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SK하이닉스엔 있고 삼성전자엔 없는 이것은?

최근 출범 10주년을 맞은 SK하이닉스가 내놓은 ‘통 큰’ 복지가 화제다. 기본급 200% 수준의 특별축하금과 함께 칠순공조금 신설, 난임시술 무제한 지원도 모자라, 모든 임직원에게 ‘허먼밀러(HermanMiller) 의자 교체’를 약속했다.

대체 어떤 의자길래, 의자 하나 바꾼다고 직장인들의 관심이 온통 여기로 쏠렸을까?

허먼밀러는 ‘사무용 의자계의 샤넬’이라고 불리는 미국 사무용 브랜드다. 저가 모델이 100만원이 넘고, 가장 잘 알려진 에어론은 270만원에 달한다. 임직원 3만명의 의자를 바꾸는 비용만 600억원. 다른 복지 혜택도 함께 발표했지만,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의자 교체를 유독 반겼다. 경쟁사인 삼성전자 직원들도 부러워할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허먼밀러 의자는 요즘 기업 복지의 척도로 꼽힌다. 허먼밀러 의자의 유무가 업무 환경과 복지 수준을 말해준다고 할 정도다.

‘사무용 의자계의 샤넬’이라고 불리는 허먼밀러의 ‘에어론’. /허먼밀러 홈페이지 캡처

◇구글·애플이 쓰는 사무용 의자의 끝판왕

허먼밀러의 대표 제품인 ‘에어론’은 별도 구매해야 하는 머리 받침대를 제외한 본체 가격만 1195달러에서 2195달러(공식 홈페이지 정가 기준, 145만~266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제품이다. 이 때문에 ‘사무용 의자계의 샤넬’, ‘사무용 의자계의 에르메스’, ‘사무용 의자의 끝판왕’ 등으로 불린다.

의자 1개당 가격이 이러하니 수천, 수만명의 직원들의 의자를 허먼밀러 제품으로 모두 교체하려면 수십억, 수백억원의 비용이 든다. 그런데도 기업들이 비용을 들여 이 의자를 도입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직장인들은 사무실에 앉아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보낸다. 침대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가구일지도 모르며, 목부터 허리를 거쳐 엉덩이까지, 영향을 주지 않는 부분이 없을 정도로 우리 몸에 큰 영향을 준다. 그렇기에 의자는 건강하게 오랫동안 일하기 위해 가장 큰 투자를 해야 하는 제품이다.  

기업이 허먼밀러를 사무공간에 배치했다는 것은 곧 임직원들의 업무환경과 복지에 상당히 신경을 쓴다는 의미로 통한다. 허먼밀러 제품은 특히 장시간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로 업무를 보는 직장인들이 시달릴 수 있는 허리나 목의 통증을 줄여주는 인체공학적 디자인을 적용해 오래 앉아도 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2015년 자신의 사무실 책상을 소개하는 영상에 나온 허먼밀러 의자. 페이스북에서도 허먼밀러 의자를 사용한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영상 캡처

이 때문에 장시간 의자에 앉아 일하는 개발자가 많고 복지 끝판왕으로 불리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이 회사의 의자를 선택하고 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IT 공룡들이 대표적이다. 이 의자는 임원 의자와 직원 의자가 확연히 구분되던 과거와 달리,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임직원 구분 없이 사용하면서 IT업계의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도 쓰였다.

국내에선 네이버가 2005년 서울 역삼동에서 경기도 분당으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직원들의 의자를 허먼밀러 제품으로 전면 교체했다. 2005년께 허리가 불편한 직원들이 공동으로 에어론을 사서 쓴다는 얘기를 들은 당시 NHN 경영진이 모든 직원에게 지급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IT 업계에선 ‘네이버 의자’로 유명해지기도 했다.

카카오는 지난 2018년 사무실 의자를 허먼밀러 제품으로 교체했다. 최근에는 야놀자, 배달의민족을 비롯해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도 용산 신사옥에 허먼밀러 의자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1년 12월에는 배달의민족이 재택근무 중인 1700여 임직원에게 허먼밀러 의자와 전동식 책상, 초고해상도 모니터 중 하나를 선물로 지급했는데, 허먼밀러 의자를 택한 일부 직원이 당근마켓 등에 제품을 한꺼번에 내놓으면서 ‘중고 허먼밀러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IT 업계에선 허먼밀러 의자를 지급하는 배민 복지가 부럽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허먼밀러 의자가 기업 복지를 판단하는 척도가 되면서 최근 스타트업 기업 중에는 채용 공고를 내면서 주요 복지 혜택으로 ‘전 직원 허먼밀러 의자 지급’을 명시하는 곳도 생겼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개발자 구인난과 맞물려 인재 유치 경쟁에서 사무용 의자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200만원짜리 의자가 중요한 선택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허먼밀러, 대체 어떤 의자길래?

허먼밀러는 1923년 미국 미시간주에서 스타퍼니처라는 가구 회사에서 일하던 더크 잔 디 프리가 그의 장인 허먼 밀러의 경제적 지원으로 회사를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디 프리는 장인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회사 명칭을 스타퍼니처에서 허먼밀러로 변경했다.

허먼밀러의 전성기는 1945년 유럽 유학파 건축가인 조지 넬슨을 아트 디렉터로 영입하면서부터다. 신진 디자이너였던 넬슨은 혁신적인 가구를 디자인해 시장에 선보였고,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후 찰스 임스와 레이 임스 부부, 이사무 노구치 같은 재능 있는 디자이너가 합류하면서 미국식 모더니즘을 본격적으로 제품에 구현했다.

조지 넬슨을 비롯해 허먼밀러와 손잡은 디자이너들은 1950~1960년대에 걸쳐 많은 의자와 조명을 디자인했고, 이는 모던 디자인의 아이콘이 돼 뉴욕 현대미술관과 세계 유명 박물관 곳곳에 소장돼 있다.

1994년 출시된 허먼밀러의 사무용 의자 ‘에어론’. /허먼밀러 홈페이지 캡처

허먼밀러의 대표 제품인 에어론은 1994년 출시됐다. 에어론은 사람이 의자에 앉았을 때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을 해소한 인체공학적 설계가 특징이다. 허먼밀러는 졍형외과 의사들과 혈관 전문가들까지 동원해 사무직 근로자의 허리를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두고 만들었다고 한다.

에어론은 정교한 충격완화 장치가 척추와 근육에 가하는 힘을 최소화하고, 체중을 좌판과 등받이에 골고루 분산시켜 오래 앉아 있어도 편안하고 쾌적하다는 평가다. 이미 IT 개발자들 사이에선 허먼밀러에 대한 호평이 자자하다. 허먼밀러를 두는 기업이 많아지고 입소문이 나서면서 최근에는 고가지만 직접 사비로 제품을 구입하는 직장인들도 많아졌다. 직접 사용해보고 SNS에 후기를 올리는 사람들도 많다.

회사원 황모씨는 “의자에 앉아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오래 일하면 허리가 아파서 에어론을 구입했는데 소문대로 허리도 편하고 업무 효율도 좋아져 투자한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글 jobsN 강정미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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