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속에서 어머니가 죽었다, 하지만..

▲ 영화 <축복의 집> ⓒ 필름다빈

[영화 알려줌] <축복의 집> (Dust and Ashes,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축복의 집>은 '해수'(안소요)의 쉴 새 없는 일상으로 시작한다.

공장에서 땀을 흘려가며 일하더니, 어느 순간 '해수'는 식당에서 잔반 정리와 불판 닦기를 하고 있다.

상영이 시작되고 약 15분 동안 대사 한마디 없을 정도로 바쁜 모습을 보여주는 '해수'가 한 마디 말을 하던 순간은, 그다음 날 아침이었다.

'해수'는 의사(나종기)에게 돈을 주고 '서류'를 발급받고는 형사(김재록)와 함께 집으로 향한다.

집에는 '해수' 어머니의 시신이 있었고, 형사는 이 시신의 사진을 남긴다.

장례식장에서 '해수'를 찾는 건 보험 담당자(이정은)뿐.

물론, 유일한 혈육이자 동생인 '해준'(이강지)에게도 이 사실을 전달해 상복을 입혀야 했다.

<축복의 집>은 '해수'가 자신이 품을 수도 없는 보험금을 타기 위해서, '이상한 어른'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스스로 세상을 끊은 어머니의 시신을 '자살하지 않은 것'처럼 위장하고, 동시에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는 3일간의 여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이끄는 '해수'는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가끔 낯선 사람들과 짧게 몇 마디 섞을 뿐이며, '해수'가 만나는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 말하는 간단한 정보를 통해 상황을 추측하게 한다.

이 지점은 관객에 따라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 있겠으나, 익숙한 장면임에도 독특하게 다가가려는 효과를 연출해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첫 장편 영화를 연출한 박희권 감독은 "<축복의 집>은 궁지에 몰린 한 가족의 생존에 대한 이야기"라면서, "그 가족의 생존을 다른 방법으로 도우며 편취하는 시스템에 대한 르포이며, 한 사람의 육체적 죽음 뒤, 사회 전산망에서 완벽히 소멸하는 과정에 대한 다큐멘터리이며, 그 과정을 고단하게 마주하고, 비밀스럽게 수행하는 한 사람 대한 스릴러"라고 밝혔다.

이처럼, 삶과 죽음의 현장을 생생하게 바라보게 하는 영화 <축복의 집>은 감정적이지 않고 건조하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약 3분간의 원테이크 '입관 시퀀스'는 극 중 인물과 관객 모두를 숨죽이게 하고,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하이라이트였다.

이런 방식으로 연출된 <축복의 집>은 2020년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제8회 무주산골영화제 등에서 초청됐고, 제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에선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상영 당시 "유사한 소재, 비슷한 스토리텔링의 방식을 가진, 한때 한국독립영화의 트렌드였던 일련의 영화들과는 다른 길을 간다"(무주산골영화제), "비극의 얼굴을 세밀하게 훑어내는 연출의 균형 감각이 놀랍다"(평창국제평화영화제), "불안하고 아슬아슬한 삶을 효과적으로 묘사한 영화"(전주국제영화제)라는 평을 받았다.

한편, <축복의 집>은 배우 안소요의 두 번째 장편 개봉 작품이다.

전작인 <인 허 플레이스>(2014년)에서 임신한 10대 소녀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이후, 더욱 강인하고 단단해진 얼굴로 돌아왔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장면에 등장하며 극을 전개해 나가는 배우 안소요는 고요하지만 압도적이다.

"감정 표현을 절제해달라"는 박희권 감독의 요청을 받아들여, 표현하지 않고도 보는 사람의 감정을 들끓게 하는 내면 연기를 잘 소화했다.

반대로 '해준' 역을 맡은 이강지 배우는 '해수'가 보여주지 못한 분노를 폭발해내며 감정적 소통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드라마 <로스쿨>(2021년), <멜랑꼴리아>(2021년)에서 보여온 10대 청소년의 이미지에서 한층 깊어진 감정으로 관객들을 맞이한다.

<축복의 집>은 '해수'와 '해준'을 주축으로 진행되는데, 여기에 베테랑 배우들이 더욱 현실감을 불어넣는다.

'형사' 역의 김재록, '보험' 역의 이정은 등 얼굴만 보아도 반가운 연기파 배우들이 등장해 '해수'의 계획에 관여한다.

축복의 집
감독
박희권
출연
안소요, 이강지, 이정은, 김재록
평점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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