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돌이'부터 '호걸이'까지, 타이거즈 마스코트 40년사

임인년(壬寅年)은 검은 호랑이 해다. 지난해 전통의 붉은 유니폼 대신 검은색(타이거즈 미드나잇 블랙)으로 원정 유니폼 색상을 변경한 것은 '검은 호랑이 해'에 명가재건을 이루겠다는 큰 그림이 담긴 선택이었을까. 2017년 이후 5년 만에 대권에 도전장을 내민 KIA 타이거즈가 호랑이 기운을 가득 담고 새 시즌을 맞이한다. 타이거즈가 통산 11번째 우승을 차지하던 2017년은 이른바 '장미대선'을 치른 해라, 올해도 기대감이 몰려든다.

참고로 띠를 상징하는 12지신의 색상은 다섯 가지 갑자와 맞물려 돌아간다.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 전 감독의 친구들이 검은 호랑이띠인 1962년생인데, 육십갑자가 한바퀴 돌아 올해 환갑을 맞이했다. 프로야구 출범(1982년) 후 첫 호랑이 띠 해였던 1986년, 타이거즈는 '국보급 투수' 선동열을 필두로 김봉연 김종모 김성한 한대화 이순철 등 호화 라인업을 앞세워 1989년까지 4연속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위업을 달성했다. '왕조 타이거즈'의 탄생은 호랑이 띠와 떼려야 뗄 수 없다.

팀 명칭이 타이거즈이다보니 자연히 마스코트도 호랑이를 모델로 삼았다. 해태가 타이거즈를 팀명칭으로 선정한 기록은 명확하지 않지만, 당시 제과 라이벌이던 롯데가 실업 시절부터 자이언츠를 팀명으로 사용해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의 영원한 맞수 요미우리 자이언츠-한신 타이거즈처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기 위해서였다는 설(說)이 있다. 영호남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 프로야구 흥행을 이끌겠다는 의지가 담긴 선택이었다는 의미다.

충직하고 옳고 그름을 능히 구별할 줄 아는 상상의 동물인 '해태'를 차용한 해태그룹의 설립 이념에 근거하면, 용과 호랑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물이다. 프로야구 출범 때에는 MBC(현 LG)가 이미 용을 상징하는 '드래건즈'를 팀명으로 결정한 터라 호랑이를 해태가 낙점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해태그룹 본사 정문 입구에는 호랑이 무늬를 한 해태상이 내방객을 맞이했다. 해태가 프로야구팀을 창단을 결정하면서 필연적으로 호랑이가 따라 온 것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어쨌든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동물'인 호랑이를 팀 명칭으로 정했으니 마스코트도 호랑이 일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마스코트를 활용한 마케팅이랄 게 없어 마스코트 명칭도 따로 없었다. '모여라 꿈동산'이나 '쇼비디오자키' 속 동물의 왕국 등에서나 볼 수 있는 조악한 호랑이 인형탈을 쓴 마스코트가 활보하는 게 전부였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어린이 팬에게 선물하던 마스코트 인형은 호랑이가 흰색 턱수염을 길게 늘어뜨려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타이거즈가 마스코트에게 이름을 붙여준 것은 1996년 CI를 개편하며 '호돌이'로 붙여준 게 처음으로 기록 돼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이기도 한 호돌이와 동명이지만 조금 더 역동적인 마스크에 '검빨 유니폼'을 입은 모습으로 어린이 팬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당시 이종범 이대진 등 이른바 2세대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절정의 인기를 구사할 때라 호돌이의 인기도 함께 상승했다.

모그룹이 KIA로 바뀐 뒤에도 호돌이는 타이거즈의 마스코트로 명성을 떨쳤다. 2000년대 초에는 현재 SSG랜더스 마스코트 랜디처럼 상체 근육이 발달한 형태로 디자인됐다. 캘로그 콘푸로스트 토니와 어딘지 모르게 닮아 호돌이를 보면 '호랑이 기운이 솟아난다'며 프론트 더블 바이셉스(Front double biceps) 포즈(이두를 부각하는 보디빌딩 기본 포즈) 포즈를 취하는 어린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야구장에 실제로 등장(?)하는 호돌이는 동글동글한 얼굴과 눈매에 잔뜩 눌려진 모자를 머리위에 얹고, 익살스러운 몸짓으로 인기 몰이를 했다. 여자친구인 호순이의 머리를 떼 기우제를 지내기도 하고 응원단장 대신 응원을 유도하는가 하면, 무등구장 중계석이나 기록실에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호돌이의 전성시대는 공교롭게도 타이거즈의 성적이 부진할 때와 궤를 같이해 애처로운 모습도 종종 보였다.

2017년 새 BI와 함께 등장한 호걸이 호연이는 타이거즈의 통산 11번째 우승을 견인(?)했다. 20년간 꾸준한 업그레이드로 인기 마스코트로 자리매김한 호돌.호순이 시대가 저물고 호돌.호순이 시대가 저물고 호걸이와 호연이 시대가 찾아오자 타이거즈가 통산 11번째 우승을 차지해 단숨에 효자로 자리 잡았다. 타이거즈 팬 370여 명이 참여한 새 마스코트 공모전을 통해 탄생한 호걸, 호연이는 각각 영웅호걸과 호연지기에서 차용했다. 호걸이는 수컷 무등산 호랑이로 '뛰어난 체격조건과 타고난 야구 재능으로 KIA 타이거즈에 승리의 기운을 불어 넣는 팀의 상징'이라는 공식 프로필까지 생겼다.

호연이는 호걸이의 여자친구인데 '호걸이의 몸상태와 움직임을 면밀히 체크하며 야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호걸이에게 페어플레이 정신과 팀 동료들과의 동행정신, 팬 서비스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존재'로 통한다.

다양한 캐릭커처로 팬들에게 다가가던 호걸.호연이는 이모티콘 캐릭터로 탄생한 호야(호랑이와 야구덕후의 초성을 따 만든 이름)와 '깨발랄' 매력을 뽐낼 예정이다. 검은 호랑이의 해를 맞았으니, 호걸이와 호연이, 호야가 선탠한 상태로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글. 스포츠서울 장강훈 기자/사진.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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