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벗겨 알몸 사진" 36세 직원 극단선택 공장 책임자 사퇴

최근 불거진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의 책임을 지고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총괄책임자인 박준두 대표이사와 제강담당 김기현 이사가 자진 사퇴했다.
국내 중견 철강회사인 세아베스틸은 25일 입장문을 통해 “먼저, 어제 뉴스에 보도된, 지난 2018년 11월 발생한 당사 군산공장 직원 사망사고와 관련하여 많은 분들께 안타까움과 실망감을 전해드리게 되어 진심으로 송구하다”면서 “이 자리를 빌어, 회사 내에서의 괴롭힘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소중한 저희 직원의 명복을 빌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형언할 수 없는 슬픔 속에 살아가고 계신 유가족분들께 진심을 담아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라고 했다.
이어 “경영진 모두는 본 사건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모든 반성과 되돌림의 출발점은, 회사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특정 개인의 일탈행위로 치부하기에는, 결코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음에도 회사가 미리 파악하고 제어하지 못하였고, 힘든 직원이 목소리를 표출할 통로가 부재했으며 무엇보다 소중한 구성원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무겁고 참혹한 마음”이라고 했다.
세아베스틸은 “책임자의 사퇴가, 피해 직원과 유가족의 크나큰 상처에 비견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과 상처를 반면교사 삼아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고, 두 번 다시 이와 같은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앞으로 당사는 회사의 가치를 위협하거나 훼손하는 불합리한 행위에 대해 ‘무관용 정책’으로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세아베스틸은 “또한, 구성원들이 직장에서의 고충이나 양심선언 등 용기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마련하고 우리의 가치에 반하는 행동이나 용인될 수 없는 행위를 목격하거나 직장 생활에서의 괴로움을 느낄 때, ‘회사가 구성원을 지켜줄 것’이라는 안심감을 느끼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다양한 계열사, 지역, 직군 등에서 발생하는 위험 요인들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대비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금번 사건으로 인해, 당사에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셨던 많은 분들, 특히 세아의 가치에 대한 신뢰와 자부심으로 살아온 대다수의 구성원들이 느꼈을 상처와 충격을 감히 가늠조차 할 수 없다. 회사는 이들이 마음과 신뢰를 조속히 회복하는 데 진심과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세아를 믿고 입사하신 소중한 우리 구성원들과, 자녀와 배우자를 보내주신 세아 가족분들께 부끄럽지 않은 회사, 자랑스러운 회사가 되기 위해 더욱 변화하고 발전해 나가겠다”라고 했다.
지난 24일 MBC에 따르면 세아베스틸 직원이었던 유모씨(당시 36세)는 2018년 11월25일 전북 군산 금강 하구의 한 공터에서 자신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함께 발견된 휴대전화에는 마지막 순간을 촬영한 25분 분량 영상과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유서가 있었다.
여기엔 2012년 6월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제강팀 동료들의 야유회 사진이 남아 있었다. 유씨가 입사 초기 찍은 이 사진엔 개울에 발을 담그고 있는 남성 9명의 모습이 담겼다. 이 중 2명만 옷을 입었고, 나머지는 발가벗은 채 손으로 가랑이만 가리고 있다. 입사 두 달 된 막내 유씨는 다른 사원들 뒤에서 어깨를 웅크린 채 몸을 숨기고 있다.
유씨는 이 사진을 두고 “지모씨가 자랑으로 생각하는 사진”이라며 “회사 PC에 더 있을 테니 낱낱이 조사해 나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적었다.
지씨는 사진에서 옷을 입고 있는 2명 중 한 명으로, 반장급이다. 유씨는 입사한 직후부터 지씨가 지속적으로 성추행과 괴롭힘을 저질렀다고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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