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 말고 몰랐는데.. MZ세대가 순창에 푹 빠진 진짜 이유

강예신 2022. 3. 2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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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로 불리는 2030 젊은 층 사이에선 ‘신상 핫플’ ‘숨은 명소’를 발굴한 이들이 종종 동경의 대상이 되곤 한다. 매일 SNS에서 너무 유명해 안 가봐도 다 아는 곳, 똑같은 포토존에서 사진 찍고, 같은 메뉴를 주문하다 보면 ‘현타’가 오기 마련. 분명 MZ세대이지만 또래 인플루언서의 발빠른 SNS 유행 파악 속도는 따라가지 못하던 기자는 최근 의도치 않게 친구들 사이에서 ‘핫플 개척자’로 불리는 희한한 경험을 했다. 순창 여행 중 찍어 올린 사진 한 장 때문이었다.

순창발효테마파크 발효소스토굴 미디어아트포토존

이실직고하자면, 기자는 순창을 잘 알지 못했다. 장 담그기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순창을 생전 처음 방문했고, 여기서 ‘MZ세대 핫플’ 기사를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주변 친구들에게 순창 출장을 간다고 하니 평소 대구, 제주 등을 간다고 했을 때의 부러운 눈빛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나도 데려가, 사진 잘 찍어줄게”라는 기존 반응과 달리, “가서 고추장 만들고 오는 거야?” “고추장 실컷 먹고 오겠네”라며 영혼 없는 대답이 들려왔다.

물론, 순창에서 고추장도 만들고, 고추장을 실컷 먹고 오기도 했다. 하지만 SNS에 기자가 올린 사진에 열광했던 친구들을 비롯한 젊은 여행객들에게 순창이 얼마나 ‘힙한’ 곳인지 알려주고 싶어 글을 쓴다. MZ세대가 한눈에 반한 순창 핫플레이스 3곳을 소개한다.

01. 발효소스토굴 & 푸드사이언스관- 순창발효테마파크 이색체험명소

발효소스토굴 내부 미디어아트 전시

한류 스타들이 즐겨 먹는 음식의 재료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k-소스’, 장류의 고장이라 불리는 순창. 조상들이 식품을 보관했던 토굴의 모습을 본떠 만든 발효소스토굴은 푸드사이언스관과 더불어 순창발효테마파크에서 현재 100% 이용을 할 수 있는 시설이다. 순창발효테마파크는 지난 2015년 순창이 전통발효문화산업 투자 선도지구의 시범지구로 선정하면서 시작한 초대형 프로젝트다. 오는 5월까지 발효 테라피센터, 고추식물원, 발효미생물전시관 등 테마파크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시설을 오픈할 예정이다.

발효소스토굴의 하이라이트는 화려한 영상미를 자랑하는 미디어아트. 항아리 속에서 전세계 소스식품을 볼 수 있는 에움길, 봄과 새싹, 물과 바람 등을 주제로 한 아란길 등 다양한 콘셉트로 꾸며져 있다.

발효소스토굴 내부 미디어아트 전시

단순히 장식의 역할만이 아닌, 장이 만들어지는 과정 등 선뜻 설명하기 어려운 발효과학을 흥미롭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제주의 '빛의 벙커'와 같은 유명 미디어아트 전시에 비해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 ‘인생 사진’을 건지기 제격이다.

​이밖에도 전국 최대 규모의 발효소스토굴답게 장기 숙성 중인 고추장, 된장, 간장을 비롯한 전세계 다양한 소스를 볼 수 있다.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들부터 지역 특색을 담은 희귀 소스까지, 한가득 모여 있는 각종 소스들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 순삭이다. 아이들이 좋아할 트릭아트벽화, VR 체험관도 있다. 어른들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겼을 정도로 흥미로웠다. 연중 내내 일정한 기온으로 유지해 여름에는 피서 공간으로, 겨울에는 몸을 녹이며 쉬어가는 코스로 방문하기 좋다.

음식 관련한 인상적인 내용을 감각적으로 전시한 푸드사이언스관

​역사 속 음식부터 식품을 이루는 영양소와 맛, 냄새, 식품의 저장 방법, 미래의 식품 등 음식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세계의 과자를 벽에 배치한 아트공간, 롱다리 사진을 보장한다는 달걀 조형물, 벽을 가득 채운 통조림과 즉석식품 등 재치 있고 감각적으로 꾸며져 있어 사진 찍기도 좋다.

게임, 만들기 등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도 여럿 있다

단순히 글과 사진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아닌, 오감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VR로 순창 요리 만들기 게임, 초콜릿 푸드 3D프린터 체험, 발효 음식 특성을 표현한 미디어아트 등 많다. 호기심이 넘치는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이나 이색적인 걸 선호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특히 인기일 것으로 보인다. 오랜 관람으로 출출해진 이들을 위해 된장, 청국장 아이스크림을 파는 카페도 있다. 맛이 어떨지 상상이 잘 안 가 머뭇했지만, 달콤짭짤하면서 특색 있어 한 번쯤 먹어보는 걸 추천한다.

