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땅값 급등 세종시, 개발이익 환수 '사전협상제' 도입..업계는 '멘붕'

김동욱 2022. 2. 8.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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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각종 개발 호재로 땅값이 급등한 세종시가 규제 완화를 동반한 개발사업에서 발생한 이익을 환수하는 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때문에 앞으로 민간사업자가 세종시에서 규제 완화를 등에 업고 개발사업을 할 땐 기존 도로에다 임대주택 등까지 지어 시에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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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신도심 아파트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근 몇 년 동안 각종 개발 호재로 땅값이 급등한 세종시가 규제 완화를 동반한 개발사업에서 발생한 이익을 환수하는 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여야 대선 후보가 앞다퉈 세종시를 국가 행정수도로 완성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는 등 개발 기대감이 큰데, 강력한 환수 장치를 통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같은 시빗거리를 만들지 않겠다는 취지에서다.


공장용지에 아파트 지으면 25% 환수

7일 정부부처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세종시는 이런 내용의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운영지침'을 만들어 지난달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사전협상제도'로 불리는 이 지침은 이름 그대로 민관이 사전협상을 통해 개발계획을 세우라는 내용인데, 방점은 개발이익 환수에 찍혀 있다. 공공의 규제 완화로 발생한 막대한 개발이익을 민간사업자가 독식하는 걸 막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절차. 그래픽=강준구 기자

사전협상 지침을 보면 세종시의 지구단위계획 변경으로 애초 집을 지을 수 없는 땅에다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되면, 민간사업자는 개발이익의 25%(공공기여비율)를 시에 공공기여해야 한다. 사업성이 좋아지면 자연히 땅값이 오르는 만큼 이 같은 규제 완화 효과를 반영해 땅값을 감정평가한 뒤 이를 근거로 '공공기여량'을 산출한다.

이전엔 사업장 주변에 도로만 깔아도 공공기여로 인정됐는데, 사전협상 지침은 도로나 특정 주민만 이용할 수 있는 시설물은 공공기여로 인정하지 않는다. 공공임대주택이나 기숙사 또는 세종시가 인정한 공공시설을 짓는 데 필요한 현금만 공공기여로 인정한다. 때문에 앞으로 민간사업자가 세종시에서 규제 완화를 등에 업고 개발사업을 할 땐 기존 도로에다 임대주택 등까지 지어 시에 제공해야 한다.


민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강력 반발

세종시는 지난해 땅값이 7% 넘게 오르며 2년 연속 전국 상승률 1위를 유지했다. 그중에서도 조치원읍(14.32%), 장군면(13.92%), 연서면(11.86%) 등 외곽 지역의 상승률이 특히 높았다. 세종시 관계자는 "세종은 읍면 지역이 많은데 이들 지역의 개발 수요가 상당해 강력한 환수 장치 도입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장동 사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차기 정부에서도 세종시 개발은 탄력을 받을 텐데, 사전협상제를 통해 인허가권을 둘러싼 특혜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한다.

지난해 세종시 땅값은 7% 이상 오르며 2년 연속 전국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해밀동에서 바라본 세종시 일대 전경. 세종=연합뉴스

그럼에도 해당 지역 건설업계는 갑작스레 날벼락을 맞았다는 분위기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앞으로 땅값이 오를 걸 가정해 땅값을 매긴 뒤 거기서 25%를 내놓으라고 하면 누가 와서 사업을 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사전협상제도는 현재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등 4개 광역시를 비롯해 경기 부천, 고양, 화성, 성남시(2020년 도입) 등 총 12개 지역이 도입했다. 다만 가장 먼저 시행한 서울(2009년)을 제외하면 다른 지역에선 거의 이용되지 않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협상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환수 비율도 30%로 높아 서울이 아니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성룡 경기연구원 도시주택연구실장은 "개발사업 인허가권은 공공 성격이 강해 환수장치 마련이 필요하지만 제도 운영을 위해서는 전문성 등 행정력도 뒤따라야 하는데 미흡한 지역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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