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있으면 야근해야 vs 당연히 정시퇴근

야근 없이 칼퇴해 워라밸을 지킬 수 있는 직장이 좋은 직장으로 꼽히게 된 지 오래입니다. 그렇지만 ‘야근 기피’를 못마땅해 하는 의견도 여전히 있습니다. 자기가 맡은 일 앞에서 지나치게 워라밸만 따지고 든다는 거죠. 야근을 기꺼이 할수록 일에 대한 책임감도 강할 거라는 시각도 깔려 있습니다.

최근 리멤버 커뮤니티에서는 이 ‘야근’을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화두: 일 있으면 야근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제 막 5년차인 직장인인데요. 칼퇴와 야근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고자 합니다. 6시 칼퇴근을 하는게 맞긴 하지만 일이 있는 경우에는 어떻게 보시나요? 전 회사에 묶여 있는 것을 선호하지 않습니다만 만약에 일이 남아있고 끝내야 하는 사안이라면 적어도 끝내놓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제 후배는 약간 생각이 다르더라구요. 워라밸이 더 우선 아니냐는...

저희가 회사를 다니는 이유가 일을 하려고 다니는게 주된 이유고 야근수당비를 주는데도 워라벨 말하면서 퇴근하는 건 직장인으로서의 기본적인 마인드가 잘못된 게 아닌가요? 저 또한 89년에 태어난 30대에 불과하지만 나이를 떠나 개인적으로 감당하고 끝내야 하는 사안은 급박한 이슈에는 무조건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생각과 다르게 개인 스케줄이 있다고 퇴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 멍했습니다. 저럴 거면 회사에서 일을 왜 하지..? 그냥 개인사업하시지...

그래서 조금 강하게 말을 했던 것 같아요. 일하러 회사 오셨는데 그에 대한 인식이 좀 부족하신 것 같다고... 제가 흔히 말하는 ‘젊은 꼰대’인 건지 모르겠지만 전 적어도 본인이 진행하는 일 중 반드시 해야할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다들 어떠신가요?” (갑틀러 | 해외영업)

의견1. 일정을 잘못 짜서 불필요한 야근을 하게 되는 것

오늘 반드시 끝내야만 하는 일이라면, 이 일을 끝내지 않으면 회사에 막대한 피해가 생긴다면 야근을 해야겠죠.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야근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한 마디로 ‘일정을 짤 때 업무를 제대로 기획하지 않아서 관성적으로 야근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최대한 디테일하게 업무 계획을 세우기보다 은연중에 ‘어떻게든 되겠지. 전날까지 야근해서 어떻게든 넘길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일을 닥치는 대로 쳐내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이 경우 야근은 책임감의 지표라기보단 계획을 놓아버린 무책임의 지표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리멤버 커뮤니티 캡처

"회사 이름으로 일하는데 개인적으로 감당하고 끝내야 하는 사안이라는게 일단 이해가 안 가고, 조건 맞춰 온 회사에서 무조건으로 끝내야하는 일이라는건 프로젝트 일정을 너무 타이트하게 잡은게 아닌가 생각도 들고요." (집에좀보내줘 | 전시·공간디자인집에좀보내줘)

"야근을 해야 일정을 맞출 수 있다면 그건 일정을 잘못잡은거라 생각합니다. 즉 인원이 대체되어도(개인의 능력이 달라져도) 야근을 해야되는 일정이면 일정이 잘못잡힌거죠 ㅎㅎ" (맹케터 | 마케팅/광고)

의견2. 정말정말 중요한 시기에는 야근해도 괜찮다

당장 눈앞에 둔 일이 자신의 향후 연봉과 승진을 결정할 중요한 프로젝트라면 누구든 하루이틀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기꺼이 야근을 감수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야근이 너무 잦아 ‘만성화’된 지경이라면 그건 다른 문제입니다. (물론 조직 전체가 만성적 야근에 시달린다면 인력 투자에 소홀한 조직의 문제입니다.)

경중 파악 없이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보면 중요한 일은 뒤로 밀리기 마련입니다. 지친 심신에 텐션은 떨어졌는데 중요한 일을 대충 할 수는 없다보니 투입되는 시간만 하염 없이 길어지고 결국 야근으로 이어지는 거죠. 특히나 야근 수당으로 월 수익을 보전하는 급여 관행까지 맞물리니 각별한 노력이 없다면 야근은 구조적으로도 만성화되기 매우 쉽습니다.

리멤버 커뮤니티 캡처

"워라밸이 무슨 뜻인지 후배님이 이해를 잘못하신거 아닌가요? MZ세대 문제가 아닌 그분의 문제 같아요. 워크 라이프 벨런스인데 그분은 마이 라이프를 이야기 하고 계신듯 합니다. 일과 삶의 균형은 두가지에 모두 충실한 상태에서 어느 한 쪽에도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죠. 기한이 있다면 기한 내에 마무리를 해야하는 게 맞지요." (익명입니다만 | 프로젝트 관리)

"질문하신 내용으로만 짐작할 때 매일 반복되는 야근을 말씀하시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일을 하다보면 일찍 마무리 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끝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죠. 케바케 아닐까 생각되네요. 너무 자주 반복된다면 그 일의 효율성을 검토해야 하겠죠. 하지만 어쩌다 발생하는 경우 특별한 약속이 없다면 마무리를 하는게 맞지 않을까요?" (HELP | 전략/기획)

의견3. 무작정 오래 앉아있지 않아도 일 잘할 수 있다

야근을 둘러싼 문제를 MZ세대와 그 윗 세대의 시각 차이로 인한 문제로 보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야근을 기꺼이 감수했던 윗 세대와 달리 MZ세대는 더이상 성장을 원하지 않고 라이프만 쫓다가 일을 내팽개친다는 거죠. 엉덩이가 무거워야 성공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어떤 세대든 직장에선 결국 성과로 평가 받는다는 것입니다. 워라밸이 소중하다면 그만큼 더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업무 간 경중을 따지고 촘촘히 계획적으로 일하는 습관을 기르겠죠. 그게 업무 숙련도와 효율로 이어지면 엉덩이가 가벼워도 일을 잘할 수 있는 겁니다.

리멤버 커뮤니티 캡처

"전직장에 있을때까지만 해도 저는 거의 야근 예찬론자였습니다. 52시간근무제가 불편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일에 전념했지만 코로나로 일없어지니 회사는 조직개편을 했고 그 과정에서 대기발령됐습니다. 어쩔 수 없이 밀려나서 이직. 경험하고 나니까 사람이 변하게 되더군요. 이제 회사에 충성 같은거 안할랍니다." (JOEKIM | 외국어 번역·통역)

"지식근로자의 포지션인데 출퇴근 따지는건 요즘세상이나 앞으로의 세상이나 무의미  합니다. 성과로 모든게 귀결 되는거기 때문에  사실상 출퇴근 시간은 형식에 가깝습니다. 앉아있어도 뭘 생각하는지 알 수 없는 것이 지식근로이기 때문입니다." (엄마미안 | 프로젝트 관리)

잡화점 dlab@donga.com 공동제작=리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