “우울증이 있어 정신과 진료를 받는데 격리 이후 심해졌다”고 말했다. 하루에 한 번 정도 하는 외출을 하지 못한 데다, 코로나19 확진 이후 마치 죄인이 된 것 같아 극단적 선택을 자꾸 상상하게 됐다고 했다.

이들은 화장실이 있고 음식이 제공되는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고 싶었지만 안내를 받지 못해 쪽방에 격리됐다고 했다. B씨는 “확진 이후에 (센터에 입소하고 싶어) 쪽방에 살고 있다고 말했더니 몸조리 잘하라고만 말했다”며 “약도 3일치밖에 받지 못해 그냥 앓으면서 견뎠다”고 말했다. A씨도 격리장소가 자택으로 표시된 통지서 한 통을 받았을 뿐 시설 입소에 관한 안내는 받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 14일 개정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대응지침’에 따르면 ‘감염에 취약한 주거환경(고시원, 쉐어하우스, 노숙인 등)에 있는 자’는 생활치료센터 입소가 가능하다. 그러나 확진자 폭증으로 일선 담당자의 업무에 부하가 걸린 탓에 지침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안형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지침을 만들고 끝낼 게 아니라 실제로 이행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왜 안내가 누락되었는지 파악해보겠다”고 했다. 주민들이 신청 절차에 대해 알지 못해 재택치료 대상자로 분류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글·사진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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