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주소 어떻게 알았지?".. 허경영, 전화 이어 홍보물까지 [이슈+]
내 주소와 이름, 연락처 안전한가
선거법 위반·개인정보 침해는 아니야
전화 등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보장 미흡
선거 개인정보 사용 명확히 알려야

‘허경영 전화’에 이어 ‘허경영 홍보물’이 논란이다. 국가혁명당 허경영 대선 후보 선거사무소가 보낸 홍보물을 받은 유권자들이 “내 이름과 주소를 어떻게 알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허 후보가 시도 때도 없이 전화로 투표를 독려하는 이른바 허경영 전화에 이어 허 후보 홍보물까지 화제가 되면서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화·홍보물, 선거법 위반·개인정보 침해 아냐
‘허경영 전화·홍보물’이 불법은 아니다. 1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예비후보자는 선거기간 개시일 3일 전까지 자신의 사진·성명·경력·선거공약 등이 담긴 홍보물을 발송할 수 있다. 예비후보자는 선거일 240일 전부터 등록할 수 있는데, 허 후보는 지난해 10월18일 20대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20대 대선 선거기간 개시일은 다음달 15일이다.
홍보물은 선거구 안 세대수의 10% 이내로 배포할 수 있다. 세대주 명단은 구·시·군의 장에게 받는다. 허 후보 측이 ‘불법’으로 유권자의 이름과 주소를 확보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이때 받은 명부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거나 영리를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선거법 위반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허경영 전화도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투표참여 권유는 누구든 할 수 있다. 다만 특정 후보를 향해 지지 혹은 반대하는 내용이 들어가면 안 된다. 약 12초 분량의 허경영 전화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있지 않다.

문제는 선거 관련 전화나 홍보물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거법은 “누구든지 정보수신자의 명시적인 수신거부 의사에 반하여 선거운동 목적의 정보를 전송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다. 하지만 앞선 사례를 규제할 수 있는 규정은 따로 없다. 선관위 관계자는 “ARS 전화와 예비후보자 홍보물 수신 거부에 관한 선거법상 규정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허경영 전화는 ‘선거운동’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전화하지 말라고 허 후보 선거사무소에 명확히 요구했더라도 번호를 바꿔 걸려오는 허경영 전화를 막을 수 없는 까닭이다. 일일이 번호를 차단해도 끝이 없자 온라인 상에는 ‘통신사별 허경영 전화 차단하는 법’이 공유되고 있다.
투표 독려 전화가 선거운동은 아니지만 후보자를 홍보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광범위한 전화는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선거법은 선거운동 기간 중 선거운동 정보를 ‘자동 동보통신 방법’을 통해 문자로 보낼 경우 그 횟수와 방식 등을 규제하고 있다. 자동 동보통신은 문자를 동시에 받는 사람이 20명을 넘거나 20명 이하여도 프로그램을 이용해 수신자를 자동 선택해 전송하는 방식이다.
2015년 대법원은 자동 동보통신을 통해 문자를 보내는 데 규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로 “수신자가 많아 파급력이 크고 적잖은 비용이 소요된다”면서 “후보자 간 경제력 차이에 따른 부당한 경쟁을 막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법은 신고한 번호 1개만을 사용하게 하고 수신거부 의사표시를 쉽게 할 수 있게 조처하도록 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1000만명과 통화하면 1억원이 넘는 돈이 드는 것으로 알려진 허경영 전화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아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다.
‘선거연구’ 학술지에 실린 ‘선거운동정보의 전송제한 법안의 실효성에 관한 연구’에서 김영기 연구원은 “선거운동 정보 전송 행위가 미치는 영향에 관한 인식이 미흡하다”며 선관위에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했다.
이어 그는 “유권자의 의사에 반하거나 (유권자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에 유권자의 개인정보가 이용돼 유권자가 불안하다”면서 “개인정보 수집 출처를 명확히 밝히고, 유권자가 수신 거부나 정보 삭제를 요청한다면 바로 처리해야 한다.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게 안전 조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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