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시승] 캠리 vs 그랜저의 '인천-서울' 출퇴근 연비 대결, 승자는?

조회수 2022. 3. 8. 14: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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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현실적인 대안’. 하이브리드카 이야기다. 가득 주유로 1,000㎞ 달리는 효율, 보조금 기댈 필요 없는 합리적(?) 찻값, 설익은 전기차와 비교해 검증 받은 내구성까지. 이처럼 장기 수두룩한 하이브리드카, <로드테스트>가 대표 모델 2대를 무대에 올렸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서동현 기자

그동안 ‘풀-투-풀’ 방식의 연비 리뷰에 대한 독자 반응이 좋았다. 그러나 한계도 있었다. 통상 서울-부산, 서울-강릉 등 장거리 연비 계측을 위주로 진행했다. 정체 심한 평일 출퇴근길 연비와 고속도로 위주의 연비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엔 무대를 바꿨다. 실제 나의 출퇴근 환경인 ‘인천-강남’ 왕복 60㎞ 구간에서 두 대의 하이브리드 세단을 붙였다.

현대자동차 그랜저 하이브리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주인공은 국내 판매 1위 현대자동차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원조’ 하이브리드 세단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다. 오늘 비교시승을 준비한 이유는 간단하다. 두 맞수는 가격이 비슷하다. 그랜저는 3,700만~4,500만 원대, 캠리는 3,700만~4,300만 원대로 거의 같다. 그러나 서로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 그랜저는 병렬 하이브리드, 캠리는 직병렬 하이브리드 방식을 쓴다.

구조적 차이는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실제 도심 출퇴근 환경에서 어떤 차의 효율이 더 뛰어난지 궁금할 듯하다. 이번 비교시승에선 ‘인천-강남’ 출퇴근 연비뿐 아니라 승차감, 정숙성, 주행 퍼포먼스, 거주 및 적재공간, 유지비용 등 다양한 부문에서 승자를 저울질했다. 둘 중 나에게 맞는 하이브리드카는 어떤 모델일까?

Round① : 서로 장단점 뚜렷한 주행성능


연비 테스트 전, 우린 양평 중미산을 찾아 두 차의 주행성능을 비교했다. 브랜드 배지는 다르지만 둘 다 편안한 주행에 초점 맞추고 운전재미와 담 쌓은 세단이다. 그래서 큰 차이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반전이 있었다.

우린 그랜저의 뛰어난 서스펜션 세팅에 입 모아 감탄했다. 전자제어 서스펜션도 아닌데, 진동 흡수 능력이 대단히 뛰어나다. 주행 안정감을 잃지 않으면서 ‘부들부들’한 느낌을 양립했다. 이러한 세팅 완성도는 플랫폼까지 바꾼 기아 K8 하이브리드와 비교해도 높다. 준대형 세단다운 묵직하면서도 세련된, 그러면서 경박스럽지 않은 아주 절묘한 세팅을 앞세운다.

그러나 뛰어난 섀시에 찬물을 끼얹는 ‘옥의 티’가 있는데, 바로 조향장치다. 운전대 답력이 지나치게 가볍다. 주차나 저속 주행할 땐 도움을 주지만, 가벼운 느낌이 속도를 높일수록 지속한다. 노면의 굴곡이나 충격 또한 손바닥으로 느낄 수 없다. 도로와 단절된 느낌이 안정감을 해치고, 굽잇길에선 십여 년 전 로지텍 스티어링 휠처럼 헐겁다. 그랜저에 ‘쫀쫀한’ 핸들링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반면, 캠리는 다소 의외였다. 이전 세대는 전형적인 ‘푹신한’ 중형 세단이었다. 그러나 신형 캠리는 손맛이 좋다. 그랜저보다 포근한 맛은 떨어지지만, 적당한 답력의 운전대와 탄탄한 섀시, 낮은 무게중심이 주는 운동성능이 그랜저와 결이 다르다. 이는 서스펜션의 구조적 차이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두 차 모두 앞 서스펜션은 맥퍼슨 스트럿 방식. 반면, 리어 서스펜션은 그랜저가 멀티링크, 캠리가 더블위시본을 쓴다. 위시본은 새의 빗장뼈를 말하는데, 위시본 구조가 위아래로 자리한 시스템이 더블위시본이다. 조종 안정성이 뛰어나 주로 스포츠카의 앞 서스펜션으로 끼우는데, 토요타는 이를 뒤쪽에 심었다. 이를 통해 뒷바퀴의 접지력과 안정성을 높이고, 앞 엔진‧앞바퀴 굴림(FF) 승용차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했다.