02. 훈몽재- 일일 선비체험! 탁 트인 뷰 갖춘 힐링스폿

훈몽재 앞 추령천변의 너럭바위

앞에는 추령천이 흐르고 백방산을 등진 이곳. 조선시대 대표 성리학자인 하서 김인후 선생이 후학양성을 위해 지은 강학당인 ‘훈몽재’다. 송강 정철, 월계 조희문, 고암 양자징 등 이름 난 재상과 학자들을 배출해 우리나라 유학 발전의 기틀을 만든 곳이다. 순창군은 하서 선생의 학문적 업적과 정신을 후세에 전승하고 예절, 유학 전통문화 교육장으로 활용하고자 퇴락했던 훈몽재를 지난 2009년 현재의 위치에 중건했다.

김충호 훈몽재 훈장

현재는 고당 김충호 훈장을 비롯한 학자들이 김인후 선생의 학풍을 올곧이 이어오고 있다. 유학 관련 학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반, 어린이, 성인 대상 예절 교육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교육을 받으며 저렴한 가격으로 숙박도 할 수 있다.

훈몽재 선비의 길

훈몽재에서 출발해 숲속 데크를 지나 낙덕정까지 이어지는 역사문화 탐방길인 ‘선비의 길’은 사색하며 걷기 좋은 코스다. 총 6km 거리로 완주하려면 걸어서 2시간 30분가량 걸린다. 추령천변의 ‘대학암’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는 너럭바위를 비롯해 주변 경치가 아름다워 지루할 틈이 없다. 데크에서 내려와 물가 근처를 거닐다 보면 재첩, 붕어 등 다양한 해양 생물들도 만날 수 있다. 470여 년 전 선비들이 걸었던 길을 걸으며 복잡한 생각도 정리하고, 근사한 풍경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도 남겨보자.

03. 총댕이마을- 밀리터리 덕후들 심쿵! 숙박·식사·액티비티 한번에~

총댕이마을 서바이벌 게임 현장

총댕이마을은 순창군에서는 유일하게 피노마을이 운영하는 전북형 농촌관광거점 육성마을이다. 피노마을은 녹두장군 전봉준의 최후 항거지이자 6.25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에 의해 마을 주민들 다수가 당산나무에 묶여 처형당한 역사적 아픔을 간직한 장소다. 지난 2019년 이곳에 4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과 식당 ‘밥상차렷’, 야외바비큐장, 실내사격장, 500평 규모의 사계절 서바이벌 경기장 등을 갖춘 ‘총댕이마을’을 조성했다. 바로 근처에 녹두장군 전봉준관, 전봉준압송로길 등도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총댕이마을 비비탄 사격장

밀리터리 덕후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실내 비비탄 사격장부터 체험해봤다. 총 사용법 및 자세, 게임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동료들과 시합에 나섰다. 설명을 잘 익혔다면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다. 태어나서 처음 총을 만져본 기자도 나름 고득점을 받을 수 있었다.

총댕이마을의 하이라이트, 서바이벌 게임을 위해 사전 교육을 받았다. 장비 착용부터 게임 룰, 유의사항 등을 경청했다. 남성 일행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군대를 가본 적도, 평소 관심이 많은 편도 아니어서 큰 기대 없었는데 막상 장비를 착용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비록 장난감 총이지만, 꼭 이기고 돌아오겠다는 다짐만은 비장했다.

서바이벌 체험 장비

TV 예능이나 영화에서만 봐오던 전투를 직접 하고 있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승부욕을 자극해 어느새 푹 빠져든다. 시청자 입장에서 ‘저걸 왜 못 맞추지?’하며 혀를 차던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내가 쏜 총알이 상대의 장비에 맞아 빨간 센서에 불이 들어왔을 때의 쾌감이란. 결국 우리 팀의 역전승으로 게임이 마무리됐다. 인원이 많을수록 더욱 재밌을 것 같다.

서바이벌 체험 현장

많은 사람들이 ‘나는 전쟁터에 가도 절대 죽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는데, 이 게임은 그런 환상을 여지없이 깬다. 기자는 2번 사살(?)됐다. 대신 다른 사람 2명을 명중시켰다. '내가 실제로 참전한다면 살아남을 확률이 희박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함께 참가한 남성들은 군 시절 얘기를 꺼내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역시 빨간 센서가 번쩍이곤 했다.

총알을 피하기 위해 뛰어다니느라 땀과 습기로 가득 젖은 장비는 곧바로 모두 세탁 바구니에 구분해 넣는다.

총댕이마을 식당 '밥상차렷' 닭볶음탕
총댕이마을 숙박시설. /사진= 총댕이마을 페이스북

​열정적으로 게임을 하고 나면 출출하고 힘이 축 빠질 터. 식당 ‘밥상차렷’에서 푸짐한 식사를 하고 ‘백골’, ‘필승’, ‘전진’ 등 군부대와 어울리는 이름을 가진 숙박 시설에 들어가 따뜻한 바닥에 누워 몸을 녹이자. 밥, 체험, 숙박까지 밀리터리 덕후들의 취향을 완전히 저격하는 경험을 선사해준다.

※ 취재협조=전북관광마케팅종합지원센터

[​순창(전북)=강예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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