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시승] 토요타 구형 86 vs GR86, 굽잇길에서 비교해보니..대박!


지난달, 토요타 코리아가 GR86 시승 행사를 열었다. 무대는 인제 스피디움. 늘어난 출력과 차체 강성, 수동변속기의 즐거움을 두루 경험할 수 있었다. 그래서 좁고 가파른 굽잇길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더 궁금했다. 이번엔 신형의 변화를 오목조목 짚어낼 구형 86과 함께 강원도 춘천 배후령 고개로 향했다.

글|사진 서동현 기자

정적만 맴도는 춘천의 한 공터. 수평대향 엔진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86 두 대가 모였다. 각각 2012년과 2022년 데뷔했으니, 무려 10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만남이다. 구형 모델 오너는 문윤석 팀장으로, 2008년 MBC 스포츠+ 채널의 아마추어 드라이버 선발 프로그램 ‘Go To Extreme 시즌 2’에서 2위를 차지한 드라이버다.


외관 디자인, 어떻게 변했나?

“에이, 그래도 제 차가 더 잘생겼는데요?” 신형 GR86을 본 문윤석 팀장의 첫인상 소감이다. 두 차의 디자인은 분위기가 꽤 다르다. 구형 86은 비교적 짓궂다. 끝을 뾰족하게 깎은 헤드램프와 콧날을 바짝 세운 보닛 끝, 송곳니처럼 튀어나온 앞 범퍼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나란히 세워보니 보닛 높이도 미묘하게 낮다. 전체적으로 날렵하다.




신형은 스포티한 분위기를 유지하되 더 담백한 얼굴로 거듭났다. 둥글둥글한 램프에 선명한 주간 주행등을 심고, 곳곳의 주름을 반듯하게 다렸다. 그러나 마냥 순한 이미지는 아니다. 무엇보다 라디에이터 그릴 면적이 확 늘었다. 이제 번호판까지 집어삼켰다. 범퍼 양쪽에는 측면 공기 흐름을 정리할 ‘진짜’ 공기 통로를 뚫었다. 기능적인 면을 잔뜩 신경 썼다.





반면, 뒤태는 아직 낯설다. 개인적으론 구형의 다부진 뒷모습이 좋았다. 트렁크 위에 얹은 스포일러와 역삼각형 보조 제동등의 디테일도 마음에 들었다. 신형은 자잘한 포인트를 줄이고 깔끔하게 다듬었다. 특히 트렁크와 통합한 덕 테일(Duck Tail) 스포일러는 튜닝 부품 감성을 싫어하는 소비자들이 반길 듯하다. 직경 큼직한 듀얼 머플러는 그대로다.

아담한 체구는 여전하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265×1,775×1,310㎜. 휠베이스는 2,575㎜다. 키를 10㎜ 낮추고 휠베이스를 5㎜ 키웠다. 독특하게도 GR 수프라보다 길이는 짧은데, 휠베이스가 더 길다. 그만큼 앞뒤 오버행이 굉장히 짧다.


오직 ‘운전’에만 몰입할 수 있는 실내






인테리어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우선 계기판을 7인치 TFT LCD 스크린으로 바꿨다. 평소에는 동그란 타코미터를 띄우다가, 트랙 모드 또는 ESC OFF 모드에선 막대형 엔진 회전계와 랩 타이머를 펼친다. 중앙 모니터도 6.1→8인치로 대폭 늘었다. 다룰 수 있는 기능이 풍성한 편은 아니지만, 유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해 충분히 쓸만하다.


더 놀라운 점은 운전 자세의 ‘자연스러움’이다. 양팔을 암레스트에 놓는 순간부터 느낄 수 있다. 짤막한 기어봉은 아주 적당한 위치에 꽂았으며, 변속할 때 팔꿈치가 걸리는 부분이 없다. 컵홀더는 도어 트림으로 옮겼다. 사이드 브레이크 위치도 남다르다. 보통 운전자 골반 근처에 달아두는데, 기어봉과의 거리가 딱 한 뼘이다. 주차할 때만 쓰라는 뜻은 아니다.


시트에 대한 문윤석 팀장의 평가는 예상 밖이었다. “구형보다 엉덩이가 살짝 올라간 느낌이 들어요. 제 차 시트도 더 낮았으면 좋겠는데, 이건 아쉽네요.” 무게중심 낮기로 소문난 86의 시트가 올라갔다니, 의외다. 하지만 장점도 있다. “옆구리 지지력은 훨씬 좋네요. 구형은 양쪽 날개가 얇아서 굽잇길에서 몸을 확 잡아주지 못하거든요. 이거 시트만 따로 살 수 있나요?”


내친김에 2열 시트도 살펴봤다. 엉덩이를 깊게 파두긴 했지만, 오래 앉을 곳은 아니다. 무릎과 머리 공간이 매우 부족하다. 사람보다는 가방 등 잡동사니가 진짜 자리 주인이다. 등받이를 접었을 때 바닥은 반듯하다. 서킷 갈 때 예비 타이어 넣어두기 딱 좋다. 대신 바닥 높이가 1열 암레스트 높이와 같아, 급제동할 때 짐이 앞으로 넘어오기도 한다.


늘어난 출력보다 돋보였던 강건한 차체



배기량을 400㏄ 올린 수평대향 4기통 2.4L 자연흡기 엔진. 구형 86 오너가 가장 부러워할 포인트 아닐까. 최고출력은 24마력 늘어난 231마력, 최대토크는 3.9㎏·m 더해 25.5㎏·m다. 실린더 보어와 스트로크는 94.0×86.0㎜. 고회전형이다. 최고출력이 무려 7,000rpm에서 나온다. 이렇게 넓은 회전수 영역을 내 손으로 주무를 수 있다니. 상상만 해도 즐겁다.