시스템 최고출력은 캠리가 211마력, 그랜저가 200마력으로 큰 차이 없다. 그러나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았을 때, 캠리는 지체 없이 빠른 반응으로 속도를 붙이는 반면, 그랜저의 6단 변속기는 크게 숨 고르기 한 후 느긋하게 속도를 올린다. 단, 두 차 모두 EV와 엔진 주행을 넘나드는 과정이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정숙성은 그랜저의 판정승. 시승차는 가장 기본 사양의 렌터카임에도 불구하고 바닥 소음과 엔진 소음, 바람 소음까지 잘 억제했다. 반면, 캠리는 상대적으로 소음이 더 들어온다. 이는 같은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쓰는 렉서스 ES300h보다 방음 소재를 많이 두르지 못 한 한계가 명백하다.

Round② : 2열 공간은 그랜저, 트렁크 공간은 캠리 승

다음은 공간 비교. 이 부분도 다소 의외였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그랜저가 각각 4,990×1,875×1,470㎜. 캠리는 각각 4,895×1,840×1,445㎜다. 예상대로 2열 다리공간은 그랜저가 주먹 하나 더 들어간다. 등받이 리클라이닝 기능의 부재가 아쉬울 정도로 쾌적한 공간을 갖췄다. 캠리의 공간은 상대적으로 작은데, 대신 2열 승객의 주변 시야가 더 좋다. 그랜저는 승객이 앉았을 때 ‘푹’ 꺼지는 느낌이 드는 반면, 캠리는 개방감이 뛰어나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426L의 적재공간을 갖췄고, 2열 폴딩 기능은 없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524L의 적재공간을 갖췄고, 2열 폴딩 기능도 지원한다.

두 맞수의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트렁크. 의외로 체격이 큰 그랜저의 적재공간이 100L 가량 작다. VDA 기준 트렁크 기본 용량은 그랜저가 426L, 캠리가 524L다. 원인은 배터리의 위치. 구형 플랫폼을 쓰는 그랜저는 하이브리드 구동 배터리가 트렁크 아래에 있다. 일반 가솔린 그랜저보다 짐 공간이 작은 이유다. 반면, 캠리는 배터리가 2열 시트 아래에 있다. 공간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중형 세단다운 넉넉한 적재능력을 갖췄다. 게다가 그랜저엔 없는 2열 폴딩 기능까지 지원한다. 길이가 큰 짐도 수월하게 삼킨다.

Round③ : 18.9㎞/L의 그랜저, 21.4㎞/L의 캠리

이번 비교시승의 하이라이트는 출퇴근길 연비. 나는 인천 계양에서 서울 신논현까지 편도 약 30㎞를 매일 이동한다. 경인 고속도로와 올림픽대로의 악마 같은 정체를 뚫고 출근한다. 현재 운행 중인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평균 19~20㎞/L 안팎의 연비를 기록한다. 그렇다면 같은 구간에서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캠리 하이브리드의 연비는 어떨까?

오전 6시 30분, 두 차 모두 기름을 가득 채우고 테스트에 나섰다.

명확한 비교를 위해 계양구 효성동에 자리한 GS 주유소에서 두 차 모두 기름을 가득 채우고 출발했다. 각각 성인 2명씩 탑승했고, 의도적인 연비 주행은 피하되 교통 흐름에 맞춰 사무실까지 이동했다.

두 차의 구조적 차이는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랜저의 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38㎾ 전기 모터 1개를 쓴다. 모터 출력이 부족해 출발할 땐 엔진으로 차를 이끈다. EV 모드가 개입하는 시점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거나 제동할 때. 모터가 동시에 두 가지 일을 못 한다. 배터리 양이 충분할 땐 모터가 바퀴에 동력을 보낸다. 이후 배터리 양이 떨어지면 엔진으로 구동한다. 이 때, 엔진은 모터를 거꾸로 돌려 배터리를 채운다. 이처럼 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작동 원리가 매우 단순하다.

반면 캠리는 2개의 전기 모터를 쓴다. 모터의 최고출력만 120마력. 힘이 넉넉해 출발할 때 EV 모드로 끌고 가는 시간이 그랜저보다 길다. 게다가 구동용과 발전용을 따로 나눠, 달리면서 동시에 2가지 일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어지간해선 배터리 양이 절반 이하로 줄지 않는다. 이러한 구조적 차이 때문에 극심한 정체구간에선 캠리의 효율이 한층 높았다. 오전 7시 사무실 도착해 체크한 평균연비는 그랜저가 1L 당 17.4㎞. 캠리가 1L 당 24.8㎞였다. 예상보다 차이가 컸다.

