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고 불타면 쓸모없나"..고철 취급받던 전차의 화려한 변신 [박수찬의 軍]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군은 재블린과 NLAW, RPG7 등 대전차무기로 러시아 기계화부대를 집요하게 공격했다. 전차가 직접 상대하기 어려운 드론도 가세했다. 결국 러시아군은 전쟁에 처음 투입했던 전차와 장갑차 8400여대 중 1900여대를 잃었다. ‘전차 무용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반면 적 공격 과정에서 전차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우크라이나도 헤르손, 마리우폴, 키이우, 체르니히우에서 기계화부대를 투입해 러시아군을 격퇴했다.
하지만 고성능 대전차미사일과 지능형 지뢰, 스마트탄, 드론 등 전차에 대한 위협이 장거리·지능형 무기로 바뀌면서 과거보다 파괴력이 훨씬 강해진 만큼 전차도 대대적인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육군 “전차 지켜줄 다층방어망 필요”

이는 전차에 대한 위협 형태 변화에 원인이 있다. 육군기계화학교 분석에 따르면, 제1차 걸프전 당시 기계화장비 피해의 40%는 전차에 의한 것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25%로 낮아졌으며, 2035년 이후에는 15%로 감소할 전망이다.
반면 1차 걸프전에서는 눈에 띄지 않았던 드론에 의한 피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5%를 차지했으며, 2035년 이후에는 2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대전차미사일에 의한 피해도 1차 걸프전에서는 20%였으나 2035년 이후에는 30%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같은 위협에 모두 대처하려면 공중(드론), 지상(대전차무기·전차 등), 지하(지뢰)에서의 공격을 모두 저지해야 한다. 방어범위도 수백m~수㎞까지 확대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다층방어 개념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드론 공격은 전파교란장치로 저지하고, 포병 스마트탄은 능동방호체계가 연막차장으로 막는다. 측면이나 후면에서 날아오는 최신 대전차미사일은 능동방호체계에서 요격탄을 쏴 파괴한다. 전방에서의 대전차미사일 위협은 연막차장을 사용해 저지한다.
이를 위해서는 드론 탐지 조준경과 RCWS, C4I 위협정보 공유체계, 능동방호체계 등이 필요하다. K21은 40㎜기관포로 드론을 공격할 공중폭발탄이 추가된다.
2035년 이후에 등장할 차기 전차와 보병전투차에는 기술 발전 추세를 감안, 한층 진보된 개념이 적용될 수 있다.
차기 전차와 보병전투차에는 능동 스텔스 체계와 차세대 복합장갑이 적용된다. 지뢰와 급조폭발물 무력화장치, 소음 저감장치, 날개안정철갑탄(APFSDS)을 막는 반응장갑이 차체에 장착된다.

이같은 미래 다층방어개념이 실현되려면 유·무인복합체계와의 연계가 핵심이다. 시스템 자율화 수준, 인공지능(AI)와 고속 네트워크 기술 등에 대한 정의와 실제 구축방안도 필수다. 단일 센서로 다양한 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기술도 확보해야 한다.
차량 탑재 드론과 전자전체계 개발 및 운용도 필요하다. 기술 발전에 따라 전장의 범위가 넓어진 상황에서 적군을 탐색하고 타격하려면 드론, 전자전체계가 있어야 한다.
육군기계화학교 측은 “미래 지상전장의 고도화된 위협에서도 지능화된 다층방어체계를 탑재한 전투차량은 기동전 수행의 핵심 플랫폼으로 효용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 전투차량 개발 나선 국내 업체들

위협 탐색은 최대 8㎞ 거리에서 광학장비나 스캐너, 적외선 영상장비 등을 통해 확인한다. 드론이나 대전차미사일이 5㎞까지 접근하면 전파방해를 실시한다. 2㎞ 거리에선 RCWS, 2㎞ 이내에선 능동방호체계가 작동한다. 최대 4개의 방어장비가 사거리별로 가동되는 셈이다.
현대로템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계화장비의 방호력을 높이는 방안도 공개했다. K 계열 전차는 원격 무인화를 추진해 유·무인복합체계로 바꾼다.
현대로템은 2035년 이후 실용화를 염두에 둔 차세대 차륜형장갑차 컨셉도 소개했다.
동력은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한다. 점진적으로 개발을 진행, 항속거리를 600㎞까지 높일 계획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부피 등을 감안하면 10~15t에는 일반적인 전기추진보다는 수소연료전지가 더 낫다”고 설명했다.

한국형 화력지원전투차량은 105㎜ 저압포와 대전차미사일 2발, RCWS, 능동방호체계 등을 탑재한다. 무게는 25~30t으로 승무원은 3명이다. 자동장전장치가 있고, 750마력 엔진을 사용한다.
한화디펜스 측은 “도로 사정이 열악한 북한 지역이나 지형이 험한 동부전선에선 전차 기동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며 “화력지원전투차량은 전차의 제한 사항을 보완해 보병을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병여단 개편에 따른 작전지역 확대와 106㎜무반동총 퇴역에 따른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비가시선 원거리정밀타격체계는 소형무장헬기(LAH)에 쓰이는 천검 공대지미사일을 탑재한 무기다. 미사일 12발을 장전하고, 6발을 저장할 수 있다. 유효사거리는 현재 7㎞지만 25㎞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여단급 기계화부대의 정밀타격작전에 활용할 수 있다고 한화디펜스 측은 소개했다.

1930년대 대전차포가 등장한 이래 전차는 여러 차례 무용론에 휩싸였다. 하지만 전차는 끊임없이 발전하면서 성능을 높여 오늘날에도 쓰이고 있다.
격전지에서 아군을 보호하면서 적 방어선을 뚫고 진격할 수 있는 무기는 전차가 유일하다.
하지만 대전차무기 위력이 강해진 만큼 전차도 스스로를 보호할 기술을 추가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전차 무용론은 언제든 다시 제기될 수 있다. 한국군도 전차를 비롯한 기계화장비의 다층방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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