출력을 키웠으니 차체도 보강했다. 서스펜션과 차체를 대각선 브레이스와 고강도 잠금장치로 묶어, 타이어의 하중 전달을 개선하고 측면 굽힘력을 줄였다. 이로써 전면부 강성이 60%, 전체 비틀림 강성이 50% 늘었다. 더불어 보닛과 지붕, 앞 펜더를 알루미늄으로 찍어냈다. 공차중량은 단 1,275㎏(프리미엄 트림 1,285㎏). 몸무게 유지에 성공했다.



‘둥둥둥....’ 시동을 걸자 수평대향 엔진만의 독특한 진동이 올라온다. 클러치를 밟고 1단 기어를 체결. 두둑한 토크 덕분에 속도가 금방 붙는다. 토요타는 3,200~4,800rpm에서 힘이 빠진다는 구형 오너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해당 구간 토크 손실을 줄였다. 여전히 폭발적인 가속력까진 아니지만, 답답하지 않다. 이는 계기판 토크 그래프를 통해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변속은 박력 넘친다. 기어를 올리니 강한 변속 충격이 등을 때린다. 1→2단에서는 휠 스핀을 일으키고, 4단을 물릴 때도 클러치가 꽤 세게 붙는다. 변속을 위해 계기판을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는 없다. 레드존에 다다르면 계기판 상단이 붉게 번쩍인다. 단, 변속 신호에만 의존하는 건 그리 추천하지 않는다. 한껏 가다듬은 배기음과 궁합을 맞출 때가 훨씬 재미있다.


GR86의 주특기는 역시 코너링. 배후령의 빽빽한 나뭇가지가 순식간에 창문을 스친다. 낮고 빠른 차를 시승할 때 앞머리를 ‘찔러 넣는다’라는 표현을 종종 써왔다. GR86은 그보다 ‘빨려 들어간다’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납작한 엔진이 앞 엔진·뒷바퀴 굴림 경량 스포츠카의 한계를 끌어올렸다. 토요타가 왜 낮은 무게중심에 집착하는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예로부터 86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타는 차’라고 배웠다. 그래서 ‘트랙 모드’로 바꿨다. ESC를 일부 해제해 최상의 랩타임을 내는 모드다. 그런데 미끄러트리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타이어 폭이 이전과 같은 215㎜인데도 말이다. 코너 탈출과 함께 무리하듯 가속하니 그제서야 ‘움찔’한다.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 타이어의 접지력이 이렇게 훌륭했나?



잠시 후, 매캐한 타이어 냄새를 풍기며 돌아온 문윤석 팀장이 그 원인을 정확하게 짚었다. “제 차도 같은 타이어를 쓰는데, 차이가 확실해요. 차체 강성이 엄청 올라갔어요. 같은 속도로 드리프트를 하려니까 꿈쩍도 안 하네요. 이번 GR86은 분명 접지력을 최대한 살리면서 달릴 때 가장 빠른 기록을 낼 듯합니다. 구형과는 운전하는 방법이 약간 달라요.”


그러나 드라이버에게 순수한 실력을 요구한다는 점은 일맥상통한다. 대표적인 예시가 클러치. 가뭄에 콩 나듯 출시하는 요즘 수동 스포츠카는 대부분 레브 매칭 기능을 갖췄다. 즉, 다운시프트할 때 오른발로 회전수를 보정할 필요가 없다. GR86은 대세를 따르지 않았다. 매끈하게 감속하려면 페달 세 개를 부지런히 밟아야 한다. 실력이 설익은 운전자도 전문가로 빙의하는 N과 달리, GR86은 부끄러운 발기술이 대놓고 차 밖으로 드러난다.


아쉬웠던 점을 굳이 꼽자면, 브레이크 세팅이다. 최대 제동력이 더 이른 시점에서 나왔다면 어땠을까. 예상보다 페달을 더 깊게 밟아야 원하는 만큼 속도를 줄일 수 있었다. 일상 주행이 불편하지 않을 만큼만 더 예민하게 조율하고 싶다. 그 외에 GR86의 산길 주행 능력은 완벽에 가까웠다. 경량 스포츠카의 정석답다. 심지어 가격은 4,030만 원부터라니, 더 끌린다.


총평


문윤석 팀장에게 최종 소감을 물었다. “원래 86은 ‘만들어가면서 타는 차’라는 말이 있어요. 그런데 신형은 별도의 보강 없이 당장 트랙에 올려도 손색없는 완성도를 갖췄습니다. 86을 처음 구매하는 분에게는 무조건 신형을 추천해요. 힘도 좋고 시트도 편하고, 운전 재미는 그대로니까요. 반면에 구형 86을 튜닝해서 타고 다녔다면 고민이 늘어나죠. 그런 분들은 스탠다드 트림을 사서, 다시 취향에 맞게 꾸미면 만족스러울 듯하네요.” 그의 시선은 점점 자신의 차보다 GR86에 더 오래 머무르고 있었다.

GR86은 극소수를 위한 차다. 대중적인 세단 또는 SUV처럼 수익성이 높을 리 없다. 그럼에도 토요타는 ‘GR’ 배지 붙인 후속작을 내놨다. 미국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전고체 배터리 개발하는 그 회사가 맞다. 어쩌면 GR86은 전기차가 도로를 지배하기 전, 합리적 예산으로 즐길 수 있는 마지막 장난감일지도 모른다.

장점
1) 일상에서는 안락하고, 달릴 땐 몸을 꽉 잡아주는 시트
2) 4,000만 원대 초반부터 시작하는 가성비

단점
1) 2% 아쉬운 브레이크 성능
2) 고급스럽지 못한 오디오, 음악 대신 배기음을 즐기자

<제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