정체구간은 캠리, 교통흐름 원활하면 그랜저

그러나 그랜저가 더 돋보이는 환경도 있었다. 오후 4시, 우린 서초동 사무실에서 인천 계양까지 퇴근길 연비 계측에 나섰다. 돌아가는 길은 아침과 달리 통행량이 원활하다. 올림픽대로와 경인 고속도로 모두 제한속도 내에서 시원스럽게 달릴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선 그랜저가 오히려 빠르게 연비를 높였다. 시속 100㎞ 안팎의 고속에서도 EV 모드를 적극적으로 쓰기 때문이다. 모터가 동시에 2가지 일을 하진 못 하지만, 배터리가 떨어졌을 때 엔진이 빠르게 충전을 한다. 따라서 중고속 주행에선 그랜저 시스템의 만족감이 높았다.

그랜저 하이브리드 연료비
캠리 하이브리드 연료비

목적지에 도착하고, 우린 아침에 기름 넣은 주유소에 들러 다시 연료를 가득 채웠다. 총 주행거리는 62.4㎞. 그랜저는 4,000원이 들어갔고, 캠리는 단돈 1,000원만 들어갔다. 두 차 모두 기름이 흘러 넘칠 때까지 넣었다면 금액이 더 나왔겠지만, ‘가득주유→정액맞춤’ 조건은 동일하다. 경인 고속도로 & 신월 여의지하도로 통행요금이 왕복 6,150원이나 나온 건 씁쓸하지만, 특히 캠리의 경우 광역버스 요금과 비슷한 금액으로 ‘인천-강남’ 출퇴근이 가능했다.

Round④ : 수입차가 훨씬 비싸다고? 두 차의 유지비용 차이 살펴보니



서두에 ‘지금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한 이유 중 하나는 세제 혜택도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신차 등록할 때 교육세와 취득세 등 세금 감면을 받는다. 구체적으로 3,893만 원짜리 그랜저 하이브리드 프리미엄 트림은 세제 혜택 + 개별소비세 3.5% 기준으로 계산하면 3,679만 원에 구입할 수 있다. 캠리 역시 최대 170만 원의 감면 혜택이 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이러한 하이브리드카 세제 혜택이 끝난다.

즉, 하이브리드카 구입을 고민하고 있다면 올해가 가장 적기라고 할 수 있다.

두 맞수의 연간 자동차세는 거의 같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2,359cc로 연간 613,340원이 나온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2,487cc로 646,620원이다.

보증기간 차이는 어떨까? 하이브리드카에 관심 있는 고객은 향후 배터리가 고장 났을 때 수리비용이 많이 나오진 않을지 걱정한다. 그러나 두 차 모두 하이브리드 고전압 배터리 보증이 넉넉하다. 현대차와 토요타 모두 10년/20만㎞ 무상 보증기간을 제공한다.

현대자동차 보증기간

단, 일반보증(차체, 엔진 및 동력전달장치 등)은 차이가 있다. 현대자동차는 ‘2년/8만㎞’ ‘3년/6만㎞’ ‘4년/4만㎞’ 중 고객이 선택할 수 있다. 자신의 운행 환경에 따라 연간 주행거리가 많으면 2년/8만㎞, 주행거리가 많지 않으면 4년/4만㎞ 등으로 고를 수 있다.

토요타 보증기간


반면, 토요타는 3년/10만㎞ 보증을 지원한다. 현대차와 비교해 주행거리가 한층 넉넉하다. 게다가 배출가스 관련 부품은 별도로 5년/8만㎞까지 보증하며, 정화용 촉매와 전자 제어장치는 7년/12만㎞까지 보증하는 등 세부적으로 구성했다. 또한, 신차 출고일로부터 10년까지 긴급 견인서비스(50㎞ 이내)를 무상으로 제공하며, 3년간 엔진오일 및 오일필터 무상교환, 정기점검 서비스도 지원한다. 즉, 상세하게 살펴보면 “수입차는 국산차보다 유지비가 비싸다”란 말은 옛말이다.

Round⑤ : 총평

오늘 비교시승은 딱히 승자를 추리기 위한 무대는 아니었다. 서로 장단점이 뚜렷한 만큼, 독자들께서 자신의 운행 패턴이나 취향에 따라 더 맞는 차를 구입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간략하게 두 차의 장점과 단점을 각각 2가지씩 추렸다.

<그랜저 하이브리드>

장점

1)뛰어난 승차감 및 정숙성…신차인 K8 하이브리드보다도 승차감은 한결 낫다.

2)넉넉한 2열 공간

단점

1)캠리보다 100L 가량 작은 트렁크 공간, 2열 폴딩 기능의 부재

2)고속에서도 가벼운 스티어링 휠

<캠리 하이브리드>

장점

1)그랜저와 확연히 차이 나는 스티어링

2)도심 정체구간에서 빛을 발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단점

1)그랜저보다 상대적으로 시끄러운 실내

2)그랜저보다 부족한 편의장비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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